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끼었다.
오랫만에 비가 내려서 가방안에 우산이 있었는데도 불구 하고
그냥 오는 비를 다 맞으며 묵묵히 땅만 보며 걸었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그래도 그냥 걸었다.
겉옷을 벗고 머리를 풀었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비를 맞는게 얼마 만이었는지...
비가 오는날 우산을 쓰는것은 나에게 있어 왠지 누군가를 위해 남겨 놓는
마지막 조각처럼, 아직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더랬지
누군가와 함께 같은 우산아래서, 어깨를 부딪혀 가며 한없이 걸어 보고픈,
그리고..그사람이 바로 너이기를..그리고 너일것임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날들이...
이제는 더이상 갖지 못할 희망이라고 해서,
또는 실현 되지 못할 일이라 해서, 이렇게 조용히 기억하고자 하는것도 허락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잖아.
비를 맞았다...그리고 그속에 내 눈물도 섞었다...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에 내 눈물이 섞여서 바닥으로 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