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 교실속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
요즈음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IMF의 후유증, 부실 공사로 인한 인명 피해 그리고 교육 정책의 실패 등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문열님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나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의미로 읽혀진 소설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이 혼란한 상황은 예전의 군사 정권 당시의 우리 나라의 상황과 비교될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민중의 처절한 몸부림,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총을 겨누는 군부 정권, 민중과 정치인들의 대립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폭력으로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갈등과 불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점을 생각하며 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글자, 한 글자를 깊이 생각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그 넓은 현실의 정치 무대를 좁은 시골 학교의 한 교실로 축소시켜 놓은 것 같다. ‘나’ 한병태는 서울의 학교에서 시골의 학교로 전학 오게 된다. 그 곳에서 교실을 지배하고 있는 ‘엄석대’ 라는 인물과 만나게 되고 그와 반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게 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엄석대가 유리한 상황이었고 한병태는 결국 반에서 소외당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한병태는 엄석대 앞에서 눈물을 흘림으로써 자신의 패배를 확실히 드러낸 후 엄석대 무리의 제 2인자로 등극하게 된다. 그들이 나름대로 권력의 유희를 느끼고 있을 때 새 담임 선생님이 오게 된다. 새 담임 선생님은 시험지 컨닝 사건으로 엄석대의 권위를 완전히 실추시킨 후 아이들이 그를 추방하도록 도와준다. 그 후 그 반에서는 소위 ‘민주주의적’ 인 방식으로 반을 운영하게 되고 한병태는 과거의 체계와 아이들의 태도 돌변, 그리고 새 체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즉 엄석대의 독재 권력의 종말과 새로운 아이들의 민주주의적 반 운영이 시작된다.
여기서 나는 피식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광복 후 우리 나라의 정치 역사가 이 소설 하나에, 이 소설의 조그마한 시골 학교의 교실 하나에 다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엄석대로 대표되는 우리 나라의 독재 정권은 반 아이들로 나타나는 아이들의 투쟁으로 물리쳐지게 된다는 상황 설정이 아닌가. 내가 제일 흥미롭게 보았던 인물은 한병태이다. 한병태는 처음에는 자신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왔다는 자신감과 지식으로 아이들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엄석대의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자고 제안하고 회유한다. 이는 반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마치 우리 나라의 정치가들처럼. 아이들의 회유와 독재 정권의 타도에 실패한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굴복함으로써 독재 정권에 발을 들여 제 2인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엄석대는 교묘하게도 한병태에게 권력의 맛을 보여줌으로써 한병태가 자신을 배신하지 못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새 담임 선생님(미국의 개입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의 개입으로 엄석대의 독재 정권은 무너지게 되고 아이들의 민주주의 체계가 들어서게 된다.
내가 보기에 한병태로 표현되는 그 당시의 몇 자각이 있는 정치가들은 크게 두 가지 갈등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처음에는 엄석대를 따르던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 앞에서 엄석대의 잘못을 거침없이 밝혀내는 부분에서 정치 세계의 비정함과 정치가들의 철새 심리를 엿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한병태가 민주주의 체계가 예전 독재체계였을 때보다 일 처리가 더 비효율적인 것을 보고 느끼는 부분에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마 독재자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면 독재 체계가 민주주의 체계보다 일 처리가 더 합리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정 부패만 하더라도 독재자의 능력만 뛰어나면 민주주의 체계 쪽이 훨씬 더 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요즈음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부패한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올바른 역사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을까? 바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면 개인의 존중을 우선시 하는 민주주의 체계 쪽이 당장의 편의보다는 중시되어야 한다. 비록 사회 발전이 더디고 민중들이 불합리한 불이익을 겪을 수 있을 테지만 그것은 완벽한 민주주의 체계가 세워지는 과정의 과도기에서 일어나는 것일 것이다. 물론 완벽한 민주주의 체계가 세워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정되어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독재 체제와 달리 민주주의 체계는 완벽한 것을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 있지 않을까.
정치는 단순히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라 한다. 특히 아직 17년 밖에 못 살아본 나로서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하여 내가 보고 느낀 우리 나라의 정치는 혼란스럽고 너무 급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민주주의 체계가 시작되었듯이 우리 나라의 정치가 현재의 부패하고 불안전한 상태에서 더 완벽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