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을 하며 우리는 그 이름도 오랜만인 '마니또'를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였던가, 중학교였던가 교복을 입고 있던 어느 시절에 어렴~풋하게 학년 초 행사로 마니또를 했던 것 같다.
일주일 동안 들키지 않고 잘 숨어 있다가 오늘 짠! 선물을 증정하는 거였다.
평소 친하지 않던 사람이 되길 내심 바랬는데, 동기가 내 손에 걸렸다.
커플 핸드폰 고리와 다이어리를 두고 잠시 생각했지만 역시 결론은 다이어리였다.
선물은 보통 자기가 받고 싶은 것이 약간 반영이 되는데 아무래도 이제 나는 '실용성'이 포함되어야 가장 좋은 선물로 치는 모양이다.
뭐, 어쩌면 커플 핸드폰 고리까지 해다 바치며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이어리를 고르는 일에 무려 40분을 쏟아 붓고 나니 그 선물을 마음에 들어할지 말지가 너무 기대되는 거였다.
이건 이럴지도 모르지, 저건 저럴지도 모르지, 아니 혹시 얘는 핸드폰 고리를 받고 더 즐거울려나?
선물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하는 기분이 참 오랜만이었다.
아주 친한 친구들은 생일이 다가오면 대놓고 뭐가 필요한지 물어본다. 생일 당사자가 먼저 요구를 해오기도 한다.
우리의 생일선물은 언젠가 부터 실용성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받는사람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으로부터 탈출을 했다.
그 대신 선물을 풀어보거나 전해주는 재미도 조금씩 줄어들어 버렸다.
선물을 고르는 동안은 정말 온통 상대방에 대한 생각만을 하게 된다. 어떤게 필요할까, 어떤 취향이더라? 그렇게 나는 40분을 나의 마니또 생각만을 온전히 했다. 비록 1시간도 채 안되지만.
한 가지 생각을 5분이상 하는 것도 흔치 않은 요즘의 나에게, 40분은 엄청난 시간이다.
또 내 생각만 하는 요즘의 나에게, 남을 위하는 생각으로만 시간을 채우는 일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는 얼마나 나만을 위하며 살았나, 또 얼마나 신중하지 않고 대강 살았나.
어, 정말 선물사다가 문득 그것을 깨달았다.
친구는 내가 고른 다이어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웃었고, 심플한 자신의 취향을 기억해 준 것을 고마워 했고 평소보다 나에게 친절해졌다. 하하
그것이 나에게는 또 선물이 되었다.
아, 주는 게 행복하다는 말이 맞다.
주는 게 '더'라고는 아직 못하겠는 걸 보니까 아직 수양이 부족한 모양이다.
뭐, 그래도 받는 것 '만큼'이라고는 말 할 수 있다!
올해는 참 추억의 경험들을 많이한다.
보물찾기,,마니또,,
마니또. 마니또. 어감이 좋다. 마니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