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도서명 : 시간은 항상 미래로 흐르는가
작자 : 스티븐 호킹
얼마 전 우연히 형의 손에 낯선 책이 한 권 들려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시간은 항상 미래로 흐르는가’ 라는 책이었다. 비교적 얇은 두께였지만 왠지 수준 높은 책이란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형의 손에서 잠시 책을 빼앗아 조금 살펴보았다. 책의 제목 아래에는 ‘스티븐 호킹’ 이라는 낯익은 사람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언제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장애를 앓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이었다. 책의 내용을 훑어보니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어려운 말 투성이었다. 나는 읽어보라는 형의 권유도 마다한 채 책을 다시 형에 손에 다시 건네줘 버렸다. 하지만 그러던 그 책이 지금은 내 앞에 놓여있게 되었다. 우연히 우리학교 문헌정보실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맞아 읽어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표지 뒤쪽에 있는 모친 패러독스라는 말이었다. 즉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자기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살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이었다. 이것은 언젠가 ‘백투더 퓨처’ 라는 영화를 봤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왔던 것과 비슷하다. 과거로 가면 또 다른 나와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그 시대의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이 경우에 내 자신이 소멸되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로 그럴지 아니면 어떤 다른 현상이 있을지 점점 이 책에 관심이 쏠렸다. 이 책은 이러한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대한 온갖 궁금증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낯선 말들이 많이 쓰여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부연 설명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겐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다.
책의 첫 번째 파트에서 지은이는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놓았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물리적 이론과 예가 뒷받침하고 있었다. 즉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미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내용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진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정해진 미래로 따라 갈 수밖에 없고 심지어 범죄자 조차도 자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정해져 버린 자신의 미래 때문에 죄를 저지른 것이 되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심판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운명 즉 미래를 탓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책에 중심부분에 들어서자 지은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 역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것을 이용하여 시간순서보호 가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즉 시간 여행이 가능 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허시간’ 이라든지 ‘벌레구멍’ 등의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 도입되고 있었다. 따라서 솔직히 내가 이 내용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요지라든가 몇 가지 내용들은 파악할 수 있었다. 주된 내용으로 시간여행을 하려면 시공을 구부려야 한다는 것과 벌레 구멍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우리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니…. 비록 지금은 아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들떠 버렸다. 그렇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나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벌레 구멍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그 내용도 여러 가지 법칙과 수식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시간 여행이라는 꿈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들중에 한 명이었다. 언젠가 숙제가 너무 많아 괴로워 할 때면 과거로 되돌아가 숙제를 한다든지,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시차가 나니까 미국으로 가게 되면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등의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모두 부질없는 공상들이였다니.이런 생각을 하니 왠지 미래라는 의미의 한 부분이 텅 비어져 버린 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모두 헛된 상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시간여행이 불가는 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해도 그것 또한 인간의 생각일 뿐이며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비록 슬픈 문학을 읽은 것과 같은 감동은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의 양식이 아닌 지식의 양식을 얻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낱 상상에 불과 했던 것들을 이렇게 체계적인 내용으로 살펴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책을 읽는 기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지은이의 말처럼 지금까지 미래에서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것이 미래에도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뒷받침 해 주고 있는 가장 명백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시간여행을 꿈꾸는 나를 포함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미래의 나와의 만남을 꿈꾸면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다. 미래에 과학도로 거듭나 있을 나의 모습을 꿈꾸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