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물같이 잔잔한 감정을 갖고 싶습니다.
바람이 불면 성난 파도가 되기도 하지만
밑은 고요히 잠들어 있는 바다의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내 마음의 노랫소리가 전해질 수 있는
영혼과의 교감을 갖고 싶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나의 또다른 짝을 찾아
망망대해를 헤매다가 무인도에 표류할지라도
떠나는 기쁨을 맛보고 싶습니다.
소리쳐 부르고 싶습니다.
공허하게 메아리로 되돌아와 내 가슴속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길지라도
사랑하는 그대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고 싶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게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부끄러움에 붉어지는 얼굴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붉게 물드는 낯빛이 되고 싶습니다.
뜨거운 태양으로 소금을 말리듯 내 뜨거운 사랑의 열정으로
차디찬 가슴을 가진 그대의 빛이 되고 싶습니다.
달빛 드는 창가에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사랑할 줄 모르는 자신을 마치 잘난 사람이라도 되듯
내세우는 그대의 가슴에 사랑의 노래를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자신과 같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주었던 그 많은 것을 나누어줄 수 있도록
사랑의 눈을 뜨게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얼마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울타리를 치고 있는지
그대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받으려 손을 내밀고 안절부절 못하는 어리석음 보다
나누어줌으로써 배우게 되는 행복이
더 값지고 귀한 것임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건 자기에게 일이 있다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
얼마나 값진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절망하는 가슴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분노하는 가슴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고독을 아는 삶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절망 속에서 일구어 낸 결실이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라는 걸 알게 하고 싶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사람을 보거나 바르지 못한 일을 행할 때
모른 척 외면하는 비겁한 사람이기 보다,
진정 분노하는 눈과 가슴이 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낙엽 지는 늦가을에 일상의 자기 생활을 돌아보며
깊숙이 침몰할 줄 아는 자기만의 고독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거짓으로 아무리 치장해도 진실은 항상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걸 알게 하고 싶습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결실의 축복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진실이란 단어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값싸게
내동댕이쳐지고 있는지 눈뜨게 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안일의 방관자가 아닌,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책임의식을 가진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일꾼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누군가로부터
그런 상대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