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락하게 된 여인의 모습을 인간에 빗대어 나타내었다.
원래 정숙한 '요조숙녀'였지만, 돈에 시집을 가게 되어 점차 타락하기 시작한 복녀가 그 주인공이다.
게으른 남편 때문에 빈민굴에 들어가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처음에는 복녀도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조금씩 벌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다른 남자에게 치마를 들추고 애교를 팔아 돈을 얻어내는, 자신이 예전에 그렇게 경멸하던 그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남편은 복녀가 그런 것을 알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복녀가 받아오는 돈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남편도 그녀의 타락을 신경 쓰지 않자, 복녀는 더욱 심해져만 갔다. 남편이 무어라 한 마디만 했어도, 복녀는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감자나 고구마 등을 훔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도덕적, 윤리적인 모든 것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복녀에게 따끔하게 말해 주었다면... 하지만 그 빈민굴에서 복녀에게 그런 말을 해줄만한 사람이 없었다. 아니,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애시당초 없었던 것이다.
결국 복녀는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왕 서방이란 사람에게 비극적으로 결말을 맞는다.
왕 서방에게 죽임을 당할 때에도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왕 서방이 장가를 들게 되면 더 이상 그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되면 예전처럼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그녀의 머리 속에 들어 있었다.
어쩌면 복녀는 '물주'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내심 불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낫을 들고 침입했을지도 모르지.
물질에 대한 집착이 한 인간을 타락하게 만들었고, 정신까지 그것에 대한 생각만 가지게끔 하였으며 결국 어이없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녀를 죽인 왕 서방과 그녀의 남편과의 거래이다.
복녀가 죽은 후에도 왕 서방은 복녀를 죽게 만든 원인인 돈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녀는 죽음까지도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버린 것이다. 물질이라는 베일에.
물질적 부유한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까지 쓰레기통의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옛 우리 역사에는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청렴결백하게 살았던 분들이 많이 있다. 지붕에 비가 새는 데도 아무렇지도 않고 하루종일 입에 아무 것도 대지 않고 학문에 열중하시던 분들. 그들은 복녀를 꾸짖어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알게 모르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