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앞에 세워져 있는 차에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지금이 겨울이었던가.. 후후..
바람은 차가웠지만 한겨울의 그것과는 다른 향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추운걸 유난히 싫어하는 난 목도리까지 두르고 나왔다.
정류장에서 목이 다 드러나는 니트에 얇은 가디건 하나만을 걸친 한 여자를 보며
'어우.. 이렇게 추운데.. 미쳤어..미쳤어.'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춘삼월에 쌓인 눈도 미쳤다.)
가죽재킷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나온 내겐 당연한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온통 하얀 옷을 입은 먼 산이 보였다.
반가웠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에는 그곳을 바라보며
어서빨리 연두빛 옷으로 갈아입기를 바라고 또 바랬었는데..
무슨 심산인지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그 산이 반가웠다.
곧 연두빛 옷으로 갈아입을테니까 하얀 옷 입고 있는 나를 잊지말라는 당부 같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버스를 놓칠 뻔했다.
뿌옇게 입김이 서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곳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래.. 하얀 옷 입고 있는 널 오래오래 기억하마.. 어디 가지 말고 항상 거기 있어라..\"
(그런데 어쩌지.. 내일 도시락 싸갖고 소풍가기로 했는데... 내일은 정말 추우면 안되는 날인데... 안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