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홍순명
펴낸이:내일을여는책
학교가 이런 모습도 있어야 하는구나. 난 새삼 느꼈다. 자유와 거리가 멀어져 버린, 타율에 의해 지배받는 학생. 그리고 그 속에서 원대한 포부와 이상을 가져야 하는 우리. 여지껏 이런 생활에 더 익숙해져 있는 나니까. 솔직히 이런 답답한 생활에 적응되어지고 있는 나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학교도 있구나 생각했다.
처음 내가 이 책을 대했을 때 마냥 좋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당연히 우리, 더 정확히 말하면 나와 비교가 되었고 지금의 나보다 더 즐거운 모습과 표정 속에서 매일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비록 농업학교이지만 이제는 농업학교라는 개념도 내 맘속에서 사라졌을 만큼 좋은 학교란 걸 알게 되었다. 농사를 지으며 수업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또, 여기에(우리마을) 오래전부터 살았다는 사람들도 그랬을 텐데 우리는 많이 변했다. 그래도 그쪽은 농고니까... 그래도 난 읽으면서 우리동네의 예전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여기(우리지방.지역)에서도 사람들의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서로 돕던 그 모습이 눈에 보인다. 지금 풀무학교와 틀린 것은 풀무학교엔 학생들이 모두 농사를 짓는 다는 것. 하지만 그들아 농사 속에서 배우는 "함께"라는 것만은 공통된 특징같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모두 비슷한 일을 하고, 그래서 그들은 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 더 애착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까지도 무의식중에 개인주의를 더 찾게 되는 때가 있으니까. 풀무학교의 모습이 주입식 교육보다는 아름다운 성품을 가르쳐 주는 학교 같았다. 스승과 제자의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 점심시간이면 서로 다같이 모여 큰솥에 밥을 비벼 먹기도 하고 여름이면 함께 물놀이도 하고 정말로 공부를 원해서 공부하는 학교, 그런 학교에 모습이 마치 나는 딴 세상에 이끌려 있는 듯 했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나는 학교생활이 가끔씩 너무도 싫어진다. 그리고 어떤 때는 학교를 저주하고 싶으리만치(물론 이런 생각은 딱 한번에 불과했지만)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이란 학교 이념을 보았을 때 나 혼자 왠지 모를 기쁨을 느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 기쁨은 책 읽었던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그런 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생각이 지금 내 마음속에 가득하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면서 생각해주는. 그리고 선배와 후배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학교 말이다.
그리고 내 맘에 들었던 건 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학교여서이다. 공부만 하면 이기주의자가 되기 쉽고 일만 하면 소가 되지만 일과 공부를 함께 한다면 남을 도울 줄도 알고 지식도 배워가고... 그야말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왔을 때 난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같은 걸 느꼈다. 선생님들의 인품이 보이고 더 좋았던 건 인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학교 선생님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컸다는 증거일까. 어쨌든 그와 같은 느낌은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갓 입학했을 때의 고등학교 느낌처럼 배울 점도 많았다. 난 언제나는 아니지만 남에게 잘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악한 생각 모두가 말끔히 씻겨져 나가는 듯 했다. 자기 자신을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겸손하게 가르치시는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학생. 그 속에서는 분명 훌륭한 인재를 키워낼 것이고,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성실한 사회 구성원 속의 하나가 될 것이다. 훌륭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난 자기의 일의 최선을 다하며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게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어보면 저마다 이순신, 퀴리부인, 김대중 대통령...등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큰 업적을 세운 사람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재교육으로 다시 가르쳐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모두가 소위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 꿈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은 건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실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학교가 풀무학교이고...
언젠가 작문시간에 어떤 학생이 "선생님, 어느 대학교가 가장 좋아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는데 각각의 대학교는 그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그 말에 "정말 저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여지까지 대학이라면 이름있는 대학만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도 아니다. 어느 학교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특히 풀무학교는...
이런 학교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대학 안 가도 성공하는 시대가 왔는데 정작 우리가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아야 인간다운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열릴 것 아닌가.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