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든 일상에서 지쳐 돌아온 나.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현관문 앞에 거울 하나였다.
땀으로 얼룩지고 더러워진 내 육체와
힘든 일상을 이겨내려는 내 나약한 영혼을
비추어 주는 거울 하나.
햇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나에게 뜨거운 빛을 비춘다.
거울은 왜 앞에 있는 사람을 비추는 것일까?
만약 거울에 마음이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본다.
아니, 거울이 마음까지 비출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본다.
거울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거울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본다.
혹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을 마음속으로 거울에게 얘기해 본다.
그리운 사람이나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본다.
거울은 투명하다.
그래서 거울은 투명한 것을 비출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본다.
거울이 투명한 것을 비추지 못하고
투명하지 않은 것만 비추는 이유는
거울 앞에서 참회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사람들이
아직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진실로 참회하고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혹 인생을 되돌아봄에 한치라도
자신의 인생에 안좋은 부분이 있는데도
그것을 감추고 거울 앞에서 드러나 보이게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시끌벅적한 도시. 자동차 경적소리와 경찰관들의 호루라기 소리, 아줌마들의 수다 소리.... 낮은 도시가 깨어나 모든 생물의 귀를 간지럽힌다.
조용한 도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저씨들의 신음소리, 사람들이 잔 틈을 타 도시를 휘젓는 모기 떼들, 술을 마시며 세상을 한탄하는 아저씨들의 소리... 밤은 도시가 쉬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도시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거울은 이 모든 것을 비춘다. 누구든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휴, 힘들다.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거울은 나를 비추고 있겠지.
거울 앞에 딱 버티고 생각해보고 있는데 부엌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나지막한 목소리이다. 설거지소리와 함께 들려오는군.
"거울에서 쇼하지 말고 어서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