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월 27일 화요일
친구야!
내일은 학교에 간단다.
개학은 아니고, 반편성을 위해서야.
선생님이 영어, 한문 숙제를 내주셨는데 오늘은 영어와 한문을
한번밖에 못 썼어.
내일 숙제를 가지고 갈 용기가 나질 않아.
그래서 내일 숙제를 안 가져 가려고 해.
봄 방학인데 무슨 숙제람!!
친구야! 넌 내마음 아니?
나는 이런식으로 숙제를 내준다고 해서 공부하는데 득이 된다고는 생각 안해.
오히려 숙제를 안하다가 벼락치기로 숙제를 하면
글씨 쓰는데만 정신이 팔려 아무 공부도 안 되거든.
글씨 공부만 하는 셈이 된다구!
새롭게 2학년을 맞이 하려는 것을 보니..두려움이 앞서..
2학년때는 공부를 잘 할 자신이 생기지 않아서.
지금 내가 한심 스럽지?
너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큰 문제거든.
나는 노력할거야.
참,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줘.
하느님, 내일 제가 숙제를 일부러 안 가져 갈건데
아이들과 선생님께 거짓말을 할지도 몰라요.
그러면 한번만 눈감아 주세요.
그 댓가로 착한일 한번 할께요.
부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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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은 일기장에서 보이는 내 모습이 정말 재미있어요.^^
그때는 참으로 심각했는데 지금와서 보면 우스워서 웃음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