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관하여
1
머리 나쁜 놈이 바둑 잘 둘 수 없고
머리 좋은 놈이 바둑 못 둘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머리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놀이이다.
바둑은 인간이 만든 놀이 중 최고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죽하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질 않는가?
놀이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 감히 잡기라고
말할 수 없는 묘하고도 심오한 그 무엇이 있다.
바둑의 역사를 보면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대략 삼국시대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로 넘어와서는 귀족계층뿐만 아니라
일반사람에 널리 보급되었다.
조선시대는 바둑의 쇠퇴기로 볼 수있다.
조선의 건국이념은 유교였고 혁명주체 세력들은
고려말엽의 부패와 혼돈에 바둑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종 때부터 궁정과 귀족사회에 다시 퍼져
차츰 일반인에게 까지 보급되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백남규, 노사초가 국수의 명맥을
유지했고, 해방 이후에는 일본기원에서 수업한
조남철 초단이 현대 한국바둑의 초석을 닦으면서
1955년 사단법인 대한기원(지금의 한국기원)이
발족되어 본격적인 부흥작업에 들어갔다.
1962년에는 바둑전문잡지(기원)이 개인의 손으로
창간되었고, 1967년 한국기원에서도 '월간바둑' 을 창간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954년에 전문기사를 배출하기 위한 입단제도가
처음 실시되었다.
해방 이후 한국 바둑계의 흐름을 크게 나누어보면
조남철, 김인, 조훈현, 서봉수를 거쳐 이창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바둑 인구는 약 80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 인구는 날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
요즘 바둑을 두면서 새삼 느낀다.
한 집 한 집 피 말리는 반집 승부가 있는가 하면
대마가 이리저리 얽혀서 초반에 승부가 결정될
전투적 승부가 있는가 하면
초반에 승기를 잡고는 이건 그냥 편하게 두어도
백퍼센트 이겼다 라 생각되었던 판이
그만 그 자만에 어처구니없게 역전패를 당하고는
판이 끝나는 순간까지 신중히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의 판이 있는가 하면
바둑은 그대로 인생의 축소판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바둑유단자는 자연히 인성을
갖추게 되기에 그 사람의 인격과 직업관이든
사람을 쓰임과 봄에 있어 그가 바둑유단자라면
괜찮게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바둑게임을 접하게 되어
바둑머니를 놓고 서로 게임을 하면서 일정 승수를 쌓으면
승급이 되고 패하면 강등이 되는 컴퓨터가 알아서 급수를
정해 주는 등 이런저런 세세한 부분까지 잘 만들어서
그런지 흥미가 더해지는 것이 한 아마 4단까지는
목표를 두고 배워볼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있는 것이다.
바둑을 여러 판 두고 있으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이지? 란 생각이 드는 것이
그 멍하고도 허한 기분 때문에 4단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4단이 프로 1단이기에 그 상징적인
의미로서 목표를 가졌으나) 아무래도 바둑의 좋은 점도
있다마는 이런 단점이라면 단점이 있는 것이다.
(너무 재미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단점)
어떨땐 이 바둑은 인간이 만들지 않고 저 별나라의
이를테면 시공간의 그 무엇의 제약을 받지 않는
그것을 초월한 외계인이 만들어 인간 세계에 퍼뜨리지
않았나 그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오묘한 것이 아무것도 안하고 몇 날 몇 칠,
아니 몇 달, 몇 년이고 바둑판 앞에서 도끼자루와 같이
세월이 썩어가는 줄도 모른 채 나로 하여금
멍하게 만들게 하니 말이다.
위 역사 속에서의 고려와 조선의 그런 대비되는 현상이
그대로 잘 나타나지 않는가?
좋게 보면 분명 좋은 점이 있고,
또한 안 좋게 보면 안 좋은 점도 있기에 말이다.
아무튼 바둑이 나로 하여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고
하는 것이, 하기야 이와 같은 생각과 경험 한번 안 해보고
어찌 삶과 사물을 논할 수 있으며,
철학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그동안 한 보름간 나로 하여금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바둑 얘기 한번 해봤습니다.
미스테리?
어떻게 이곳 수필란에 2년 동안 글이 없었던 거죠?
근데 조회수는 많고?
정말 이상? 귀신의 장난?!?!
사람 없나요?
댓글 좀 남겨봐요?
http://blog.naver.com/oikyo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