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밖
실개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내 무릎보다도 더 자란
풀섶을 헤집고 다니며
동무들과 한참 신나던
유년시절이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겁다보면
어느새
태양빛이 세상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앞 서산마루에 다다라 있고,
아차!
그때서야 나와 동무들은 숨이 턱까지 차도록
뜀박질로 집으로 향하고는 합니다.
온통 흙먼지 투성이의 몰골을 아랑곳없이
내 발보다 작아져 구겨신던 신발을 툴툴 털어
벗어던지고 급하게 달려 안방에 들어서는 이유
다행히 아직 시작하고 있지않은
오후 정규 어린이프로 때문입니다.
'은하철도 999'
매일 말해도 그때 뿐이라고
지저분해진 내 모습에 어머니는
나를 세면장으로 쫓아 내시지만
겨우 물만 무치고 들어오는 모습에
결국은 어머니까지 세면장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벌써 만화는 시작했는데....
내몸은 세면장에 있으니 하루하루 유일한 낙(樂)의 낙(落)에
서러움의 눈물만 뚝뚝 흘리다보면
다시 한차례 뭘 잘한게 있느냐며
어머니의 손바닥은 저의 엉덩이를 철썩 내리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만화를 보다가는 힐끔 아버지를 쳐다보고는
혼잣말로, 하지만 아버지께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우리도 칼라테레비 있었으면 좋겠다'
이웃집에 사는 동무가 한참 칼라테레비 자랑하는것에
부러움이 너무 커져서 지그시 아버지를 쳐다봅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그러셨습니다.
"다음에 아빠 월급 받으면 그때 사자~"
지금 제가 웃어보이는건 유년시절의 내가 얼마나
단순했었는지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월급날은 항상 '다음'이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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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은하철도 999'를 만났습니다.
눈물나게 반가움속에 한편을 다운받아보고
다음편을 다운받아보고, 또 다음편에 다음편......
그렇게 벌써 보름이 넘도록 '은하철도 999'에 빠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