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집에 오고 있는데 육교에서 어느 아저씨가 토끼와 병아리를 팔고 있었다. 그 중에서 황토색의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귀여운 아기토끼가 가장 눈에 띄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6000원이었다. 어린 나로서는 6000원이라는 액수가 그리 적지만은 아닌 돈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야 그 토끼를 샀다.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부르기 쉽게 '래비'라고 지었다. 집에 데려와 보니 처음에는 잘 움직이지 않던 것이 한시간 정도가 지나니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저녁때가 되니 배가 고플 것 같아 오이와 과일껍질등을 주었다.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또 잠을 잘 때는 항상 내 무릎에 눕혀 재운다음 책상밑에 손수건을 깔고 뉘어주었다.
래비는 조그만 소리에도 잠을 깼다. 그래서 내가 연필로 글씨를 쓰기만 해도 얼른 깨서 내 발톱을 자기 먹이인양 물어 뜯었다. 하지만 내 손바닥에 올려놓을 크기만큼의 아기토끼여씩 때문에 아프기는커녕 간지럽기만 하였다.
래비에 대한 나의 사랑은 어무도 지극해서 아침에 눈뜨명서 학교를 갔다와서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래비를 돌보는 일과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여느 떄 처럼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왔다. 그런데 즐겁께 뛰어놀고 있을 래비가 없었다. 안방과 내방, 화장실, 거실, 부엌, 베란다를 모두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엄마, 아빠가 더 이상은 토끼를 집안에다 풀어 놓을 수는 없으시다면서 래비를 상자에 넣고 어디론가 보내버리셨던 것이다.
래비가 다른 곳으로 갔다는 말을 들은 나는 너무 화가나서 목이 꽉 메이고 또 슬펐다. 그렇게 귀여워하고 사랑해줬는데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니....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미웠다.
참을려고 했지만 참아지지 않았다. 뿌연 안개가 내 눈에 서려왔다. 참았던 울분이 터지면서 3시간 동안이나 집안을 미친사람처럼 기어다니며 울부짖었다.
지금도 래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그리움과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날 이후, 나는 먼 산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비록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래비는 나에게 사랑과 이별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사랑스러운 아기토끼로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