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의 건물에 옥탑방까지 있는데다 무슨 민박이라는 이름을 단 간판이 길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오년전만해도 허름한 건물들이 듬성듬성 있는데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할정도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뒷산도 있었고 거미줄만 가득한 폐허도 있었다.
그런 시골길에 민박촌이 생긴거다. 누구도 예상 못했을거다. 이런 건물들이 들어서리라곤..
우리 집도 그 건물중 하나다.
그토록 원하던 2층 집이다. 바다가 보이고 비록 다락방은 아니지만 옥탑방도 있다.
내 그림에 항상 등장하던 그런 집이다.
그러나.. 난 이 집이 너무도 싫다.
생각해보면 구질구질한 추억인데도 난 오래전 내가 살던 그 집에 다시 가고싶단생각을 날마다 한다.
그땐 이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볼것없는 어촌에 불과했다.
우리 집은 바닷가에서 약 십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고
뒷곁엔 커다란 고목 감나무가 심겨져 있었고 화장실도 푸세식이였다.
매년 여름 방학과 동시에 우리들은 책상이며 모든 짐들을 마루 한켠에 붙어있는 광에 모두 옮겨놓았다.
빛이라고는 내 얼굴보다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것이 전부였다.
쌀냄새가 풀풀 나는 그 속에 있노라면 나는 작은 생쥐가 된 기분이었고, 그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 냄새를 맡으려고 일부러 그 어둔곳에 있었고 그럴때면 난 숨겨진 느낌이 들어 그곳을 너무도 좋아했었다.
그때는 민박집이 별로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 집에도 심심치 않고 손님이 찾아들었다. (물론 우리집은 민박을 하지 않았었다.)
손님들이 오면 나는 광 문을 연채 빼꼼히 눈을 내밀고는 그들을 훔쳐보았다.
서울 사람들은 어찌나 하얗고 이쁘던지,,
더군다나 멀리 여행을 떠나본 적 없던 나에겐 그들은 외국사람과 같은 존재였다.
따로 밥 지을곳이 없던 그들은 마당 한켠에서 불을 피워 밥을 했고 처음으로 맛있는 카레를 얻어먹기도 했다.
어찌나 그 카레가 맛있고 꿀맛이던지 지금도 그때 그맛을 잊을수 없을 정도다.
그때의 우리 집은 지하수를 쓰고 있었는데 무더운 여름철에도 소름이 쫙쫙 끼칠 정도로 차가운 그런 물이어서
체격 큰 남자 어른들도 덜덜 떨며 물을 끼얹는 모습이 우스워 몰래 웃기도 했었다.
그렇게 손님과 우리는 한가족처럼 지냈고 짧은 시간 지내고 그들이 갈때면
너무도 허전하고 서운해서
나는 손님들이 갈때면 그 어두운 광에 들어가 생쥐마냥 쪼그리고 앉아 있곤 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십여년 후의 지금.
손님들이 너무 얄밉다.
물론 그때의 시골 인심을 기억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 실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도 그들 못지않게 실망을 하곤 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얄미워질때마다 나는 그때 그 쌀냄새를 기억해낸다. 상상속의 그 냄새를 맡으며
나를 위로하고는 그 미움을 조금씩 없애간다.
지금도 난 그때처럼 작은 생쥐가 되어 쌀포대 구멍을 뚫고 콧구멍을 집어 넣은채
계속 킁킁대는 중이다.
오늘도 나는 그들이 얄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