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이 노란 듯 붉은 듯 푸른 듯 단풍이 들어 내리쪼이는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자리를 찾아 천천히 앉는다. 머언 먼 곳에 바라보이는 감나무 위에서 홍시를 쪼은 후에 갈바람에 몸을 맡긴 까치처럼 더없이 평화로운 마음이다.
체육시간을 맞은 아이들이 운동장을 휩쓸며 축구를 하고, 긴 머리를 동여 묶은 뒤 희디 흰 모자를 눌러 쓴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물고 아이들 속에서 숨차게 뛰어다닌다. 이미 땀을 훔쳐 닦은 얼굴 위에 또다시 땀이 흐르는 아이들과 선생님. 열매인양 절로 영그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이의 정성과 땀으로 튼실해지는 것처럼 예쁜 선생님, 즐거운 얼굴에 사랑이 가득한 선생님과 함께 저리 힘차게 뛰고 달리면서 아이들의 머리에 생각이 담기고 가슴 또한 튼튼하게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느 새 조용히 턱을 고이고 저 풍경 속에서 되살아 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시골학교의 오래된 교실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놓여 있는 그네와 시이소와 철봉, 씨름장 100미터 달리기 트랙과 400미터 트랙, 그리고 기억에도 생생한 운동회, 하늘 높이 드날리던 흙먼지, 흙먼지가 가라앉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떠나던 소풍, 재잘거리던 소리들,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그래서 미소가 되어 찾아 온 그 시절의 기억들....... 나는 막 골을 넣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아이가 된 것처럼 가슴이 들뛴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다. 아니 돌아가서는 안될 시절이다. 이만큼의 꿈을 키워준 시절의 때와 장소 위에 역시 새싹을 돌보고 열매를 기다려 땀을 흘릴 때이다. 하지만 그 모든 시절의 기억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나이테를 늘리고 자라온 나무이다. 한 사람의 꿈나무이며 이후에도 자라날 꿈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꿈과 문학에 대한 애착은 저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부터 시작됐으며, 그네와 시이소와 씨름장과 트랙 그리고 선생님의 정겨운 웃음과 어깨를 다독거려준 힘으로부터 키워진 것이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가자 운동장에는 분분 날리던 낙엽들이 내려앉는다. 나의 기억을 덮는다.
나는 기억을 덮은 낙엽을 밟으며 일터로 향한다. 그리고 뒤를 따르는 낙엽들의 소리를 듣는다.
\"꿈은 덮여지는 것이 아니지요.\"
11.02
그럼요..꿈은 열린 눈과 마음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시켜야지요^^ 좋은 가정, 좋은 가을 꾸미십시요.
11.02
미전님 결혼 축하드립니다.어릴적 초등학교 교실 운동장 하늘같이 높은 선생님,우리들의 꿈을 키워주며 추억을 가꾸어주던 곳이지요 언제 들어도 다정스런 어릴적의소중한추억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