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책상에 볼펜을 하나 끼고 앉아있으면 이리저리 조각난 생각들을 짜 맞추느라 머리속이 징징 거린다.
그렇게 짜맞추다보면,그것들이 꼬리에꼬리를 물어 나도 모르게 깊은 사색에 잠긴다.그러다가 결국엔 졸음의 지경에 빠지는 경우이기 일수지마는.
내책상옆 가장자리엔 넘겨서 볼 수있는 어느은행에서 사은품으로 준 달력이 있다.숫자들이 나열되어있고 어느숫자밑엔 \"휴가\" 라고 적혀있다. 그렇구나. 내일이 지나면 나는 4박5일이라는 개념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구나...벌써 그렇게 다가온 날짜에 나는 들뜬 마음보다는 씁쓸함이 앞선다.
몇달전부터 휴가가 언제냐고 다그치던 나의 녀석들.
올해는 결혼하는 친구도 있다며 꼭 같이 휴가를 가야한다고 한다.
사회에 발을 딪고는 친구들과 휴가를 맞춘다는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도 올해만큼은 나역시 맟추고 싶은맘이었다. 오랫만에 친구들과 나의 의견이 일치를 한게다. 전달에는 우리중에 누구한사람이라도 휴가가 맞지 않으면그냥 말자는 말까지 나온터다. 그런데...
7월로 접어들면서 내 휴가날짜와 한친구녀석의 휴가 날짜가 엇갈려버렸다.
예상한 터였다. 그녀석은 정해져있는 휴가가 아니고 나는 정해져버린 휴가.내가 맞출 수가 없기에 그녀석이 맞춰주질 안는다면 결코 우리에게 여행이란 있을 수 없었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석은 그런 수고를 하기 싫어할터고 우리는 여행을 포기할것이라고. 그게 내 머리속의 짜여진 각본이다.
나는 감히 친구들이 우리들의 여행을 포기할거라 장담했었다.
내가 그러했기에...누구 한사람이 빠진 여행은 생각하는것도 배신이며 우정에 금이 가는것이라...
7월의 하순께 한 친구와 커피숍에서 만났다. 휴가때 무얼 할것이냐고 물었다.
할 일이란 별게 없지만 그저 무언가 있는 듯 대답을 흐렸다.
그것에 용기가 났을까? 친구는 너무도 당당하게 나를 빼고 나머지들끼리 휴가를 가도 되겠냐고 한다. 순간 내머리에서 어쩌면 그렇게 빠르게 계산을 한건지생각한 흔적도 없이 별로 대수로운 얘기도 아닌듯 지루하게, 그리고 아주 흥쾌히 대답을 했던기억이다.\"그래!다녀와~너네라도 다녀와야지~\"
그날이후 나는 조금씩 변했다. 친구들의 연락에 눈치 채지 못할정도로만 피했다. 생각해야할 것만 같았다..시간이 필요했다..친구라는 단어에 대해서.
그리고 옹졸하다싶은 내자신에 대해서..분명히 나는 아주 흥쾌히 대답해주었는데 행동은 아닌것이다. 이럴것이면 그때에 가지말라고 할것을.
내가 가지말라고 하면 안갔을까?
아니 그것부터가 시작이 아니다. 나는 내가 지금 무엇에 이리도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알기위해서 친구라는 단어조차도 생각하지를 안는다.
쳇바퀴돌듯이 무료하게 일상들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친구들이 그리워 졌다. 보고싶더란 말이다. 생각을 하기 위해 시간을 필요로 했던 나는 정작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체 몇날을 보내고 나서 벼락치기 공부라도 하듯이 친구들을 보기위해서 내혼자 친구들을 피했던 이유를 짜맟췄다.
저 밑바닥을 알려고 나는 나스스로를 자해했다. 질문에 질문을 던지고 난 후에야 겨우 난 결론은 생각보다 그럴 듯 하다.
우정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우정을 내 친구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은것에 대한 허탈함.. 나는 이 길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없이 실실거렸다.연락을 안했던 미안함이겠지.몹시 화가난 한 친구는 이런 나의맘도 몰라주고 내게 어줍잖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연락을 왜이렇게 안하냐는둥 친구도 아니라는 둥.
친구도 아니라는둥에 나는 발끈했다. 결국 전화통을 부여잡고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일방적이었다.다행이었다.한 두어시간이 지난뒤에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만나서 얘기좀 하자고.....생략...
나의 친구들은 무언가는 알고있다. 그렇지만 무언가는 모르고 있다.
그것이 가끔 나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