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초읍도서관.
나의 아지트.
줄곧 나의 은신처였던 곳.
복작복작 사람 많은 장소에 폭 파묻혀 있으면 괜스레 내 마음만 겉도는 것 같을 때 을숙도를 사부작사부작 걸으면서 “철새야 안녕?”을 남발하다 보면 세상 모든 새떼는 내 친구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낙동강을 옆에 끼고 걸으니 용두산 공원에서 비둘기 똥 맞으면서 “비둘기야 안녕?” 하는 것보다는 덜 청승맞은 기분이기도 하고, 사람도 적고 철새도 드문드문 보이니 떼로 안녕하는 비둘기보다는 좀 더 심도 깊은 안녕을 나눌 수 있는 점이 매력이었달까.
세상사 시간은 내가 다 짊어진 것 같을 때 도서관에 들어앉으면 작가가 “내 건너건너 아는 사람 이야긴데 말이야...” 하고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 쫑긋하고 듣고 있는 기분이라 정신차리고 보면 버거웠던 시간은 훌훌 떠나고 가벼워진 어깨를 들썩이며 집에 오면 기분이 그만이었다.
역시 살기 좋은 도시 부산, 훗.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곳.
아무리 돌아다녀도 도처에 사람이 복작복작하거나, 너무 멀거나, 뚜벅이로는 갈 수 없거나.
이렇게 넓고 넓은 땅덩어리에 어쩌면 이다지도 없는지.
결국.
여태껏 발이 바빴는데 이젠 손가락이 바쁘다.
손가락만 바쁘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허우적허우적 손가락 헤엄.
괜히 손가락만 꼬물거리다가 문사가 인터넷 문사가 아니라 문사동네나 문사공원이었으면 싶기도 하고.
문사카페...면 창피해서 못가겠지, 히히.
아 뒤숭숭.
갈 데도 없고, 갈 수도 없고.
해가 쨍한데, 쨍한 해가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