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답사기행문]
손을 뻗어 갈 수 있다면.. 함께이고 싶은 곳, 제주(濟州)..
<10월 17일 화요일>
◎머리
아침의 안개 속에서 눈이 떠진 순간... 한줄기 기쁨이 나의 머리를 스친다. 여행을 앞둔 설레임에 취한 듯 나의 몸은 침대를 떠난다. 아직 이른 아침, 창 밖을 내다보았다. 안개너머 저 멀리서 빨리 오라는 듯 누군가가 손짓을 한다. 몸은 피곤하여 이곳에 있지만 이미 나의 영혼은 그 손을 붙잡았다.
◎남국(南國)의 땅-제주에 내리다
비행기를 탄지 한시간 무렵, 창으로 제주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한라산이 온 제주를 품에 안고 있다. 안개와 구름으로 그 모습이 잘 보이진 않지만.. 제주도 전체를 덮고 있는 것으로 보아 거대한 산임을 확신할 수 있다. 한라산-그녀는 제주의 어머니다. 그 어머니의 품안에서 올망졸망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따스한 품안으로 살포시 미끄러지며 파고들었다.
제주 국제 공항에 내리자, 육지에선 볼 수 없는 열대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그 속에서 풍기는 상쾌한 내음이란... 이 또한 이곳 남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리라.
어쩐지 좀 복잡한 제주시내를 벗어나자 양옆으로 녹색 물결이 춤을 춘다. 저 멀리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그 사이로 수많은 검은 돌담들이 눈에 띄었다. 이는 나에게 이곳이 바로 돌과 바람이 많은 제주도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거친 용암의 숨소리.. 만장굴.
눈을 감고 제주의 향기를 만끽하는 동안 버스는 만장굴 입구에 도착했다. 주위에 널려있는 현무암 위에서 점심을 먹은 후 만장굴로 향했다. 깨끗한 정원 같은 동굴 입구는 우중충하고 어두운 입구를 상상했던 나를 놀라게 했다. 가파른 계단을 조금씩 내려가자 어둡지만, 웅장한 지하세계가 펼쳐진다. 십 수 미터는 될 것 같은 동굴의 폭, 길이 1km가 넘는 거대한 규모가 한없이 작은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 옛날 이 공간으로 엄청난 양의 용암이 뚫고 지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반면, 동굴 안을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가 가진 무늬의 세밀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어두움 그리고 한줄기 빛과 조화된 그 수많은 벽화들은 자연현상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물고기의 비늘 같기도 하고 쉬지 않고 넘실대는 파도 같기도 하다. 이는 웅장함과 세밀함의 기막힌 조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곳곳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의 연주를 들으며 자연이 창조한 작품들을 감상하던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리의 거북이 우리의 갈 길을 막고 있다. 용암으로 만들어진 거북이라 하여 '용암석구'라고 부른다고 한다. 둥글고 길게 튀어나온 머리, 넓은 육각의 등껍질.. 이것 역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녀석은 아마 이 동굴을 지키는 임무를 가진 듯 하다. 무엇이 있길래 안을 지키려는 것일까? 용암석구는 동굴 저 안쪽에 대한 신비로움과 호기심을 한층 더 자극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커다란 석주 하나가 만장굴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굵직한 밑 둥, 거친 몸매, 무게를 억지로 견디려는 휘어진 허리는 그리스신화의 하늘을 떠받쳤던 거인, 아틀라스를 떠오르게 한다. 드디어 알았다. 좀 전에 느꼈던 신비로움을. 그것은 바로 이 거대한 석상에서 풍겨 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의 거친 숨결이었다.
이 석주를 마지막으로 한 만장굴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같은 길로 돌아 나오면서 나의 머리 속에 수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이 굴속에서 느꼈던 알싸한 신비로움을 잊지 않으려고..
◎여인들의 기다림, 성산 일출봉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성산 일출봉에 다다랐다. 아, 이곳이 사진으로만 보던 성산 일출봉이구나.. 생각보다 아주 높아 보인다. 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찌 제주도까지 와서 성산 일출봉 한번 안 올라갈 수 있으랴 하는 생각이 좀 전의 나약한 마음을 떨쳐버렸다.
봉의 중턱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길 양옆으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초원에는 제주도의 또 하나의 상징인 조랑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녀석들의 모습에서 나른한 오후의 포근함에 잠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에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이 턱턱 찬다. 그나마 날씨가 흐려 기온을 떨어뜨려 준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잠시 쉴 생각으로 계단에 주저앉아 밑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보았던 조랑말들이 점처럼 보인다.
나는 순간 우뚝우뚝 서있는 바위들이 이 봉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위들은 하나같이 멀리 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다. 제주도의 여인들이다. 배타고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빌면서.. 나의 귓가에 '이어도 사나'의 구슬픈 가락이 불어대는 바람 속에 섞여 들려온다. 그리고 세찬 바람은 그네들의 여린 가슴을 점점 더 닳게 해갔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진다. 기다림에 지친 안타까움의 눈물일까.. 하나의 빗방울이 나의 달아오른 눈을 타고 흘러내린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숨가쁘게 올라갔다. 드디어 정상! 시내의 복잡함, 멀리 넘실대는 파도.. 제주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이란.. 가슴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루의 발걸음을 되돌리며..
숙소로 향하는 차창 밖은 이제 꽤 굵어진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너무나 빨리 하루가 지나갔다는 사실이 슬픈 것일까? 머리를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만장굴 석주의 신비로움과 성산 일출봉의 안타까운 여인네들의 모습에서 오는 슬픔을 되씹어 본다.
버스는 이런 나를 태우고, 어둠이 깔리는 저편을 향해 쉼 없이 달렸다....
<10월 18일 수요일>
◎제주 역사의 숨통, 비자림
제주에서 맞는 첫 아침.. 누군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려오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모두들 피곤함에 젖어 정신이 없다. 선생님들의 고함소리에 인솔되어 우리는, 비자림 공원으로 아침산책을 나섰다.
쌀쌀함으로 몸이 움추러 든다. 그러나 맑은 공기에 마음만은 즐겁게 활짝 열린다. 수 백 미터쯤 걸으니 본격적인 숲이 펼쳐진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두 명 남짓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의 양옆으로 넓게 우거진 숲은, 영화에서 보았던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연상케 한다.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옥수(玉水)같은 내음.. 그것은 세상의 더러운 때에 찌들어 버린 나를 투명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깨끗해진 나의 육과 영은, 600여 년 된 비자나무 앞에 도달했다. 서 너 명 정도가 동시에 안아도 남을 듯 한 굵기, 수 미터는 될 것 같은 키, 사방으로 뻗어 올라간 수천의 가지들... 자신이 이 숲의 제왕임을 과시라도 하는 듯이, 그 거목은 그렇게 당당하게 서있었다. 또, 저 많은 가지 하나 하나에는 600여 년이라는 역사를 모두 가지고 있어 금방이라도 무엇이든지 묻기만 하면 모두 대답해 줄 것만 같다. 뭔가 물어보려 했지만, 원망스런 선생님의 호각소리에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숲을 빠져 나왔다.
◎솟구치는 용, 용두암
민족사박물관과 삼성혈을 들른 후 용두암에 도착했다. 짜쪼름한 바다 내음이 나의 코를 자극했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 접하는 바다.. 오랫동안 바다구경을 못했던 나의 마음이 뛰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터라 거친 파도가 나를 맞았다. 그리고 그 속에 용 한 마리가 있었다. 시꺼먼 색깔, 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머리, 용솟음치며 힘찬 비상(飛翔)을 준비하는 듯한 몸의 움직임, 이것은 흑룡(黑龍)이다. 흑룡이 승천을 한다.
용암이 분출하여 쏟아지는 순간 식어 굳어졌다는 이 바위는 화산 분출당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땅 깨지는 소리, 언제 어디서 솟구쳐 오를지 모르는 용암, 이리저리 튀어 날아다니는 화산의 쇄설물(碎屑物)들.. 만약 내가 그때 이곳에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자, 섬뜩함에 한줄기 땀이 등골을 스친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너무나 평화롭다. 파도가 거칠기는 하지만, 검은 돌들과 푸른 바다의 조화, 그 안에서 절경에 즐거워하는 많은 사람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신비함의 극치, 도깨비 도로
신기하다. 버스가 오르막길을 오른다. 엔진을 켠 것도 아니다. 누가 미는 것도 아니다. 오직 저 혼자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이 버스 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모드 길을 오른다. 도대체 어떤 조화일까?
이 곳 제주사람들은 뒤에서 도깨비가 밀고 있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설명된 바에 의하면, 눈의 착시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 해도 정말 신비하고 재미가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어떤 트럭 운전수가 이곳에 차를 대고 몰래 실례(?)를 하고 있는데, 차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항상 재미있는 곳엔 재미있는 일이 따르는 것 같다.
◎삼별초의 호국정신이 남은 고려 항몽 유적지
이번 목적지는 고려시대 몽고와 끝까지 맞서 싸웠던 고려 항몽유적지이다. 일명 항파두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버스에서 내려 기념비 앞으로 가는 동안 꽤 강한 바람이 불어댄다. 당시의 그 긴박하고 처절했던 순간을 이곳은 잊지 못하기 때문에서일까? 분향을 하는 순간, 최후의 순간까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접전을 펼쳤던 삼별초의 그 고귀한 정신이 향긋한 향연기와 함께 나의 머릿속을 감싼다.
◎선사시대의 거친 숨소리, 고인돌..
말이 없었다. 그것은 오직 묵묵히 역사를 품고 있을 뿐이다. 드넓은 들판에 홀로 서있는 고인돌. 모두가 그 시대의 군장들의 묘.. 엄청난 권력이 아니면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인돌 하나 만들려면 몇 백의 장정이 필요했다는 사실... 너무나도 묵직하게 생긴 돌에서 당시 상황을 그리게 한다...
기합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맘은 하나되어.
자신을 위한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하나가 되어
돌 구르는 소리
온 들판에
요란한 진동이 된다.
그 가운데 지금
서 있는 우리,
고요함에 파묻혀 있는
그 숨겨진 역사 속에 함께이고 싶다.
지금 이곳의 너무나도 고요함은 오히려 그 당시의 사람들의 노동에 지친 거친 숨소리를 들려주었다.. - 광령리 고인돌에서
◎해안가에서..
어쩌면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루의 여정을 모두 마친 우리는 남는 시간을 해안가에서 보내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 푸른 에메랄드로 뒤덮인 바다, 거기에 조화를 이룬 검정색의 현무암들.. 어떻게 이런 바다를 보고 뛰어들지 않을 수 있으랴. 발목을 걷어 붙혔다. 첨벙 하고 발을 내딛는다. 남국의 온화함이랄까.. 10월 하순의 늦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물은 차갑지가 않다. 저 멀리로 수평선이 보인다. '내 저기까지 가 볼수 있으면..' 수면 위에 나의 몸을 가만히 맡겼다. 물결이 나의 몸을 간지럽히며 흐트러졌다. 순간 느껴지는 행복감이란..
제주의 품에 안긴 나는 그렇게 한참을 즐겼다.
◎숙소에서..
너무 피곤했다. 하루종일 걷고, 뛰고 오르고 내리고... 그래도 마음만은 한없이 즐거운 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잘 차려진 저녁을 먹고, 평소엔 즐기지 못했던 게임, 담화를 한다. 이런 때 빠질 수 없는 야식의 즐거움과 함께.. 그 사이 우리들의 청춘은 무르익어 가고, 그렇게 둘째 날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10월 19일 목요일>
◎이국의 풍미가 느껴지는 절, 약천사
아직 잠에서 덜 깬 우리들을 버스는 동양 최대의 규모라고 하는 약천사에 데려다 주었다. 피곤함으로 투덜대던 우리들의 입은 이 절의 아름다움과 엄청난 규모에 놀라 벌어졌다.
입구부터가 여느 절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름 모를 열대나무가 일렬 횡대로 정렬해 있는 길을 따라 가니 아름다운 나무와 꽃, 풀을 배경으로 한 연못이 있다. 절에 온 것이 아닌, 잘 가꾸어진 공원에 온 기분이다. 불교에서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라 하는 다리를 지나 돌계단을 오른다. 일주문 양옆으로 범종과 북이 높은 위치에 있는 것 또한 특이하다. 한 스님이 북을 치기 시작했다. 그 웅장하고도 섬세한 가죽의 울림은 이 절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웅전 역시 동양 최대의 규모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고도 컸다.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아직 이 절을 다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다음 목적지를 위해 떠나야만 했다. 막 절을 나서는데 종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청아했다. 제아무리 훌륭한 악기라도 저렇게 맑고도 웅장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종소리를 타고 울려 퍼지는 추억들을 붙잡아가며 절을 빠져나갔다.
◎별이 내리는 마을, 베릿네 어촌마을..
베릿네 마을.. 처음엔 바닷가에 있는 마을이라 비릿내가 나서 그렇게 부르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별이 내리는' 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이 곳은 고유한 옛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집, 쓰이는 도구, 마을의 형태 등등.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랄까.. 곳곳에서 풍기는 제주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을 벗어나자, 바로 바닷가가 나타났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이루어 놓은 모습이 또한 장관이다. 하늘에는 별이 무수하다면, 바다에는 바위가 무수한 이곳 저녁풍경이 나를 취하게 한다. 붉게 타는 석양아래, 홀로 외로이 떠있는 고깃배가 저 멀리서 조금씩 나의 마음과 가까워진다.
<10월 20일 금요일>
◎홀로 있어 아름다운 바위, 외돌개..
오늘 처음 갈 곳은 외돌개. 돌이 하나만 있어 외돌개라 한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돌 많은 오솔길을 따라 한 십오분쯤 걷다 보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친 파도 속에, 혼자 우뚝 솟아 있는 외돌개.. 그 모습 가운데서 처량함이 느껴진다. 더욱이, 그 꼭대기의 해송(海松)은 한층 더 외로움을 돋군다. 파도와 싸워 이젠 아주 굳어버린 상흔들.. 무엇을 그렇게 기다리는 것일까? 이 역시 성산에서 기다리는 여인네 중 하나일까? 울컥하는 외로움이 뜨겁게 나의 뺨을 적신다.
◎제주의 고향, 성읍 민속마을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성읍 민속마을, 이곳에서는 현지인 가이드가 친절하게 제주도의 여러 곳을 소개시켜 주었다. 가이드의 입에서 풍기는 제주 방언이 구수하게 느껴진다. 알겠수까?/ 알겠수다. 똥도야지, 했수꽝...
이 마을의 성터를 시작으로, 집안의 모습이라든지, 옛 화장실의 모습(돼지가 있는)등을 방언하는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돌아보는 일은 왠지 나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이 곳에서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찍었다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맛 본 오미자 꿀의 오묘한 맛... 한 스픈 가득 입에 넣자, 입안에서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이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감돌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나의 입에서는 '감수광'이라는 제주노래가 흘러나왔다.
◎갈대들의 축제, 산굼부리
제주여행의 마지막.. 산굼부리에 우리는 3박4일간의 여정을 정리하며 올라갔다. 매표소에서 내려 산책코스를 따라 5분쯤 올라가 정상에 다다랐다. 그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린 것은.. 분화구였다. 지금은 그곳이 각종 나무들의 연회장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다.. 로마의 콜로세움. 저 밑의 경기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중들이 열광을 하고 있다. 기념 사진대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 길.. 이곳에서 다시 한번 나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내 앞으로 펼쳐진 끝없는 갈대밭.. 고급 융단이 깔려 있는 듯 하다. 어서 오라는 듯 저마다 바람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사람 키보다 큰 갈대들.. 그 속에 파묻혀 누워있으면 모든 시름 걱정이 사라질 것만 같다. 그 부드러움에 취해서...
◎정리...
4초... 바로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지난 3박4일을.. 너무나 빨랐다. 바로 이 곳 제주에서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가 않다. 더 볼 것이 남았는데, 더 즐기고 싶은데, 이 제주의 정취를..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난 4일을 붙들어 놓지 않았듯이.. 지금은 막 어두워진 초저녁, 제주시내의 모든 불빛들이 나의 뒤로 지나간다. 어디선가 아쉬움을 슬퍼하는 눈물소리가 들린다... 공항에 도착. 아이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인 듯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도 깊이 정든 친구, 제주..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망스런 서울행 비행기는 활주로를 힘차게 도약한다.
다시 만날 그날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