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근처의 서점에 들렀기 때문입니다
제법 큰 서점이라 휴일같은 날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여유있게 책을 골라
볼 수 없는지라 오늘같이 사람들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책을 구경했습니다.
여기저기 종류별로 책들이 잘 정돈되고
구별되어 있어서 찾기도 쉬웠고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의 사뭇
진지한 표정들이 아름답게 보여졌습니다
인터넷 책을 고르는 어떤 중년의 아저씨와
시집을 보고 있는 소녀와
인문서적을 고르는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의
책을 고르는 아주머니... 그리고 그 속에서 지친
눈으로 스러질 것 같은 몸을 추스리는 나의 모습...
책은 만나면 언제나 반가운 것 같습니다
책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많은 지식을 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은 정서를 주고, 말라 버릴 것 같은 깊은 내면의
감정의 조각들을 되살려 주곤 합니다
어떤 책은 빠르게 장수를 넘겨가며 거의
이야기를 다 파악하고
좋은 내용이 있으면 수첩에 메모까지 하고
돌아 왔습니다
책을 많이 사야지 필자들에게 그리고
출판사에게 도움이 되어서 앞으로
더 좋은 책들이 나와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드니까
순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종이에 인쇄된 어떤 글씨이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눈으로 읽혀지고
사람들의 머리로 이해되고
사람들의 생각으로 느끼고
사람들의 가슴으로 깨닫고
사람들의 입술로 전해지고
사람들의 몸으로 행해지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보이는 책의 의미를 뛰어 넘는 그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렇지 않습니까
글은 때로는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감동과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면 나도 그 어떤 느낌으로
이렇게 적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책을 선물해 줄때 이처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옛날에 어떤 책을 쓰신 저자분이 자신의 책을
건네 주셨을 때 받았던 그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책을 선물할 때 그 기쁨을
느껴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책 첫 페이지에
책을 드릴 때의 느낌을 한자 적곤 합니다.
그리고 날짜 까지도...
나는 특히 시와 수필을 좋아합니다
수필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쓴 글이죠
시 또한 마음의 표현이고
그래서 너무 순수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짧지만 전해지는 느낌은 어떤 긴 글보다
감동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또한 소설을 싦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소설을 잘 읽어 내려 가지 못하는 내 끈기의 부족의
한 표현일 뿐이자 저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도 있겠지만 대부분 현실을 바탕으로 한 만들어진
내용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가가기에 힘들어서 그렇겠죠
옛날에 알고 지낸 언니가
\"너는 책을 참 편식하는 것 같다.
그런 감성적인 책만 읽지 말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책도 읽으렴 \" 하는 것을 들으며
아 그렇구나 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지만
그 후로도 한번도 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바쁜 내 일상의 탓도 있겠지만
시와 수필을 좋아하는 고집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내게 작은 꿈이 있다면
이 세상을 살면서 늘 동화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며 살아가고픈 생각입니다
그것은 지금도 아니요
옛날도 아니요
앞으로
집을 지어가듯 내 마음의 집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가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마음안에 많은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안에 많은 표현하지 못한 많은 글들을
써 내려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하나씩
꺼내어 표현해 내곤 합니다
누구나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나 소설가가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단지 보여지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 대화하는 이가 있고
글로 사랑을 나누는 이가 있고
글로 만나지 못하는 이와 만나는 이가 있고
글로 떠나간 사람과 답장없는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고
글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글이 없다면 이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절망의 세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밤에 글을 향한 내 마음의 아련히
떠오르는 평소의 느낌들이
준비없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살면서 그리움이 많았나 봅니다
오늘 처럼 눈부시게 맑았던 하루를 보내는
이 밤의 여운의 향기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