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삼십년 넘게 함께 해온 M집사 내외분과 함께 네사람이, 시간이 없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자주 오르는 성남 서울공항 앞 인릉산(고도327m)에 오르기로하고 자양아파트 앞에서 2412녹색버스를 타고 11:20분쯤 출발, 25분후 성남시 오야동 효성고등학교 앞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완연한 가을 볕에 잎사귀들이 반짝이고 살랑이는 가을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춘다. 들머리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줄기에 닿았을 때는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했고 빽빽한 나무사이로 길게 뻗은 산길을 걸어갔다.
군데군데 위력이 크던 태풍 곤파스의 잔해가 남아 있어 넘거나 돌아서 갔다. 그러나 산행에는 큰 장애가 되지않았다. 전쟁 뒤에는 고요가 깃들듯이 태풍과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도 오직 평온만이 함께하고 있으며 간간이 나타나는 산사람들의 모습이 서로의 인사 속에서 다정해보였다. 작은 산이지만 능선이 동서로 길게 뻗어 정상까지는 한 시간 십분쯤 소요되겠으나 오늘은 워낙 느긋한 발걸음이라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되였다.
이제는 고도와 속도를 낮추고 되도록 산에서 머무는 시간을 길게하려는 것이다. 사십분만에 전망바위에 도착했는데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서울근교의 산들과 도시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을 그린듯 조화롭고 미려한 한 폭의 그림이였다. 네사람이 함께 바라보는 조망은 우측으로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옆으로 북한산과 앞으로는 왼쪽에 구룡산과 오른쪽에 대모산, 그리고 왼쪽 뒤로 관악산과 그 앞으로 청계산이 눈앞에 보이고 우리가 오르고 있는 인릉산 끝자락이 청계산 원터골쪽으로 길게 꼬리를 내리고 있다.
두세번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갈래길이 나왔다. 앞으로는 정상길이고 오른쪽은 약수터 길이였는데 오늘은 약수터에 들리지 않고 곧바로 정상에 오르기로하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가다가 멈추면서 일행이 뒤떨어지지않게 속도조절을 하면서 나아갔다. 언제나 경사도가 가팔라지면 정상이 가까웠는데 이 작은 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흥을 돋우기 위해 M집사님에게 앞서라고 하면서 정상을 먼저 밟으라고 했다. 정상에 첫발을 디디면 상쾌하고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다 가진것 같은 넉넉함을 느끼고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 M집사님이 정상에 첫발을 디딘 다음 함께 정상 사진을 찍었다. 찰칵! 영원한 우정의 순간이였다.
하산길은 오던 길로 가되 계곡을 타기로하였다. 지난 기습폭우에 길이 파인데가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밤송이가 떨어진 곳에 멈춰 작은 알맹이가 흩어진 것들을 줏으면서 가을을 줍는듯 천천히 계절을 음미했는데 저 아래 서울공항 활주로가 시원스럽게 펼쳐저 있어 마음마저 넓어 지는것 같다. 어느덧 가을해는 서산으로 뉘였뉘였 지고 산 그림자가 조금씩 내려 앉아 아담한 마을을 저녁 빛으로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