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하지만 내 일상의 삶을 잠시 접어두고
자연을 향하고픈 내 오랜 바램처럼
그렇게 몇달만에 나선 계획에 없었던 짧은 여행
바다가 보고 싶었다
이곳 서울에서는 바다는 그리 멀지 않으리라는
그런 느낌이 바다로 이끌리게 만들었다
인천, 그곳에 가면 바다가 있지 않은가?
우선 우리 부서에 이대리님께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인천 앞바다에 가는 방법을 물어 보았다
의외로 가까웠다
코앞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서울에서의 짧은 생활이
1시간 30분의 거리도 그렇게 짧게 여겨지게 만들어 버렸다
신도림역에서 그이와 만났다.
토요일인 탓도 있겠지만 연일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탓인지
인천을 향하는 국철은 터져 나갈 듯 조금의 비집고 들어갈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덥기도 덥고 천정에서 나오는 바람또한 더운 바람이라
힘든 고충은 두배, 세배나 더 가중시켰지만
어딘가를 향해서 가고 있다는 것, 바다를 보러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 기분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탁 트인 넓은 기차 창문 밖으로 훤히 보이는 낯선 동네와 거리들,
우리는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그렇게 웃으며 우리들의 움직이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분명 동인천역에서 내리면 월미도에 가면 된다 했는데
공익근무 요원이 인천역에서 내려서 택시 타고 들어 가면 기본요금
나온다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인천역으로 향했다
택시타려고 기다리는 그이를 불러 23번 버스를 탔다
정말 10분 거리였다.
말로만 듣던 월미도!
작은 배를 탔다. 영종도로 가는 배
배가 움직이자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즐거웠다.
우리는 선상에서 늦은 점심을 김밥이랑 떡으로 채웠지만
그 또한 얼마나 맛있게 느껴지는지...
멀리 보이는 바다에는 수입을 하는 배인지
수출을 하는 배인지, 아니면 물품을 나르는 배인지 알 수 없지만
움직이듯 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인천부두 이구나 생각했다
15분 정도 가니 영종도 부두가 우리를 반긴다
거기에 도착하면 해안을 볼 수 있겠거니 생각했건만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더 가야된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버스가 달린다. 갯벌이 펼쳐져 있다
드문드문 때로는 많이 모여있는 집들을 보면서
참 많이도 궁금하여 진다
시장은 어디서 볼까? 옷은 어디서 살까?
비디오는 어디서 빌려 볼까? 학교는 가까울까?
혼자 궁금증을 안으며 짙푸픈 녹음의 아름다운 섬을 느껴본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버스는 우리를 넓게 펼쳐진 바닷가 해수욕장에
내려다 준다.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과 민박집, 그리고 상가
여느 피서지와 다를 바 없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버스타고 배타고 또 버스를 타고 이곳에 겨우 도착했건만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에서 살아가고들 있을까? 궁금해 진다
우리가 출발할 땐 무척이나 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따가운 햇볕은 조금 수그러 들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얼마나 차게 느껴지던지...
벌써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도착해 있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해안가 모래를 밟으며 거닐고 있는 연인들,
텐트를 치고 있는 단란한 한 가족,
게임을 해서 지는 친구를 바다에 풍덩 빠트리고 있는
젋은 학생들, 빠지는 학생이 안 스럽게 보여도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애써 웃음을 참아 보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은
참아내기가 어려웠다.
그 아름다움을 뒤로 한 체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없었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이 곳까지 왔던 그 과정이
더 인상깊었다는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고
빨리 되돌아가고 싶다는데 동의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창너머 세상을 구경하지도 못한체
피곤한 몸을 가누며 졸면서
부둣가에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 왔던 그런 배를
또 탔다. 멀리 호화 유람선이 지나간다
두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보았다
누군가가 멀리서 손을 흔들어 준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란 그렇게 서로를 모르지만
반겨 주고 싶은 것이리라. 스치는 짧은 순간일지라도...
갈매기가 아쉬운 듯 떠나는 우리 배 옆에서 맴돈다
먹다 남은 과자를 던지자
세차게 달려 들어 순간의 찰나에
그 부리로 가져다 먹어 치운다.
와! 그야말로 대단했다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가지고 있던 과자를 다 날려주고는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는 영종도를 떠나고
그 갈매기 떼들도 떠나왔다
월미도는 한마디로 시껄벅적하다
놀러나온 사람들이 넘쳐나고
놀이기구들이 제각기 돌아가고 있다
이름은 알 수가 없으나 동그란 원판에 들썩들썩이며
짓굳게 운행하는 그 놀이기구 앞에 앉아 한참을 구경했다
교복입은 여학생, 연인들, 꼬마들 모두들 재미나게
올라 탔지만 기구를 움직이는 짓굳은 작동에 괴로워하면서도
모두들 신이 나 있었다
입담이 좋은 DJ는 얼마나 재미나게
말을 하는지, 조금은 선정적이고 꼬마 들이 듣기에 거슬리는
말들도 있었지만 그의 유모스런 말재주는
기구를 즐기는 사람들을 더욱 신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무서움을 엄청 타는 난.탈 엄두도 못 내고
결국 늘 개구장이 같은 그이는 구경하는 게 성이 안 찬지
표를 끊고 그 어린 학생들 틈바구니에 올라가
멋진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어 달란다.
한번 더 타고 싶다며 졸라대는 그이의 손목을 이끌었다
그이는 또 야구연습장에 들어가 20번의 방망이를 휘두르고
그냥 지켜보던 나는 의외로 거의 하나 빼고 다 쳐내는 그이가 장한듯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회를 먹고 싶다던 그이의 바램을 무시하고
돌아 온 것에 후회했다
내가 회를 그렇게 즐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래 저래 지출이 많은 탓이기도 했다
피곤한 몸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마음 가득이 채우고 온 그 무엇을 생각하면
조금도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다
떠나는 것은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많은 곳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있는 곳을
내가 사는 모습을 생각하게 했고
사람 살아가는 향기를 느낀 것 같다
내 찌든 일상의 나쁜 찌꺼기는
어느새 새로운 산소같은 것으로
내 마음의 공간을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