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의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 풍경이다. 그 푸른 빛을 배경으로 두껍게 깔린 샛노란 은행잎들이 현표의 운동화를 덮고 있다. 가을이 되면 명지대 입구까지 이어지는 날씬한 은행나무들이 멋진 이 길을 자주 걷는 현표다. 며칠 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쉬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데 “현표야, 넌 어떤일을 하는것이 너한테 좋다고 생각하니?” 아빠께서 한숨을 담아 그렇게 물었다. 현표는 대답을 해 보려고 잠깐 생각했는데 그런데 요즘은 정말로 이상하게도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은행나무의 가지런하고 쭉 뻗은 모습이 현표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듯한 불안과 솔직히 원하는 길을 가기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현표의 오늘과 내일이 발걸음을 항상 늘 무겁게 한다.
요즈음 들어 꽤나 한심해 보이는지 늘 안타까워도 아무 말씀안하시고 그저 현표의 생각을 존중하여 들어주시던 엄마도 오늘 아침에 “너는 어떤것을 목표로 하고 있니?”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계속해서 물어보신다. 요즘의 내가 그렇게 한심했나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글쎄요..... 내년 대입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는데....” 머릿속에서 이런생각을 했다. 사실 엄마의 질문이라서 미안함을 담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앞날에 대해서는 막연한 생각뿐이였다. 이마트 앞을 지나 갈색 지붕이 눈에 띄는 카페을 지나면서 오른쪽으로는 노란 은행잎들이 비처럼 내리고 왼쪽으로는 소나무와 여러 색의 단풍나무가 계속 되었다. 정오 쯤 해서 이런 저런 마음으로 시작된 산책이었다. 그런데 저녁나절 명지대 건물 머리에 노을이 번져갈 즈음에야 현표는 그 길의 끝에 당도했다.
보통 때였으면 1시간이면 충분한데 ....... 엄마와 아빠가 그런 똑같은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시기임을 말을 안했지만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나보다 하고 현표는 생각했다. 이 길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똑같은 길로 집에 내려 갈 때는 저 가을 하늘만큼이나, 저 샛노란 은행 나무 만큼이나 현표만의 색깔과 길을 정해서 현표의 삶도 그렇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