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리사의 사랑을 이해할수 없다. 오히려 알리사에 대한 제롬의 사랑이 이해하기엔 더 쉽게 느껴지기까지하다.
이종사촌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으로 맞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난 이러한 문화적 특수성을 배재하고 일반 남녀간의 사랑을 기준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알리사의 제롬에 대한 사랑은 난해하기만 하고..상대에게도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본다.제롬이 원한건 보통의 사람들이 나누는 일반적인 사랑이었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하는 일상생활의 형태를 띠는..삶을 공유하는 그런 사랑..말이다.
그리움의 감정을 품은채 알리사의 사랑을 갈구하던 제롬에게 힘든 과정을 거치게 했던 알리사의 특별한 사랑을 도저히 이해 할수 없다.왜 제롬에게서 떨어져 있으려 했는지,왜 주저했는지...알리사는 제롬을 일반적인 남녀간의 사랑으로 허용하는게 그토록이나 힘겨웠던 것일까..제롬은 진정 일반적 사랑이 허용될수 없는 사랑의 상대이기만 했던 것일까.. 서로에게 상처를 내면서까지 절제된 감정을 내보여야 했을 만큼.
알리사의 일기장을 보면 제롬만큼이나 열정적 사랑을 품어왔던 것을 알수 있다. 자신의 내면은 불꽃같은 열정으로 끓어오르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던 그녀의 행동들이 모호하게 다가왔다. 역대의 작가들이나 사람들은 위대한 정신적 사랑이라느니 사랑의 감정을 한단계 승화시킨 고귀한 영혼의 연인상이라느니 하면서 칭찬이 자자하지만..역시..난 알수 없다.
알리사는 마음만 먹었다면 제롬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 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택권은 제롬이 아닌, 알리사 그녀에게 있었으므로..언제든지 그녀가 맘만 먹으면 남녀간의 열정적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한 기회를 박탈한건 알리사 자신이었다.
오로지 알리사라는 한 여인만을 가슴에 품은 청년의 마음을 어찌 그리도 힘들게 할수가 있었던가..그녀에게로 향해있는 청년의 간절한 사랑을 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가.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동생이 제롬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좀더 제롬에게로 자연스레 다가서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다.
제롬의 마음이 굳건하다는 것을 안 동생은 도피하다시피 마을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알리사는 그것이 자신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누구의 강요에 의해서도 아니고 동생 스스로가 원해서 한 결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했던 알리사였다.
동생의 인생을 그렇게 내몰게 한건 자신의 사랑때문이라는 죄책감이 제롬과 거리를 두게 한건지도 모른다.
결국 잠시 떨어져 있어보자라는 제안을 하게 되고..자신의 그러한 제안으로 알리사는 스스로 그리움에 고통을 겪는 나날을 보낸다. 바보..바보...알리사...
제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한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세상..세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한것이라고..그렇게 떠나보내놓고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미친듯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럴거면 제롬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것이지..제롬이 그토록이나 절박하게 알리사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을 하였건만..오히려 외면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일기장 속에 가득 채워진 제롬의 얘기들은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그를 사랑했는가를 알수 있게 한다.
그런 불꽃같은 사랑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인의 마음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녀의 영혼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분명 그건 알리사식의 애절한 사랑이었을것이다. 그녀는 그녀 방식의 사랑으로 제롬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것을 경험하게 해주었고,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면서까지 모든 기회를 주고자 했다.
그러나 제롬은 그녀의 사랑에 늘 힘겨워 하기만 했다.
함께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같이 탐험하고 여행하고 알아가는것들..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향해 탐미해 가는것들..함께 할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물론 그 당시 시대 상황으로선 도저시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 낮선세상을 여행한다는 것부터가 금기시되었을 시대였으니...
제롬의 사랑이 더 하고 알리사의 사랑이 덜 하다고는 말할수는 없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혼을 다해 사랑했으므로...
그러나 역시 난 알리사식 사랑을 이해할수 없다.
청교도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을 하였던 그녀의 방식에 찬사를 보낼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제롬의 사랑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제롬의 사랑이 가정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훨씬 이해하기가 쉽고 편했던 것이리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랑은 배로 더 슬픈법이다. 알리사는 자꾸만 제롬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열정에 괴로워했었다. 사랑하는 남녀사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까...한 순간 열정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불길이 커지는건 아닐까..갈등하며 감정을 이성으로써 제어하는 그녀의 슬픔은 일기장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러한 사랑이 고귀하게 다가올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그런 사랑을 강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힘이 들었을 것만 같다.
도덕적이고, 절제적인 플라토닉한 사랑은 알라사였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나였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사이라면 서슴없이 청혼도 받아들이고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 것이다. 제롬만큼 애틋한 사랑으로 나의 마음을 갈구하는 연인이 있다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같이 일구는 사랑..함께 하는 사랑을 하리라.
어쩌면.. 알리사가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제롬의 청혼을 받아들였더라면, 제롬을 향한 동생의 사랑을 미리 막을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리사가 확신에 찬 행동을 하지 못했으니, 동생이 제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도록 허용하게 된것이 아닌가 말이다.
알리사에게 자신의 감정을 피력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한번도 잡지를 못했다. 주저주저 하다 모두 놓친 기회는 알리사에게도 제롬에게도 그리고 동생에게도...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겨 주었다. 절제하고 감추는것이 미덕은 아닐진데...
제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알리사는 왜 함께 공유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알리사의 행동들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제롬의 마음을 한사코 외면하려고만 하는 그녀의 행동이 답답할뿐이었다.
늘 제롬만을 생각하고..제롬만을 그리워하고..제롬만을 걱정했었고.. 제롬만을 사랑하고 있었으면서도... 제롬이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했던 그녀였으니..어찌 답답치 않을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쉬웠다.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함으로써 그들이 겪어야했던 고통들이 마음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알리사의 사랑으로 제롬이 한층 성장한건 간과 할수 없는 부분이다. 알리사를 사랑함으로써 마음적으로 성숙하고 세상에 대한 견문이 넓어진건 사실이니..어느정도 알리사의 의도가 빗나가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이리라.
그건 인정한다. 위대한 사랑의 힘이라는것이 그런것이겠지...
한번 묻고 싶어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과연 알리사식 사랑을 할수 있을까? 라고...
솔직히 난 할수 없을것 같다. 제롬식 사랑은 하겠지만서도.. 알리사식 사랑만은 할 수없을 것만 같다.
그 사랑은 너무 위대하고, 너무 숭고하고,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사랑에 빠졌을때..좁은문을 다시 읽게 된다면 알리사에 대한 나의 관점이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경험이 있는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한번 좁은문을 읽을 것이다.
그럼, 그땐..알리사식 사랑을 할수도 있을 거라고...알리사의 사랑을 이해할것 같다고...말하게 될지도..모르겠다..
< 여러분 많이 사랑하고 많이 느끼십시요~~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