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국 이렇게 된 거다.
난 다시 사회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고
사회는 나의 자유를 끊임없이 짓누를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 그렇게 믿으며 나는 살아왔다.
그러나... 그러나...
이게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자유일까.
내 맘대로 살고 있잖아. 그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난 내 맘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잖아.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인생의 경험으로는
이는 남이 날 짓누르던지, 내가 날 짓누르던지.
사회로부터 떨어져나가지 않으면 말이야,
나는 사회 속에서는 자유를 억누르지 않으면
자유와 영혼의 노래, 그래. 바로 그 거.
그 걸 남이나 나나 둘 중 하나가
억누르지 않으면 사회 생활을 할 수가 없더란 말이야.
남들은 나의 자유, 영혼, 그런데는 관심이 없었어.
관심이 없었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것에 대해 말이야.
그래...? 그런데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뭐지?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거? 백수처럼 뒹굴며 놀고 먹는거?
모카 빵과 홍차, 우유 만으로 하루 세끼를 때우는 거?
남들이 간섭 못하게 하는거...? 나의 모든 인생에...?
그래. 남들이 간섭 못하게 하는 걸 지키기 위해서
남들과 함께하지 않는다구. 근데 이건 뫼비우스의 띠 같네 왠지.
사람이란 동물은 말이야,
아무리 네가 ん의 일부라고 해도, 이 중 오른 쪽 획 처럼 주저앉아버렸긴 해도
너는 너 혼자서 살아 갈 수는 없는 거라구.
안 그럴거면 왜 자꾸 모임을 나가고
친구가 부르면 어찌되었든 간에 나가는 건데?
모임에서 새로운 만남을 가지려는 것도
친구들과 얼굴 보며 듣기 싫어하는 말 들으려 가는 것도
다 네가 실은 외롭다는 거잖아. 외롭다는 거.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고, 눈물나고, ... 그래, 너는 그게 좋아?
...
더이상 자기와의 대화는 소득이 없었다.
벌써 해가 저물어 간다. 오늘은 하늘 가득 회색빛이 먹칠해져있다.
해가 지는지, 어두워지는지, 석양이 저 구름 너머 얼마나 눈부시게 펼쳐져 있을지
오늘같은 날에는 알 수가 없다.
가만히 컴퓨터를 켠다. 자아를 잊어버리고 도망치는 데에는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오락거리와 유흥거리 만한 것도 없다.
시간이 또 흐른다. 아무 의미가 없을, 의미가 있어선 안되는
시간들이 나의 영혼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보류해둔채
밤 늦게까지, 늦게까지 나를 도망칠 수 있게 해주었다. -夕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