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지독히도 눈이 내렸다.
-- 솔직히 말해 내가 사는곳은 눈구경 하기 힘들었지만. (-_-;)
아무튼 올해는 지독한 추위를 동반한 하얀 가루가 하늘에서 미친듯이 흩날렸다.
눈이 왔다.
뉴스에서 나오는 대관령이나 이런 곳은 정말 지독히 왔었다.
1M가 넘는 눈이라니..
상상조차 안될 정도였다.
(나는 5cm 쌓인것두 못봤다.)
아무튼 이곳도 눈이 왔다.
솔직히 쥐꼬리 만큼 왔다.
작년이라면..
2000년 이전의 나라면 쥐꼬리만큼 온 그 눈에 흠뻑 취해
완전무장을 하고서는 밖에서 뭐 빠진 강아지마냥
날뛰었을꺼다.
지독히도 나는 눈을 좋아했다.
첫눈 내리는날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믿으면서
첫눈 내리는날은 더욱더 미친듯이 좋아했었다.
그러던 내가 눈이 싫.었.다.
이유라든지.. 그런거 없이.. 그냥.. 그저..
도시에 눈이 와봤자 다 그게 그거다.
예전에는 못느꼈을 그런 눈의 모습이
이번에 내린 눈에 아리듯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하얗게 고결하고 순수한 모습처럼 바닥에 곱게 앉아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흙탕물이 되고 마는 하.얀.눈.
구두발에 짓밝히고 차 바퀴에 깔리면서
어느새 하얀 눈은 검은 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이상 눈에 대한 감상은 지났나보다.
1999년과 2000년 사이에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사이에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부류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메마른 정서에
하는 소리는 다 그게 그거.
모두 거짓말.
어/른 이라는 존재가 되었다.
감정이라는게 조금씩 무디어지며 내가 메말라 가는걸 느끼며.
나는 그렇게 싫어하던 부류의 인간이 되어있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다 마찬가지인가보다.
회색숲에 둘러쌓인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메말라가는건가..
도시의 눈이란 다 그런 존재였다.
언젠가.. 한적한 시골에서 눈뭉치도 뭉쳐가며 재미있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눈사람도, 눈싸움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너무 커버렸고
별거 아닌 나의 꿈은 이제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서글프다.
1999년까지만 해도 있었던 "동심" 이라는 것이
2000년을 거쳐 2001년이 되는 이순간 나에게는 없다는것이.
나이는 아직 어린것 같은데
이미 너무 말라버린 내 마음이.
아직은 만화책 보면서 눈물도 흘려보고,
비 오면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을 가져도 될것 같은데.
도시 속에 내린 눈이 내 마음을 앗아간것 같아
괜히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고 마는..
그러나 아직 '소녀' 의 몽상이 있어서
서글픈 무게를 조금 덜어주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