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단어의 딜레마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역사책에서 시민 혁명이다 어쩌구 저쩌구 할 때부터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다. 혼자만의 자유란 있을 수 없다고. 혼자만일때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나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지난 며칠간의 논쟁으로 깨달았다.
선택하든가. 그냥 이전에도 몇 번 그랬던 것처럼 미루던가.
어릴적부터 나는 어정쩡한 걸 많이 안 좋아했다.
백이면 백! 흑이면 흑! 선명하게 갈리는 걸 좋아했었다.
친구면 친구! 적이면 적! 그래, 그딴 편협한 사고 방식이 나의 사춘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제는 모두 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니야, 이젠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잖아. 내가 나서지만 않는다면.
나서지만 않는다면. 친해지려고만 안 한다면. 세상과 화해하지만 않는다면.
그렇지만 않다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괴롭힘당하지 않을 수 있어.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내 맘대로 하고 싶다면
나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데
그 누군가와 함께 하려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데.
누군가와 부대끼며, 괴롭힘 받고 괴롭히며 살아야 하는데.
괴롭힘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나를 괴롭혀야 하는데.
나는 괴롭혀 지고 싶지 않아. 그건 내 마음에 내키는 일이 아니야.
그러나 괴롭고 싶지 않다면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이게 모순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유는 방종이 아니다.
완전한 골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해 보이는 나의 골방도
만약 출판사가 나와의 계약을 파기해버리던가
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버리던가
윗 층 부부싸움하는 가정이 어느날 도시가스에 라이터를 지져버린다든가
하면 나의 완벽하게, 아주 완벽하게 격리되어있다고 자부하는 내 공간은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린다. 아주 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나는 방종을 원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방종을 일삼는 자를 세상은 용납하지 않는다. 제거당해 버린다.
자신을 눌러가며 남과 소통하는 사람. 99%는 이렇게 산다.
자신을 가둬 남이 접근 못하게 하는 사람. 1%다. 지금의 나 자신이다.
아니, 완벽하게 자신을 가둘 수 있는 사람은 성인군자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자기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완벽한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는 있다.
저 일본 열도에 가면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 자신을 억누르지 않으면, 속박당하지 않으면 사람들끼리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속박당하기 싫어. 정말로, 정말로, 차라리 죽고 말지. 누가 내 맘대로 하는데
뭐라 뭐라 간섭하고 욕질하고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게 정말 죽도록 싫어.
내 맘대로 하고 말지. 왜 나보고 딴 소리야.
엉? 왜! 왜! 왜!!!
......
파아란 골방은 분노를 쉽게 흡수시켜버린다.
부질없는 분노는 또 다시 저물어간다.
....... -夕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