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1부. 아무것도 없다 - 조나단이.
브라운에게.
브라운 오늘은 너에게 묻고 싶은것이 있어서 너를 불러봐.
기억나니?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는 큰 좌절감에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심지어 움직이지도 않았어, 드넓던 평지가 사라지고 이제는 고작 5분도 마음껏 달릴수 없는 이 곳에서 나는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흘렀을때 너는 쌓여있던 건초 더미에서 한웅큼을 가져와 내 앞에 던져주었지.
'먹어'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어. 입으로 담을수 있는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먹고 싶었는데도 굳이 참았던것은이곳의 그 어떤것도 내 마음속 공허를 채울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러지 못할바에는 내 안에 아무것도 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할수만 있다면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조차 막아버리고 싶었어. 다 죽어가는 눈으로 너를 노려보았지만 너는 아무말 하지 않았어.
그렇게 30여분.. 너는 내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지.
'자유롭고 싶어' 쥐어 짜는듯이 뱉은 내 한마디에 너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어.
'먹어'
왜 그랬을까.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나는 부들부들 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건초더미에 다가가서 입에 넣고서 씹기 시작했어. 나는 입으로 건초를 씹는동안 계속해서 눈물이 났어. 왜냐하면 아무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이 행위가 나를 달래주고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줄곧 너에게 내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는 했었지, 이 목장에서 벗어나면 나는 언덕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향해 끝없이 달려보겠다고, 태양이 영원히 지지 않도록 쫓아가보겠다고. 하지만 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어. 내가 너를 브라운이라 부르게 된것도 그 즈음이지 않았을까, 아무런 선명함도 보여주지 않는 니 모습이 내게는 그렇게 보였거든.(그것이 내가 너를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금 나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목장의 언덕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엎드려 있어. 이곳에는 나를 가둬두는 울타리도 매일 나를 지켜보던 목장 주인도 남아있지 않는데...
그날은 저녁노을이 비치던 즈음부터 예사롭지 않았어. 육감이라고 해야 할까, 항상 목장을 지나가던 먹구름과 바다바람이 낯설어 보였거든. 늦저녁부터는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더니, 기어이 한밤중에 목장주인이 나를 깨우더라고. 나를 끌고 가려고 하는듯이 보였는데 바람이 너무 강하게 몰아쳐서 쉽지 않았지. 말없이 따라 갈까도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목장 주인이 황급하게 빠져나가고 곧이어 마굿간이 무너져 내렸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파도소리에 눈을 떠보니 건초더미가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위의 기둥을 지탱해주고 있었지. 사실 그 순간에는 무척이나 놀랐었는데, 너에게 말을 전하려는 이 순간에는 그때의 감정을 전하기가 쉽지 않아. 그럴만한 힘이 없거든.
브라운, 모든게 사라졌어. 니가 좋아하던 그 소녀도 보이지 않고 목장 주인도 다른 동물들도.. 내가 의미 없어 하던 목장 그 자체가.. 내 자유를 빼앗아간 모든 것이 사려진거야.
브라운, 한동안 나는 미친듯이 달려보았어. 내 다리로 박찰수있는 땅이 있는곳은 어디든 달려보았지.
어땠을것 같아?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내 자유를 막은것은 목장이 아니였으니까..
지금 니가 나를 본다면 뭐라고 말을 할까? 아무말 하지 않겠지..
브라운,
사실, 너에게 꿈을 이야기하던 그때가 나는 가장 행복했던것 같아.
그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