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쪽팔리는 저녁 술자리였어, 하고 혼자 얼굴이 새빨개진다.
아직까지 술이 안 깨어서 그런지 머리가 부서질 것만 같다.
나의 이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 우울한 자유, 즐겁지 않은 외로움이
파란 빛으로 나를 감싸주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
내 내면 깊숙한 곳에 스스로 합리화시켜왔던 이유를 내가 스스로 내 뱉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가 없었다... 라?
내가 병신이 되어, 아니 병신이라고? 그래 따지고 보면 병신이지. 그래 병신이 되어
이 사회에서 축출당하고, 아니 내가 이 사회를 축출해놓고.
모두에게 배신당해서, 아니 모두를 배신해서
그저 생명을 유지하고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먹고 살 자리를 마련해 둔 다음
그 때 까지 내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배신과 조롱, 비난과 멸시가 나를 붕괴시켰다고...
그 누구의 한 마디에서도 나의 영혼을 보듬어 줄 언어 한 음절도 듣지를 못했다고
그렇게 그렇게 살아남아서 이 골방에 처박혀버린 것이
나에게 과연 무슨 잘못이 있어서 였냐고.
나는 그저. 그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인데.
자유를 찾아 이렇게 나의 몇 십년 되는 삶을 헤메여 왔을 뿐이라고.
그래. 그것 뿐이야. 다른 건 없어.
그래. 나의 자유. 자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이 곳 까지 왔어.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구.
그런데... 왜? 자꾸 남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모두를 피하기 위해 이 골방까지 기어들어왔는데?
난 남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찌들어 있지 않은데...?
그런데 왜? 나는 몇날 며칠을 주저하다가도 자꾸 모임에 나가려고 하는 걸까.
담배! 담배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제 다 떨어져버렸다.
기타! 기타가 필요하다. 그러나 손이 마비가 오는 지 자꾸 떨려오니 베이스를 뜯기가 어렵다.
詩! 詩는 어디로 갔나. 이런 걸 잊어버릴려고 쓰는 詩지만 아무 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 내가 택한 이 길이 진정한 자유가 맞는건가. 정말로..? -夕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