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즈음서부터 예정되어있던 여행이었다.
작년처럼 겨울여행을 떠나리라..
겨울이오면 눈보기 힘든 여길 벗어나 어린애처럼 티격태격 툴툴거리며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새하얀 눈님을 보러 가리라..
* *
남들처럼 샌드위치데이란 없는 직장이기에
12월 31일에도 우리는 늦은 퇴근을 하고 밤늦은 시각..
역에서만났다.
목포까지는 장장 6시간이걸린댄다..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꼭 목포를 가고싶다는 친구의간곡한 부탁은 날 충분히 맘 약하게 했다..
10시 47분발 기차를 타고 그렇게 우린 겨울여행을 떠났다..
설렌다기 보단........나는 어떻게 그먼길을 가나..하는 입장이었고..^^
친구는 고고하게 여행을 즐기려는듯..
캄캄함 어둠속 창밖 풍경을 뒤로하고..
나의 생활을 궁금해했다..
도란도란..칙칙폭폭 기차소리와 함께 우리들의 조용한 얘기들도
긴 어둠속으로 숨어들어 시간가는줄 몰랐다.
그러다 잠시 잠이들었고..
자다가 깨다가를 몇번 반복..
(새해복많이받으라는 문자메세지들..그리고 오랜만에 날 찾는 이들의 전화..
여행 잘 다녀오라는 친구들의 음성들로 인해..)
그러다보니 어느새 종착역이다..
항구도시 목포의 새벽은 내가처음으로 느끼는 겨울스런 추위의 쓰라림이었다..
눈만 빼꼼~히 바람에게 내어주었지만..
그래도 온몸은 이미 꽁꽁얼어가려고한다..
그새벽........우린 해돋이를 보러 유달산으로 향한다..
목포역에서 가까운 유달산이지만..
내가 오르기엔 한없이 벅찬 산이다..
추위와 함께 오른 산은 컴컴한 어둠뿐이다..
어둠속의 정적을 깨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해돋이를 보러 온
어린친구들의 씩씩한 발자국소리들..
여기가 무슨봉..하고 친구가 설명해준다..
그럼 여기가 고지인가??
산입구랜다..
매서운 바람틈으로 고개를 돌려 목포를 내려다본다..
어디가 바다인지 산인지...구분이 가지않지만..
언 입김사이로 짧은 탄성이터져나온다..
세상에..
난그런도시는 처음본다..
조금전 우릴 밝혀주던 길가의 가로등들이
마치 키작은 난쟁이 마을의 파수꾼인듯 여기저기 일정한 간격으로
지붕위에도 길가운데에도 들판위에도 어느집 담쟁이 너머에도
나뭇잎사이에도..
자로 잰듯 일정한 배열이다..
미리 계획했던 가로등일까..? 아님...여기 목포만이 아닌..
내가 모르는 .. 어느 도시들도 모두들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을 나열하는 걸까..
직선상에서야 그게 가능하겠지만..
도시전체로봤을땐..그게 가능할까..
암튼..난 그 가로등에 이미 반해버렸다..
낮고낮은 집들.. 그 낮은 집을 둘러싼 작은 나무들..
인적은 드물지만..... 이쁘게 수놓아진 불빛들..
..
그렇게 불빛에 매료되어 한계단한계단 산엘 오른다..
해돋이를 제대로 볼 기회가 나에겐 없었기에..
멀리 목포까지 온 나에겐 더없이 좋은 추억이 되리라..
..
일찍 산에 오른탓에 우린 그 해님을 보기위해
무려 1시간 30분을 검정 산속에 묻혀있었다..
이미감각을 잃은 손발은 해님을 봐도 녹을것 같지가 않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괜시리 서러움에 눈물도 찔끔..
그러다 아..그불빛..하고 다시 목포를 내려다본다..
여기저기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추위를 녹이기 위함이리라..
해님을 맞을 준비이리라..
나도 조용히 노래를 읆조려본다..
떨리는 목소리...지나온날들..
힘겨운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그렇게 오랜동안 하늘을 본적도 처음이리라..
해님을 기다리다 내목을 어느새 해가 되었다..
...
흐린 하늘탓에 날은 어스럼해오지만 ..그 회색빛때문에
잠시 또 아련해오기도 했지만..
우린 한없이 해님을 기다린다..
..
..
..
어린꼬마가 춥다며 엄마를 보챈다..
꼬마의 어머니가 날 꾸짖는듯하다..
\"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도 배워야하는거야..\"
그래.........기다릴줄 아는 인내심..
나에게도 그게 없었나보다..
엷고 짙은 구름사이로 해의 잔빛이 살짝 비치는듯하더니
어느새 얄미운 구름이 가려버린다.
조금 밝아오는듯싶더니 또다시 큼직한 구름덩이가 해의 잔빛마저 먹어버린다.
애가 닳는다.
마치 구름덩이가 우릴 가지고 놀리는것같다.
그놀림에 해님은 밀고 당기고.. 큰 구름과 맞서 싸워 우리에게 오기위해
사투를 벌리는듯하다..
보기에 안쓰러울정도로 그렇게 먹고먹히기를 몇번..
이대로 저구름덩이가 해를 영영 먹어버릴것만 같다..
이미 날은 밝아오는데..
그러다 진회색구름테두리가 벌겋게 죽어간다..
거대한 마그마가 저밑에서 끓어오르는것처럼 구름을 하나둘 먹어간다..
깜깜한 독방에 작은 빛줄기하나 세어나오듯 구름틈으로 빛줄기가 터져나온다..
어릴적 초등학교교과서에 많이 실렸던 해돋이 글들이 떠오르기도하고..
여기저기서 봤던 해돋이 사진들도 떠오른다..
그러다 내볼에 언 눈물이 도롱도롱 맺힌다...
이러면 저빛을 다 보지 못할텐데..
하지만 그 빛은 그 모든 슬픔..어둠....내눈물까지
다 밝혀버린다..
거대한 구름덩이까지 먹어버린 해님을 보며..조용히 소원을 빌어본다..
그소원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하진 않았다..
내가 소원을 포기하지 않고 지킬수 있게 노력할 힘을 달라고 했다..
많은 바램이 있었지만..그순간..
해님이 구름을 뚥고 세상을 밝히는 순간..
나는 단하나의 소원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
나에게 힘을 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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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여행의 시작이었지만..그렇게라도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나를
그곳..아름다운 목포를 느끼게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