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갈등
꿈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
까? 가끔 멍하니 있을 때면 문뜩 이러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아무런 제한된
답도 없는 질문들....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나는 내 마음대로 답을 단정지어
버린다. 나의 꿈을 웹디자이너이고, 웹디자이너를 하며 작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살아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웹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라고 이렇게 누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확실한 답도 아닌데 이것이 답이라고 최면을 걸듯 혼
자서 단정짓고 믿어 버린다.
어릴 적부터 신기하거나 부러웠던 것이 있으면 무조건 꿈이라고 여기며 엄
마를 졸라서 꼭 배우려고 했던 나이다. 피아노, 미술, 속셈, 글짓기.....등등 친
구들이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부러웠고 무조건 하려했다. 하지만 전부다 오
래 동안 배우지 못하였다. 금방 실증을 느끼거나 또 다른 것을 보았기 때문
이다.
중학교 2학년 때쯤일까? 검도를 배우고싶어 엄마를 조르고 있던 도중 컴퓨
터의 어느 사이트에서 축전이라는 신기한 것을 보았다. 그림에 글씨가 깜박
거리고, 작은 무늬들이 빛을 내면 반짝거리는....아름답다고 표현을 해야할까?
마치...불꽃놀이를 보는 듯한..무엇인가에 홀린 느낌..... 순간..문득 드는 생
각..."나도 저거..만들고싶다..." 또다시 시작된 호기심...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았고, 그것이 포토샵이라는 프
로그램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순간 나는 또다시 검도에서 꿈을 웹
디자이너로 바꾸어 버렸고, 엄마에게 조르고 있었다. 그때는 참 순진했던 것
같다....웹디자이너가 축전만 만드는 줄 알고 있었으니까....얼마나 졸랐을까..?
엄마는 마지막이라며..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학원에 등록 시켜주었다.
학원에서 상담을 했을 때 내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 내 순진함이 산산히
조각나버렸다. 웹 디자인을 하려면 포토샵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드림
위버, 페이지메이커......등등 여러 알 수 없는 프로그램들을 다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문뜩..'내가 이런 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렵다...하기 싫
어'...등등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한마디도 말할 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엄마가 무서웠기 때문에...마지막이라고 했기 때문에....어영부영 학원등
록이 끝나고 첫 수업시간..컴퓨터로 하는 것이라서 그럴까? 초기라서 그럴
까? 1달 동안 즐겁게 다녔다. 그리고..2달째..2달째에는 필기수업..내가 지금
하고있는 것이다. 1시간30분 동안의 자장가로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와의
싸움.. 차츰 지겨움을 느끼고 있다. 전 같았으면 수업시간 2O분전에 와서 빨
리 수업하자며 졸랐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점점 늦게 가고 있다. 벌써 위기
가 온 것일까?
요즘 들어..'정말 나는 웹디자이너를 하고 싶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이런 생각 속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또다시 최면을 걸
고 있는 나... 이번만큼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여태껏 한번도 지켜
보지 못한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친구들 다하는 것을 나 혼자
못 한다는 것이 분해서 이기도 하지만.. 오래 동안 시베리안 벌판처럼 얼어
붙은 나의 파라 다이스를 웹디자이너란 꿈으로 녹이고 싶었기 때문에 포기
할 수가 없다. "배우는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다." 얼마
전 국어 시간에 이 말을 떠올리게 한 글을 보았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께서 글자를 배우신다는 글이다. 할머니도 나처럼 배울 때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글씨를 잘 쓸 수 있게 되었을 것
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나도 포기하지 않으면 멋진 웹디자이너가 되어있을지
도...
내일 아침에 되면 나는 또 한 걸음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걸어갈 것이다. 오
늘은 평소보다 더욱더 내 자신을 깊이 되새겨 보았으니까..내일은 조금 더
기쁘게 하루를 보낼 것이라 생각하며 늦은 밤..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