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못먹는 것이 없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면 무엇이든 따라 먹고
사람이 먹지 못하는 가래침도 먹고, 똥도 먹고, 풀도 먹고, 흙도 먹는다.
먹고 난 다음에는 아무 데서나 잔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몰려오는 잠은
물리칠 수 없었나 보다.
방울이(시골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었다.
잠자듯이 죽었다.
이젠 사람이 몰려들어 개를 먹어치울 차례다.
유용주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中-에서
'귀소(歸巢)본능'
동물이 자신의 서식 장소나 산란 ·육아 등을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 곳으로 되돌아오는 성질.
어릴적 위집에 아주 커다란 개가 하나 살고 있었다.
그 개의 이름은 '조'라고 불렀는데 누가 언제 지어줬는지는 모른다.
그런대로 '조'라는 이름을 갖게 된이유는 당시에 인기가 좋은 외화시리즈가 있었는데
군대에서 훈련을 받은 영리한 개 이름이 '조' 였었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 개도
생김새나 크기가 비슷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던 것 같다.
부모님 심부름으로, 또 학교 등.하교길이나 그 어느때라도 위집 근처를 지나가면서
"야! 조-"
이름만 부르면
축 늘어져 자다가도 커다란 개는 귀를 쫑끗 세우고는 좋아라 앞발을 막 들어보인다.
동네 내 또래 동무들은 모두 '조'를 좋아했었다.
식구들이 모두 둘러앉아 밥을 먹고나서 남은 음식 찌꺼기들은 모두 조의 차지였고
우리집에선 그 일임을 내가 담당했었는데
조도 그걸 아는건지 멀리에서 부터 밥그릇 가득 음식 찌꺼기를 들고오는걸 보면
다른때보다도 더 몸을 움직여 댔다.
어릴적 내가 참으로 무서워하는 아저씨가 두분 있었다.
항상 술에 취해보이는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계신 뒤집아저씨와
아버지를 형님형님 하면서 다소곳하시지만 그 아저씨 얼굴은 전체가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고 동네사람들은 그분을 곰보 황씨라고 불렀다.
그때까지도 난 그 이유가 천연두로 인한 흔적이라는 의학상식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전설의고향에 나오는 저승사자 이미지를 떠올려서 그렇게 아저씨를 무서워했었던것 같다.
요즘처럼 무더웠던 날이다.
오늘 유난히 위집 근처에 동네 어른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뒤집 아저씨와 곰보황씨 아저씨가 그 가운데 있었다.
두분이 서로 '내가할께 내가할께....'
뭔가를 앞장서서 일을 하려고 하다가 결국 곰보황씨 아저씨가 선택되었었나 보다.
방망이.
아저씨의 뒤춤에 그 물건이 들려져서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가운데 아저씨는 조의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순간
케엥~
허공에 들려진 방망이가 조의 머리에 곧바로 떨어졌다.
그모습이 나에겐 지금도 진하게 남아있다.
다행스럽게도 조는 개목걸이를 찢어내고는 그곳을 필사적으로 도망쳐버렸다.
우리들을 보면 반갑다고 그렇게 뒤척일때도 풀어지지도 떨어지지도 않던 개목걸이였는데....
곰보황씨 아저씨는 기분이 얹짢다.
일처리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바탕 구박을 받은 뒤라....
하지만 그 덕분에 조는 살아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여러사람들이 조를 잡는다고 뛰어다녔지만
발빠른 조는 절대 잡히지 않을 만큼 멀리멀리 도망갔다....
여간 다행인게 아니다.
조는 어딘가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 다시 새로운 삶을 정착하기만 하면 될것이다.
조는 미련하고 바보같고 저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다음날이 되었을때 조는 자기를 죽이려고 한 집구석에 아무일 없었던 듯 누워 있는거다.
등신 등신 등신등신등신......
저렇게 멍청할 수 없는 조만큼
곰보황씨 아저씨의 잔인함도 모자라지 않았다.
끄응끄응 소리를 내면서 끌려가지 않으려는 조를 뒤집 아저씨와 곰보황씨 아저씨는
'이런 오지랄놈의 똥개새끼'
계속 욕을 섞어가면서 뚝길넘어 개목걸이 줄을 움켜쥐고는 질질질 끌고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