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과연 내가 원하는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지 없는 지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테스트.
그래. 테스트다. 실패하면 나는 두번 다시 모임에 나가지 않을 것이고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이 골방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다. 아무도, 그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오직 나의 목숨과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조건만 갖춰진 곳으로. 나는 떠날 것이다.
이 파아란 골방과도 이제 작별을 고할 것이다.
허리가 최근 며칠간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제대로 펴지지도 않을 만큼. 나를 병신으로 만든 이 병이 이제 나를 완전히 지배하기 시작했나보다.
어쩔 수 없다. 몸이 부자유스러운 것은. 그저 나는 내 정신과 영혼이 자유롭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카페까지 가야 하는데.
다리가 너무 저려서 이대로라면 쉽지 않을 듯 하다.
......
그 약을 써야 하는 것인가.
그래, 어차피 마지막인데. 상관 없겠지.
수면제가 담겨진 통 사이에 조그마한 주사약이 놓여있다.
주사기에 조심스렇게 주사약을 채워넣는다.
손이 떨려온다. 나의 왼 팔 삼각근 에 바늘이 사정없이 냅다꽂힌다.
액체가 나의 근육을 따라 퍼져 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러나 차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아프다는 느낌이 점차 사라져 간다. 아니, 계속 아프다. 그러나 아픈 감각이 고통스럽지가 않다.
고통스럽지가 않다. 주섬주섬 나의 외출복을 차려 입는다.
오늘은 분장을 하고 싶다. 조심스레 립스틱과 파우더를 꺼낸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골방의 문이 닫힌다. 털커덕. 파아란 저녁놀이 대문 안에 잠긴다.
낡은 건물의 계단을 힘겹게 내려간다. 약물로도 이 곳은 최대의 난코스다.
오늘은 학원이고 자동차고 뭐고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나는 그저 카페로 빨리 가고 싶을 뿐이다.
카페에 가서 나는 확인해 볼것이다. 이 모임의 사람들이 내 목적을 안 뒤의 반응을.
제발, 제발 한 명이라도 내가 원하는 만남을 반기려는 사람이 있기를 간절히 빌고 있는 나를 봤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간절히 빌고 있었다. 하느님. 제발.
하느님? 그 고귀하신 성함을 되뇌여본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느님께서 나의 이 탈출을 친히 인도해주셨고 나는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차츰 사라져 가셨다. 나에게서,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처럼....
버스도 몇 번 버스인지도, 요금이 또 백원이 올랐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카페 정문 앞에 서 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자.. 들어가볼까?
자... 들어가볼까?
들
어
가
볼
까
?
-夕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