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8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예민한 후각을 가진 한 남자의, 향기에 대해서는 무서운 탐욕과 집착으로 향수를 만들려고 스물다섯명의 소녀를 살해하는 그르누이의 광기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냄새를 맡으려하고, 심지어 무생물인 물건에게서도 향기를 채취하려는 그르누이의 모습에서 섬뜩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아무도 그르누이가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몰랐다. 가장 향기로운 향수를 만드려고 사람을 죽였다면 아무도 믿지못할 그런 동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만들려는 것 뿐이다. 태어나면서 증오와 멸시의 시선을 받은 그는 향수라는 자극적인 매체를 통해 그가 여태껏 한번도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려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가 않다. 스물다섯명의 목숨을 빼앗아가며 만든 향수에 대해서 그르누이는 자신에게 경멸감을 느낀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닌데, 향수에 가려서 자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 대신에 죽인 그 소녀들의 향기만이 그 자리를 채울 뿐이다. 그르누이는 그런 자신에게서 모멸감을 느꼈던지 아주 끔찍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르누이에게는 능력이있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신으로 보아주고,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도 그르누이는 그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행운을 거부한다. 그르누이는 신에게는 버림받은 존재이면서 악마에게는 축복받은 존재 같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삶의 억척스러움과 그의 천재성은 어느 누구에게 축복을 받았든 행운임에는 틀림없다. 그를 사람들이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면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제조업자가 되어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르누이의 욕망이 비록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그에게는 그의 교활함과 사악함, 그 뒷면에는 천진함과 순수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향수에 대한 집착과 그의 욕망은 모두가 다 너무 무관심한 우리들의 태도때문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본다. 정말 좋은 소설이 아닌 동화를 한편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독특한 설정의 슬픈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