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현인 소크라테스는 일찌기 너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자기 자신을 알고 있을까요?
아니 남을 판단하기에 앞서서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 생각할 수록 부끄럽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나 자연의 현실에 대한 관심보다는 책을 통한 정신과 관념, 추상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정말 그런 지식의 세계을 이해하는 데 내 자신의 지력이 참으로 모자르다는 생각에 많은 열등감에 휩싸였습니다. 철학자들이나 대문호들의 글들을 읽으며 나도 그런 세상에 대한놀라운 혜안과 통찰력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그들의 책에서 논한 철학과 인생의 문제에 대하여 이해하기 위해서 애를 썼지만 저의 그런 지적열등감에서 비록된 욕망과 호기심은 잠시 끓다가 식어버린 냄비처럼 더이상 저를 그런 추상과 관념의 세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위대한 지성인들이 말했던 명언과 주장들에만 귀를 기울이려고 하면서 연예인이 오락프로에서 떠드는 수다들이나 세상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얘기들은 정말 얼마나 가볍고 또 저차원의 것이냐고 생각하던 그런 오만함은 지금 사라지고 지성인들의 관심대상인 어려운 철학적주제나 인생에 대한 통찰력있는 혜안보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평범한 시민들의 대화가운데서 그 지겹도록 매일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우리의 생활이 내가 경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임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론 감히 제가 주제넘게 현인들의 혜안이나 통찰을 두껍고 무거운 철학책과 문학으로부터 얻으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너는 아직도 무언가를 모르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으로부터 배울수 있는 지혜와 지식이 있고 현실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가 따로 있다고.
제가 세상 지성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저는 현실에게 더많이 손발이 고생할 거라고.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하지만 책과 현실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함을 성인이 된 지금 어렴풋 깨달았습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과거역사속에서 인간이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므로 우리는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의 오류와 실패원인을 찾아서 실패를 좀더 줄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책이 분명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과 진리를 말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가만히 현실과 자연 그리고 나자신의 내면을 쳐다보면 그런 교훈과 진리가 보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시력이 나쁜 까닭에 책이라는 안경을 쓰고 현실을 좀더 명확하게 보고는 있지만 이제는 인간이 광학의 원리를 통해 개발한 안경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냥 맨눈으로 현실을 보고 싶습니다.
현실을 더이상 뚜렷하게 볼수 없을것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세상을 그런 시력으로만 보려는 노력보다는
좀더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가 주는 자연의 느낌을 통해 하늘이 주는 음성을 듣고자 합니다.
정신분석학적관점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아이들을 있는 모습그대로 바라보며 그들이 말하는 바를 그 속에 있는 진실을 알기 위해 나의 닫혀진 귀를 열고자 합니다.
그동안 저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눈을 감고 귀를 열어 살아가고자 합니다.
헬렌켈러가 신이 당신에게 눈, 귀, 입중 어느것을 고쳐준다고하면 어느것을 택할것이냐고 했을 때 그녀는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얻고 싶습니다고 했던 그 귀를 저는 정말 신의 축복으로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은 귀머거리나 다름없었던 것입니다.
육체의 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베토벤이 귀가 멀었어도 위대한 교향곡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과 에디슨이 귀가 안들려도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것 그 내면의 귀를 저는 오랫동안 막고 지냈던 것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나의 현실에 귀를 기울이면 소리가 들립니다.
과거의 현인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천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심갖지 말고, 바로 네 앞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 나의 부모와 형제와 자매가 바로 네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라고.
나는 나의 동생들과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부모님 그리고 이웃들과 정말 얼마나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던가. 그들과 나에겐 얼마나 두꺼운 장벽이 놓여져 있었는지....
그 장벽은 관념과 추상의 세계를 향한 오만한 욕심때문에 내가 쌓아놓은 마음의 벽.
관념과 추상과 가상과 허구의 세계에서 돌아올때 현실의 해맑은 웃음과 때론 한숨짓는 내 주변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진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좀더 더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아야 할 것이다.
정상균
12.15
멋지십니다.
지성을 뽑내지않아도,
지성이 있으면 자연적으로 표현 되지요.
님의 글을 읽는데 자연적으로 지성적이란것을 느낍니다.
책과 현실은 정말로 틀리더군요.
특히 그것이 소설이나 시나리오라면 더욱 그렇지요.
그리고 철학책들도 그러할수도 있을지 모릅니다(잘 보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더욱 피부에 와닿더군요.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어쩔수 없이 주관적일수 밖에 없고,
그 사람이 자신의 세계를, 자신이 생각한 세계를 표현한 책이
정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한다는것은 어불성설일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성경일수 있겠네요.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 철학책이며, 진리의 소리라고
부르짖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것.
성경의 말씀은 맞는 얘기지만, 현실에서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내 뜻과 같이 하는 사람의 소중함과 가족, 친구의 귀중함이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일기 잘봤습니다.
12.15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받는 것처럼 기쁜 것도 없을 것입니다. 님 감사합니다.
저의 다소 주관적인 생각에 대해서 공감해주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님과 저는 여러 면에서 닮은 점에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님에 제게 주신 조언 " 자기를 인정하고 자신의 소리를 들어라"은 말씀에 자극을 받고
가만히 제 내면의 소리를 따라 기록해본 것입니다.
계속해서 일상의 삶에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고민해본 주제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어 보아요.
12.15
^^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새 들어 드는 생각이.. 우리가 이렇게 다들 배우는 것이 많은데;..
왜 사회는 나아지는 것이 없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분명 더 나아져도 모자랄 판에 자꾸 거꾸로만 가는 듯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죠..
공부의 방향도 점점 한쪽방향(돈 잘 버는?)으로만 치우치는 듯하고..
다들 누구를 위해 사나 모르겠습니다^^;;
박애주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닌건지... 하하하...
나를 알고..그리고 남도 좀더 잘 이해하는 그런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