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다. 나의 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숲들이 보인다.
숲이라고 해봤자 그냥 소나무 은행 나무 사이에 여러 꽃들을 심어 놓은 곳이다.
난 그 곳으로 설레설레 걸어들어간다.
이 곳은 아무도 없다. 그래, 정말 아무도 없다.
집에서도 항상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여섯 개가 있다. 집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나를 부담스럽게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난 이 모든 것을 피해 갈 수 있는 이 장소를 정말 좋아했다.
숲 속에서 나는, 가만히 쭈그려 앉는다. 쭈그려 앉아서 흙들을 만지작 거린다.
내가 그때 무슨 상상 속에 빠져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그만한 게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난다. 한 시간만 더 버티면 집으로 가야 하는 거네.. 하며 설레 설레 숲 속을 나선다.
.......
그게 나의 초등학교 때의 모습이었다.
눈물이 그쳤다. 떨림도 멎었다. 그저 또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불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초등학교 시절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몇 년 간 없었던 듯 하다.
그래... 그 땐 그랬지... 하며 다음 기억으로 발을 옮긴다.
그 다음 부터는 좋은 시절들이었다. 그래, 분명 좋은 시절이었을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나는 이미지를 바꾸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그 누구도 내게 집적거릴 수 없게,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내가 만만해 보이지 않게...
열심히 운동했고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생활했다. 남들 못 하는 것도 다 할 수 있어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들만큼 할 수 없는 건 공갈과 협박으로 대체하였다.
내 친구들, 그래 지금까지 연락이 되고 있는 친구들은 이때 만든 친구들이다.
이런 내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몇몇 녀석들은 나와 정말 친하게 지냈었다.
대다수에게 나는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러나 정작 나의 머릿속을 알 만한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 친하게 지낸 놈들? 그야 그냥 나와 같이 놀면 재미있으니 같이 노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끝없이 강해지려고 했다. 친구들도 나의 강함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존재일 뿐이었다.
대학 진학을 두고 나에게 여러가지 조건들이 주어졌다. 꽤 괜찮은 성적을 구가하던 내가
선택할 곳은 많았다. 그런 여러 곳 중에서 어느 특별한 단체가 내 맘을 이끌었다.
이 곳에서라면, 그래 내가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을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해서 나는 끝내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그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그래... 거기서 부터 잘못되기 시작한거야. 나는.... -夕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