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 지겨운 도시 풍경을 벗어나 눈 내리던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탄성을 질렀다.
바람에 전하여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코를 적시고 있을 때, 마침 하늘에선 눈이 내렸다. 내 눈을 어지럽히며 여기저기 흩어져 내리는 눈꽃송이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복잡했던 풍경들을 흰색으로 고요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파도치는 방파제 옆에 앉아서 그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다.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일렁임이 내 눈에 스치는 동시에 바닷물에 떨어져 허무해지는 눈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쏴아아아-
메마른 나뭇가지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낙엽 잎이 내려오는 눈을 맞으며 노래를 부른다.
-작은 꽃송이의 별루가 눈이 되어 내 메마른 가지에 닿아 울음을 다그치네. 이별을 뒤로 한 채 다시금 태어나는 눈꽃송이. 하나둘 모여서 하얀 생명의 의지로 남아 내 마음 깊이 생명의 부름을 받는다. 메마른 가지에 피어나는 작은 꽃봉오리. 희망을 담고 소중함을 담아 내 마음 깊이 생명의 부름을... - * 별루 : 이별의 눈물
쏴아아아-
여전히 흐르는 노랫소리. 눈들의 속삭임.
대로 한 가운데에 서서, 하늘을 보며 귀를 기울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