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평상 시보다 한 시간 삼십분이나 더 일찍 일어난 것이다.
머리를 감고 말린 후, 정성들여 화장을 했다.
기분 좋은 약속을 위해 화장을 할 때는 피부도 함께 기뻐하는 중인지 화장도 유난히 잘 먹는 편이다.
오랜만에 아침에 밥을 했다.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는 도시락을 꼭 싸야 했고, 전날 해놓은 묵은 밥은 싫어했던 이유로
공부하느라 피곤했을 그 시기에도 난 아침마다 꼭 밥을 새로 해서 도시락을 쌌었다.
졸업 후 회사라는 데를 다니면서는 이제 더이상 새벽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아침까지도 굶고 다녔는데.. 오늘 아침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밥이란 걸 오랜만에 한 것이다.
쌀이 읽는 냄새는 참 달작지근하다. 따뜻한 냄새..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무슨 노래를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아침 내내 기분이 좋았다.
김치볶음밥을 하면서도.. 햄과 치즈를 잘게 다져 섞은 주먹밥을 만들면서도..
내내 흥얼거렸다.
정성스레 만든 도시락을 보며 즐거워할 사람을 떠올리며 참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어떤 것을 위해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내가 오늘을 위해 아침 내내 들였던 정성..
어머니가 나를 위해 들였을 어젯밤의 그 정성스런 삼계탕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잉크 꾹꾹 눌러 쓴 편지도..
당신이 미래를 위해 들이고 있는 지금의 그 정성스런 시간들도..
모두.. 분명 즐거운 정성일 것 같다.
두 시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