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세 대
- '삼대'를 읽고 -
연산여중 30911 배지해
요즘 청소년 즉, 나와 같은 세대들은 어른에게 꾸중을 퍽 많이 듣는다. 그 중 우리들은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라는 꾸중을 특히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비단 요즘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2000여 년 전 이집트인들이 남긴 파피루스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적혀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인류의 문화는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변해가고 있다. 그에 따라 생활방식도 변해가고 기성세대들의 생활방식과 신세대의 생활방식에도 차이가 나고 세대간에 문화적 혹은 사회적 충돌은 끊임없을 것이다.
이런 세대차이에 의한 충돌을 토대로 한 소설이 있어 우연한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염상섭「삼대」였다. 「삼대」는 조씨 집안의 3대가 벌이는 문화적 충돌과 사회적인 병화의 일제에 대한 저항, 남녀간의 애정, 재산 상속 등 의 사건으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장편소설이었다.
일제시기 말 돈과 가문을 중시하는 할아버지 조의관, 개화된 문화를 따르지만 도덕성을 잃어버리는 아버지 상훈, 그리고 주인공인 신세대 덕기 이 조씨 집안의 3대와 병화, 경애, 필순 등 여러 인물이 나온다.
이야기는 동경 유학 중 잠시 귀국한 덕기가 친구 병화와 함께 박커스라는 술집에 가면서 시작된다. 거기서 덕기는 경애를 만나게 된다. 경애는 독립운동가의 딸이지만 술집에서 일하게 까지 된 건 덕기의 아버지 조상훈 때문이었다.
경애의 아버지가 죽자 교회일과 학교육영사업을 하던 상훈은 경애 모녀를 도와주지만 후에 순수성을 잃고 경애가 상훈의 아기까지 낳자 교회의 비판이 두려운 나머지 경애와의 관계를 끊어 버린다.
처음 서양문화에 개화되어 서양 종교사상을따르지만 타락해 버리고 명예와 쾌락만 추구하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계속해 타락의 길을 걷던 상훈은 아버지 조의관에게 재산 사용을 금지당한다. 기독교 신자였던 상훈이 집안 제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조의관은 의관 벼슬도 사고 족보도 만들 정도로 가문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가문의 제사는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교사상으로 가문, 벼슬, 제사 등을 중시했던 아직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 그가 바로 조의관이였던 것이다.
그는 상훈 대신 손자 덕기에게 재산을 상속하려고 한다. 덕기가 동경으로 돌아 간 뒤 조의관은 댓돌에 넘어져 허리를 다친다. 조의관의 새부인인 수원댁과 상훈의 육촌형인 창훈은 재산을 가로챌려고 조의관의 약에 독을 넣고 조의관의 사고소식을 덕기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덕기는 동생 덕희의 전보를 받고 귀국하고 조의관으로부터 재산상속을 의미하는 열쇠꾸러미를 물려받는다.
한편 병화는 상훈과도 박커스에 가게 된다. 그 후 경애는 병화와 가깝게 지내게 된다. 상훈에 대한 복수심과 외사촌 오빠 피혁의 부탁 때문이었다. 피혁은 사회주의자로 활동자금을 가지고 들어와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경애의 부탁을 들은 병화는 피혁을 만나고 일을 시작한다. 피혁이 떠난 뒤 병화는 신분위장을 위해 피혁에게 받은 활동자금의 일부로 일본식 반찬 가게를 차리고 하숙집 딸인 필순을 점원으로 고용한다.
또한, 사회주의자 장훈 일파는 자신들과 병화를 보호하기 이해 병화를 배신자로 몰아 위장 공격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필순의 아버지는 갈비뼈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런 위장에도 불구하고 병화의 활동은 장훈 일파가 일본 경찰에게 잡히게 되어 알려지게 된다.
병화는 조직 보호를 위해 덕기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차린 것으로 덕기와 짠다. 결국 병화와 장훈, 필순 및 경애 모녀도 잡혀 조사를 받게 되고, 장훈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약을 먹고 자살을 한다. 그 당시 사회주의자들이 나라나 조직을 위해서 얼마나 자기 희생을 감수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직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는 일은 조금은 무모한 짓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 조의관이 죽은 뒤 덕기는 유언대로 가문을 지키는 금고지기가 된다. 이 것은 덕기 스스로가 자신을 부끄러이 여기고 금고지기라 낮춰 부른 것이다. 아마도 동경 유학까지 다녀 온 자신이 가문의 재산을 상속받고 그 것을 지키느라 전전긍긍하는 자신이 신세대인 덕기에게는 자랑스럽지 못한 일인 것이다.
반면 상훈은 재산 상속이 덕기보다 적은 데 불만을 품고 더욱 방탕한 생활을 한다. 덕기는 병화사건과 할아버지 독살사건에 대한 혐의로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게 된다.
상훈은 덕기가 없는 틈에 금고의 토지문서를 훔쳐 젊은 첩과 도주를 하다가 붙잡혀 덕기와 같이 심문을 받게 된다. 상훈은 덕기의 변호 덕분에 석방된다. 비록 부도덕한 아버지이지만 자식된 도리를 져버리지 않는 덕기의 태도에 적지 않은 놀라움을 느꼈다. 요즘 같았으면 아버지여도 자신의 재산을 가지고 도망을 쳤는데 변호는 커녕 법대로 하라고 난리를 쳤을 지도 모른다.
이 점에서 덕기가 신세대로 나오지만 지금의 신세대와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조의관 독살 사건의 진범으로 수원댁과 그 일당이 체포되며, 덕기는 병화사건에도 혐의가 없어 풀려나게 된다. 한편 필순의 아버지가 병세의 악화로 병원에서 숨을 거두자 덕기는 그 뒷수습을 도와주고 필순을 제 2의 경애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종의 의무와 책임을 느낀다.
덕기는 새로운 세대 즉, 신세대이면서도 문화적 갈등을 잘 풀어 나간다. 할아버지처럼 전통적 사고방식과 생활을 고집하지 않고 아버지처럼 개화사상에 빠져 전통적인 방식은 모두 거부하고 무조건적으로 서양 문화를 받아드리지도 않는다. 가문의 재산을 상속받았어도 가문만을 중시하지도 새로운 문화의 잘잘못도 모른 체 받아드려 자기중심을 잃고 타락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덕기는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한 정답을 찾지 못한다. 일제치하를 경험하면서도 가문 때문에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면에서 적극적인 운동을 벌이는 병화와 대조된다.
지금의 우리 나라는 위기에 빠져 있다. 다른 나라에서 몇 백 동안 이루어 놓은 문화를 우리 나라는 몇 십 년만에 받아드려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 결과, 우리는 서양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드렸고 과소비와 외제만을 좋아하는 풍속이 생겨나고 IMF시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게 되었다. 도덕시간에 배웠듯이 우리는 전통도덕과 서양의 시민 윤리를 조화시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신세대적 지혜도 필요하겠다.
염상섭의 「삼대」를 읽고 나 아니 우리 신세대들이 너무 우리의 생활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기성세대들에게 이해만을 요구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성세대들의 이해와 문화의 흐름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겠지만 덕기처럼 우리가 신,구세대의 조정자로서 기성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봄이 어떨까
이 모두가 신세대가 풀어 나갈 숙제 인 것 같다. 아마도 우리는 덕기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해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