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제조된 꿈
언제부터인가...
내 손바닥 위에는 꽉꽉 뭉쳐버린 실꾸러미 한 개가 놓여있었다. 내 마음 속의 복잡하게 흘러가는 감정이라는 실꾸러미가 말이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그 엉키디 엉켜 풀기에는 너무나 어려워보이는 그 실꾸러미를 집게 손가락을 살짝 벌려 그 끝부터 차근차근 풀어보았다. 막상 하나, 하나 그 복잡하게 엉켜버린 매듭에 실없이 짜증이 나서 가위로 단숨에 잘라보고픈 생각도 들었으,작은 기대감. 그것 하나에 나는 어쩌면 가장 실없이 시간을 보내는 풀기 힘든 실꾸러미를 푸는 일을 손수하게 되었다. 누가 봐도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그 실꾸머리 속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을... 왜 그런 기대감이 조금씩 들었을까 ? 실꾸러미를 다 풀고나면 내가 원하는 조그마한 무언가가 나를 반겨줄 것이라는 그런 작은 기대감이 생겨났을까 ? 여러 의문을 가졌지만 나의 손가락은 어느세 실꾸러미와 함께 그 깊숙한 실들 사이에 엉켜있었다.
얼마나 시간의 강이 흘러갔을까 ?
어느세부터인가 내 손바닥에는 그렇게 단단하게 뭉쳐보이던 실꾸러미는 보이지 않고 얇은 얇은 한 줄의 실이 흐드러지게 내 손바닥 위에 사뿐히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 작은 기대감으로 바라본 그 무언가가 있을 법했던 그 실꾸러미의 속에는 아무것도..보이지 않고 그저 한 줄의 실만이 내 손바닥 위에서 그렇게 놓여져 있었다.
작은 기대가 실패로 돌아갔을때의 허무감이라는 공백은 이렇게도 큰 것인가 ? 점차 조금씩 부풀어 오른 허무감과 자책감이 속절없이 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겨우 이런 것인가 ?
처음부터 그래왔었다. 어렸을때부터 그렇게 남들에게 버려졌었다. '무엇 때문에 ?'. '어떤 이유로 ?', '누구의 잘못으로 ? '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나를 떠나갔다. 분명 나의 잘못으로 그렇게 흘러가버렸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에게 어떠한 해명의 시간도 주지못했다. 어쩌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내린 최후의 결정일지도 모를 그들의 판단을 내가 도리어 오판해버려, 매정하게 나를 버린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그래도 믿었다. 그녀의 집 앞에서 억지로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한번의 기회만은 남겨달라고 사정을 하며 애원을 하며...그러다가 지쳐서 집 앞에서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세 밝아오는 햇살과 함께 내 앞에서 웃으며 용서해 줄 것 이라고 그러나.. 그 조그마한 기대감은 바람에 흘러가버리고 아침이 밝아오면 내 주위에는 그렇게 기대했던 그녀가 오지 않았음을 결국 조금만이라도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그렇게 현실이라는 냉혹한 단어만이 나를 반겨줄때 밀려오는 고독감과 후회감은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
여기까지의 생각의 끝이 다다르면 어느세 나는 낮익은 내 방 조그마한 침대 구석에서 눈을 뜨게된다. 그러고는 천천히 식어가던 몸을 일으켜 저 건너편 문을 열고 저 멀리서부터 내 발밑까지 이어져있는 차가운 복도로 나오게되면 어리석게도 너무나 어리석게도 지금까지 고민했던 기억들은 다시 한 발자국 그 걸음을 멈추게 된다. 과거의 일이기에 ? 미래의 또 다른 조그만 기대이기에 ? 결국 지금 내 앞에 놓여진 오늘의 일과들이 먼저 보이기에.. 나는 그렇게 과거의 추억, 아픔과 훗날의 기대, 희망들을 오늘 저녁의 침대까지 끌어내려버린체, 그렇게 오늘의 일과들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나는 그래서 이기적이다..
내일은 무엇을 할까 ?
어제는 무엇을 했었나 ?
다음 달에는 무엇을 할까 ?
지난 달에는 무엇을 했을까 ?
앞으로 무엇을 할까 ?
예전에는 무엇을 했었나...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과거와 기억, 받기위해 존재할 미래는 지금 내 앞에 닥친 현재라는 1분 1초의 시간에 의해 잠식되어가는 것이다. 이런 내가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을 걸을 수 있을까 ?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또 다시 생각의 끝으로 내 몸은 사뿐히 안착하였다. 낮익은 내 방의 풍경이 끝도없이 나의 눈동자 속에 들어왔다. 어제 밤, 그렇게 마셔버린 술 탓인지 무거워진 머리와 몸을 일으킬수록 느껴지는 배 속에 남아있는 역겨움에 고개를 저어보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기분만이 더러워질 뿐이었다. 잠시 그렇게 꿈틀거리던 사이 내 작아진 눈동자에서부터 침대 테이블 옆 약간 빛이 바랜 탁자 위에 적힌 메모를 보게 되었다.
-오늘 8시까지 출근해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가능하면 오늘 아침 신문을 보시면 8시에 시작할 시행 사항에 대해서 이해하실듯 있을 것입니다. from 산케이 ps 가지고 계시던 인형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휴우......."
새하얀 쪽지를 고히 접어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고 깊은 한숨을 쉬어보았다. 점점 무거워지는 머리가 거북스러웠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자리에 일어나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가지들을 입고 가방 속에 오늘 자 석간 신문을 조심스레 집어넣고는 조금은 성급한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야했다. 급박한 현실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 천천히 현관문을 잠그고 나를 반기는 아파트 복도 창문들에서부터 쏟아지는 누런 햇살을 잠시 바라보았다.
자, 오늘은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 또 3분만에 꿈을 제작해 볼 시간이다.
오늘은 또 어떠한 꿈을 가지고 나서야 할까 ? 간단하게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서도 내 가슴 속에서 뜨겁게 자리잡을 어떤 인스턴트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