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지은이 : 움베르토 에코 옮긴이 : 원재길 펴낸곳 : 열린책들
이 책을 보니 움베르토 에코라는 사람,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다.
우리가 사소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시비를 걸고, 꼬투리를 잡아 혀를 꼬아가며 말싸움을 한다.
물론 어찌 보면 10개 국어를 사용할 수 있고, 기호학, 철학, 미학, 등의 박삭함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낸 소설가로서의 자질을 본다면 그의 현학적인, 그리고 편집광적인 문화비평이 그에게 있어서는 우리가 더울 때 부채질하는 것과 별반 틀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신비와 의지의 동물인 연어와 함께 삶에 대한 고요한 성찰을 하는 가벼운 철학서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이건 별 말도 안 되는 일들에 대해 그의 현학적인 그리고 독설적인 목소리를 가득 담아 놓은 책이었다.
책을 읽어 나가며 에코의 창의적인 발상 자체에 감탄하고, 그의 박식함에 주눅들고, 자신만만한 문장들에 기분 나빠 하면서 재미의 있고 없음을 떠나 보통의 우리와는 참 다르게 생각하고, 참 다르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모두 41개의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에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이나 생각하게 했던 것은 '일 대 일 축적의 제국 지도를 만드는 게 왜 불가능한지에 대하여'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지도 가운데 번지수까지 나온 것은 대개 5,000분의 1 축적이 많은 데, 사실 지도 가운데 가장 정확한 것은 1 : 1 축적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지도는 없을까하는 생각의 발아가 너무나 신선했고, 왜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한 논리적이고 박식한 답변은 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우리 중, 고등학생들의 수업 시간에 "1:1 세계지도는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함께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다면 주제의 실용성 여부를 떠나 진짜 창의성을 발휘하는 교육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도 했다.
물론 여기서 에코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이 지도는 불가능하다라고 했는데 이 글을 쓴 1982년과 지금은 다르고 또 앞으로의 세계가 다를 것이므로 이 지도가 불가능하다라고는 할 수 없다.
지도라는 것이 꼭 종이위에 그려진 것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컴퓨터로는 지금이라도 1:1 지도는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나름대로 창의적인 논리를 갖출 수 있는 그를 우러르지 않을 수 없으며,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에 이어 나왔다는 "그 전날의 섬"이나 구해서 읽어봐야 겠다.
사람의 향기는 문화의 향기다...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