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외딴방, 깊은 슬픔, 풍금이 있던 자리, 그리고 단편 몇개...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지금 임신은 했는지(상상이 안간다.^^;) 남편이랑 잘 사는지 궁금하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신경숙의 결혼생활이 어쩌면 그녀의 소설처럼 비극적이고 센치할까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러지 않길 바란다.
아무튼 신경숙 책은 참 오랜만에 집어들었다. 처음엔 딸기밭이라는 책이 장편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편 몇개와 단편 몇개로 이루어진 소설집. 개인적으론 단편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왠지 쉽게 소멸해버리는 거 같아서 말이다. 멍청한 소리지만 그래서 그런지 시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장편에 찌들어 있던 나를 단편으로 아주 잘 이끌어 주었다.
난 무라카미 하루끼를 좋아한다. 내 꿈이 있다면 그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감상적이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다. 근 1년간 하루끼만 읽었다. 말 그대로 그의 이름만 들어 있으면 존X 읽어댔다. 하루끼를 이상하리만치 좋아하지 않는 '책 좀 읽은 사람'들이 싫었고, 평면적인 것 같은 국내의 몇몇 작가들이 싫었다. 1년동안 그랬다.
근데 딸기밭의 중편과 단편을 보며, 난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느낌은 다르지만 어쩌면 신경숙이 하루끼보다 글을 더 잘쓰는 거 같기도 해"라고 말이다. 날 하루끼 추종자로 보는 친구가 그 얘길 듣고 눈이 휘둥그래지는 건 당연했다.
10년전 헤어진 이보다 방금 헤어진 그가 더 그립다고...난 신경숙의 잔잔함과 슬픈 아름다움에 쑥 빠져있다. 별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내가 왜 멍청하게 눈물을 흘렸는지... 10권으로 된 전집을 능가하는 낮은, 그러나 격렬한 소설이었다.
정말...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3일전에 났다. 그래서 내 컴 한글97엔 '벌써 4월이라 바람이 차다.'라는 제목이 아닌, 첫줄이 쓰여진 미완성소설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3일동안 단 2쪽도 못 채웠다. 내 스타일이 아닌지 취향이 아닌지(건방진 소리다.^^) 대단히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내 스타일이나 취향은 백민석님같은 문체니깐 말이다. 아무튼 오늘도 이걸로 밤을 새워볼려 한다. 이러다 보면 내 가슴도 내 가치관도 안정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마스크와 소설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작가, 신경숙. 그녀의 책 '딸기밭' 소설집을 추천합니다. 신경숙 누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