방과후 늦은시간...
그래봤자 토요일이라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을까...
몇몇 친한 애들만 남기고 딴 애들은 모두 교실에서 사라졌다...
남은 숙제를 마저 끝내고 선생님께 검사맞고 가면 되는데...
마음먹은대로 그렇게 빨리 안 끝나서...늦은시간까지 학교에 남게되었다...
그래도 다 끝내고나자 희열을 느끼며 교실을 나갈수있었다...
나를 포함한 세명의 일행은 학교앞에 다니는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역시 마을버스라 그런지 지루할만큼 기다려야했지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서 못 느끼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오고, 나랑 한 친구는 뒷좌석에 앉았고 나머지 한 친구는
앞좌석에 앉았다...
빙빙 돌아가는 마을버스...집까지는 아직 수많은 정거장이 남아서,
친구와 재잘거리고 창문밖을 바라보기도하고 버스안의 여학생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도하고...이 모든것을 나는 '3번버스의 낭만'이라고 부른다...
오늘도 낭만을 즐기고있는데...약간의 사건이 터졌다...
3정거장을 갔을까...여학생이 3명이 탔다...처음 한 학생이타고,
이어서 두명이 탔는데...돈을 내고서 모두 버스깊숙히 들어왔는데...
아저씨가 낮은 음성으로,
\"야, 방금탄애 일루 와봐...\"
부르는 것이었다...
맨뒤에 앉았던 나까지도 어렴풋이 들을수있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셋은 잘 못한것이 없다는듯, 아무도 안 갔고 아저씨는 아까보다 큰
목소리로,
\"야...일루 와보라고~\"
거기에 움찔한 늦게탔던 여학생이,
\"저요?\"
하면서 다가가자, 아저씨는 인상이 찌그러지며,
\"너말고 맨 처음 탔던 애 오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그 소리는 장난이 아니었다...버스안이 쩌렁쩌렁 울리고...
모두의 침묵속에 그 여학생이 다가갔다...그러자 아저씨는,
\"너 왜 뒤의사람 돈 안내?\"
\"저요? 저 혼자 탔는데요...\"
\"근데 왜 두명이라고 말해,앙?\"
\"뭐가요...쟤네 모르는데요...전 제대로 냈잖아요...\"
티격태격끝에 아저씨는 졌고, 그 여학생은 뭐라고 중얼거리며 뒤쪽으로 왔다...
아저씨는 소리지른게 미안한듯, 또 자신의 실수가 멋쩍은듯 조용히 운전을
하시며 땀을 흘리셨다...
그리고 신나는 트로트 테이프를 틀며 버스를 달리셨다...
후...난 생각했다...저 여학생이 타면서 2명이라고 말한게 아니라,
뒤의 사람이 타면서 2명이라고 말한것을 앞에있는 여학생이 말한걸로
착각해서 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리고 이렇게 많은 손님들 앞에서
윽박지르고 면박주면서까지 그 단돈 300원을 챙기려는 그 얄팍한 돈관리...
즐겁게 대화하는 손님들은 생각도 안하나...돈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의 기분도
생각해야 하는게 아닐까?
나와 친구들은 그 아저씨를 비웃었다...돈에 대한 집착을하는 어른들을
비웃는 것일지도 몰랐다...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돈이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왜 어른들은 돈을 그렇게 악착같이 버시는지
이해할수 없다...자식때문일까? 자신의 자식을 위하여 남의 자식을 윽박질러도
되는 것인가...참 이기적인 생각인것같다...
너무 여학생을 옹호하는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라...
아무 잘못없는 여학생에게 창피함과 부끄러움을주고, 손님들의 즐거운 시간을
빼앗은 그 기사...당연히 잘못한 처사이다...
내가 생각할때는, 아직도 우리사회의 기사들은 몸에 친절이 뿌리깊게 잡혀있진
않은것같다...손님들께 감사의인사를 하는 기사아저씨를보면 한번더 인사받고
싶어져서 다음에 또 타려고하겠지만, 한번 호통받고나서는...다시는 그 버스에
발걸음을 안하고 영원히 저주할런지도 모른다...
그 기사아저씨를보며...한가지 깨달은점은,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점이다...
한번더,또 한번더 생각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는일은 없어야할것이다...
그래야 밝은사회가오고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많이 발전할것이다...
과연...
그 여학생은 앞으로도 3번을 탈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