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百人 百色, 百人 同色의 독도 사랑 * / 안재동
-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
Ⅰ. 들어가면서
일본으로부터 한국이 독립한 지 수 십 년이 흘렀으나 한국인들의 대일 적대감정은 아직도 뜨겁게 끓고 있으며, 몇 백 년 아니라 몇 천 년이 흘러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한국인들의 영원한 상처인 셈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기회만 있으면 역사적으로나 실정법상으로나 엄연한 한국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자기네 영토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며 한국의 주권을 재침탈 하려는 몰염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5년 3월 16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 가결과 관련해 ‘안티 일본’ 홈페이지들과 전국 각지에서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을 규탄하는 ‘반일’ 열기가 고조되었고, 일본정부에 대해 엄중한 경고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 내는 외교적 차원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각급단체로부터 주문이 정부에 쇄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들끓는 한국인들의 여론과 괘를 같이하여 한국의 문인들도 분노하기 시작했다. 독도를 집적거리던 일본을 점잖게 타이르던 과거의 분위기완 사뭇 달라진 셈이다. 그 일례로 각급 문예지의 움직임을 들 수 있는데, 월간 『문학21』에서 2005년 4월호에 안도섭 시인의 시 ‘독도’를 비롯해 독도 관련 테마 시 7편을 특집으로 편성 발행한 사실이 눈에 띈다.
조선의 막내 섬, 누가 바늘을 심는가? 쇠못을 박는가?
- 안도섭, <독도> 전문
뒤이어 격월간 『문예비전』의 2005년 5·6월호에서 이신강, 서봉석, 권태하, 남기수, 권천학 시인 등의 작품을 엮어 ‘아! 독도여’라는 특집 코너를 마련하였는가 하면, 계간 『문학사랑』 2005년 여름호에서 리헌석 시인의 독도 기행문 <독도여, 지순한 사랑이여>를 비롯한 독도 테마 작품 25편 등으로, 계간 『문예춘추』 2005년 여름호에서 이양우 시인의 시 <독도망상>을 비롯한 독도 테마 시 5편과 수필 1편 등으로 각각 독도를 특집으로 꾸미기도 했다.
또한, 2005년 4월중에는 (사)한국시인협회에서 강은교, 고 은, 고형렬, 김광규, 김규동, 김남조, 김소엽, 김왕노, 김종길, 김종철, 김종해, 김후란, 도종환, 민 영, 박정대, 서정규, 성찬경, 신경림, 신달자,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이가림, 이건청, 이근배, 이기철, 이선영, 이성부, 이수익, 이승하, 이태수, 장석주, 전윤호, 정일근, 정진규, 조말선, 조정권, 천양희, 최창균, 편부경, 함민복, 홍윤숙, 황금찬, 허만하 등 44명의 시 작품과 김만규 화가의 독도 그림(수묵담채) 22점 등이 함께 수록된 「내 사랑 독도」(문학세계사)를 펴내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동방문학회(대표 이시환) 주관으로 100인의 문인과 3인의 서예가, 3인의 화백 등이 참여한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신세림)를 2005년 5월 20일 발간했다. 이 「내 마음 속의 독도」는 시와 산문 등 독도에 대한 문인들의 각별한 사랑과 애국정신을 듬뿍 담고 있는 문집이기에 그 의미와 가치를 한 번 조명해 보고자 한다.
Ⅱ. 「내 마음 속의 독도」의 발간 의의와 가치
1. 「내 마음 속의 독도」의 발간 배경
2005년 4월중 (사)한국시인협회에서 발간한 시집 「내 사랑 독도」에 대하여 중앙일보가, “고 은, 김남조, 신경림, 이근배, 황금찬 등 국내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44명이 독도를 시로 노래한 시집 「내 사랑 독도」(문학세계사)가 출간됐다. 한국시인협회가 지난 2~5일 독도 앞바다에서 연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 참가작 17편에 다른 작품을 더해 한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예술제 행사 당일 풍랑으로 독도 접안이 어려워지자 선상에서 발표, 화제가 됐던 고 은 시인의 즉흥시도 실렸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동방문학 발행인 이시환 시인은 “44인이 국내 시단을 대표한다니 불쾌감이 순간적으로 듦을 또한 숨길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도 쉽게 ‘그저 값싼 신문이어서 그렇겠거니’ 하며 혼자 웃어넘길 수도 있겠으나 이처럼 쉽게 해버린 말 같지 않은 말(기사내용)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또 다른 편견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왜 간과하는지? 대체, 신문사 가자들은 무슨 객관적 근거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소인으로서는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도를 노래한 다른 시인들이여, 그대들만의 작품으로 비교해 보고, 따져 보시라! 시인으로서 일말의 자존심도 없나이까?”라는 유감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무튼, 일본의 거침없는 도발야욕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데 대한 문인들의 정서를 대변이나 하듯, 동방문학회의 이시환 시인의 주관과 노력으로 독도관련 현실참여문학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가 세상에 나오게 이르렀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인과 수필가 등 문인 100인이 의젓하거나 냉정하거나 차분하게 일본을 나무라는 모습에서부터 분노나 격한 감정을 억제치 못하고 원색적으로 비난․성토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다양한 감정과 목소리를 시 또는 산문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독도앤솔러지가 나오기까지는 편집․제작에 따른 고충과 시간이 만만찮았고, 정성과 비용도 그 못지않게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제작비용을 이시환 시인 개인이 전액 부담하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발간 과정을 잠시 살펴본다면, 독도앤솔러지 발간을 결심한 이시환 시인이 2005년 3월 11일 문인들을 대상으로 몇몇 문학사이트에 공개 원고청탁의 글을 게재한 것이 「내 마음 속의 독도」 탄생의 시발이었다. 그 뒤 일련의 채널을 통해 원고를 부지런히 모으는 등 각고의 노력이 기울여졌다. 하지만, 최초 원고 공개청탁일로부터 무려 두 달이나 지난 시점인 5월 20일자에 바야흐로 「내 마음 속의 독도」라는 제목으로 앤솔러지가 세상에 그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다.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에는 98편의 시와 8편의 산문 그리고 독도를 주제로 한 사진 30장, 그림 10점, 서예 3점과 1편의 축사가 담겨있다. 글과 사진 그리고 그림이 망라된, 종합예술지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2. 「내 마음 속의 독도」의 발간 의의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를 제작한 동방문학회는 물론 참여 작가들의 정성이 앤솔러지의 피가 되고 살이 된 것이기에 앤솔러지에 대한 문학적 가치를 따져보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데, 우선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특히 주목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독도와 독도가 처한 ‘현실적 상황’과 독도라는 하나의 객체(대상)에 시인과 수필가 등 많은 문인들의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가 용해된, 창작 작품들이 수록된 문집이기에 민족정신과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자료(교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하나의 대상, 하나의 주제를 놓고 문인, 서예가, 화백 등 100명이 넘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엮어진 책(문집)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따라서 이는 가히 세계문학사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안도섭 시인이나 도창회 수필가 등 원로급에서부터 신인급까지 다양한 계층의 문인들이 출신등단지出身登壇紙 구분도 없고 출신지역出身地域 구분도 없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남녀노소 문인들이 1인당 단 1편의 작품만을 공평하게 게재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넷째, 어떤 특별한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 수많은 문인들이 동시에, 한 뜻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측면이 바로 「내 마음 속의 독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독도라는 대상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많은 문인들이 저마다 공들인 작품을 하나의 앤솔러지에 발표함으로써 문인들 간의 유대감과 결속력 그리고 화합의 정신을 제고하였다는 점이다. 이제 참여 문인들 각자의 서재에는 이 앤솔러지가 애지중지 보관될 것이며, 참여 문인들이 서로를 길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혹, 너를, 너를 두고서
세인들이야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 아닐까?
혹, 너를, 너를 품어 안고서
시인들이야
말장난 즐기는 것 아닐까?
그러나저러나
아랑곳하지 말게나.
독도, 너는 너일 뿐이지 않는가.
두려운 마음, 떨리는 가슴으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먹물을 찍어 이곳에 펼쳐 놓았나니
부디 마음의 눈으로 보아 주시라.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넘치는 것은 넘치는 대로
새겨주시라.
받아주시라.
두근거리는 이 내 가슴을.
― 이시환, <두근거리는 이 가슴을 어쩌랴> 전문
의학박사 강춘성은 독도앤솔러지의 축사에서 앤솔러지 발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동해상에 있는 작은 돌섬, 독도는 우리의 주권이 행사되고 있는 영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궁색한 이유를 들어서 자기네 영토라고 온갖 궤변과 억지를 늘어놓는다. 급기야는 한일 양국간 외교적 마찰과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는 터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그 독도를 작품의 중심소재로 하여 시인들이 집단적으로 시를 짓고,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건대,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정치적 의미요, 다른 하나는 문학적(혹은 예술적) 의미다. 곧,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우리의 영토임에 틀림없는 독도를 일본이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 국내외 여론을 형성할 뿐 아니라 역사교과서에 명기함으로써 분쟁을 일으킬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 상황 하에서 그에 대한 관심을 환기, 증폭시키고, 우리 정부와 국민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강구하라는 시사示唆요, 간접적인 압력행사를 하는 것으로서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작詩作이란 대상에 대한 시인의 주관적인 의미 부여이자 감정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독도’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재하는 그것에 시인들이 어떻게, 무슨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그 결과를 놓고 우리 시문학의 특징과 위상을, 바꿔 말해, 시인들의 문학적 안목과 능력, 그리고 지력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강춘성, ‘우리의 마음이 고스란히 일본인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 축사)
문인들의 목소리(감정)는 글로써 독자에게 전달되지만,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다시 문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혹은 비슷하게라도 느끼기 마련이다. 따라서, 본 앤솔러지에 수록된 문인들의 불같이 뜨거운 독도사랑은 온 국민들에게 큰 공감대 형성과 함께 애국심 발로의 교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Ⅲ. 百人 百色의 독도사랑, 百人 同色으로 부르짖다
1. 독도에 전해진 시인들의 불같은 사랑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에 참여한 시인과 시편들은 다음과 같다.
강상률 <독도를 물로 보지 마라>, 고원 <갈매기 춤사위>, 권영우 <독도>, 김경수 <너는 결코 외롭지 않아>, 김광 <독도여>, 김대원 <왜국 일본 너들이 정말>, 김동원 <선전포고>, 김성진 <독도는 외친다>, 김숙자 <유전자 검사한 독도>, 김영월 <이제 독도는 외롭지 않다>, 김용관 <내 몸에 점 하나 독도>, 김원 <아! 독도>, 김재황 <독도 일기>, 김종제 <독도여 독도여, 내 마음 속의 독도여>, 김준환 <독도는>, 김지향 <독도, 살아있는 바위섬>, 김태은 <독도>, 김평 <대마도 사랑>, 김항식 <어느 날 갑자기 독도전쟁이 터지다>, 김현숙 <독도를 향하여>, 김호길 <독도, 우리 영혼의 금강석>, 김희경 <독도>, 남기일 <독도 관련 망언에 붙여>, 도창회 <독도도 독도지만>, 민영희 <백여시의 둔갑술>, 박건호 <독도>, 박곤걸 <독도>, 박세문 <독도의 마음>, 박영자 <독도>, 박일동 <독섬>, 박일소 <맨 먼저 아침을 여는 섬>, 박정래 <독도>, 박정진 <여인아, 슬픈 여인아>, 박종일 <새벽에 독도 간다>, 박종해 <조국의 눈과 귀>, 박희호 <독도>, 백기출 <독도>, 서지월 <독도의 노래>, 송택경 <독도>, 신광현 <첨병 독도여>, 신국현 <독도가 하는 말>, 신군선 <동해의 첨병 독도>, 안도섭 <독도여 이젠 말해 주>, 안용민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안재동 <호랑이의 연인>, 안혜초 <독도여!>, 양숙 <오! 독도여>, 여한경 <우리 독도>, 오남구 <독도>, 오정교 <독도야!>, 오정방 <독도를 자연 그대로 있게 하라>, 왕영분 <무엇이었을까?>, 우금수 <독도의 꿈>, 위초하 <독도>, 유재남 <아 검은 그림자여>, 유창섭 <독도의 햇살>, 윤고영 <대한민국 독도>, 윤학재 <독도는 우리 땅이어라>, 이광녕 <독도獨島는 독도督島다>, 이무권 <독도․1>, 이생진 <독도는 낭만이 아니다>, 이수화 <독도별사獨島別詞>, 이시환 <독도>, 이양우 <독도 수호신>, 이은심 <독도>, 이의웅 <독도의 바람소리>, 이인해 <독도타령>, 이정숙 <독도기獨島記>, 이창년 <우리의 독도야>, 이효녕 <독도의 갈매기>, 이희재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임솔내 <내 이름 독도>, 임영준 <독도를 넘보느니>, 임정은 <독도야>, 임종린 <독도는 우리 땅, 우리의 눈>, 장종국 <시인과 독도>, 장찬영 <내 영원한 가슴의 독도여>, 전석홍 <독도>, 정성수 <독도를 생각하며>, 정순택 <독도>, 정연수 <독도는 언제나 독도>, 정원철 <독도>, 정정길 <독도의 물결 속에>, 정태모 <독도>, 조숙연 <독도서설絮說>, 조현길 <독도>, 채윤병 <믿음직한 독도여!>, 최경구 <겨레의 독도>, 최금녀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최순자 <독도여! 보아라>, 최승범 <독도>, 추영수 <동해의 파수꾼 우리땅 독도>, 한상철 <사무라이 本色>, 함동진 <독도우표 발행하여 일본의 기를 꺾어버려라>, 현금순 <독도에 우체통이 생겼어요>, 홍석하 <갈매기 울음>, 홍윤표 <독도야, 흔들리지마> 등 97명의 시인의 시 97편이 수록되었다.
이들 97편의 시편들 중 몇몇 편을 골라 감상하면서 시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너희들이 제 아무리 생떼 쓰고
망언을 하는 시간에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숨결이 숨쉬고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펄럭이며
한국령이 선명한 우리의 글이 지키고 있지 않느냐.
― 김경수, <너는 결코 외롭지 않아> 일부
아스라한 동녘 바다
발뿌리 깊은 물 속 터 잡아 서서
‘한국령韓國領’을 지키는 정계비定界碑
― 전석홍, <독도> 일부
김경수, 전석홍 두 시인은 독도에 새겨진 ‘한국령韓國領’이란 표식, 즉 정계비를 주지시키면서 독도가 한국령임이 분명함을 노래하고 있다.
조선시대 동래의 충신
눈을 부릅뜬 안용복의 호통소리가
더욱 거센 파도로 달려온다.
― 김영월, <이제 독도는 외롭지 않다> 일부
신라의 이사부 장군이 징벌 후
백성들이 향가鄕歌를 부르며
춤을 추던 곳.
― 홍석하, <갈매기 울음> 일부
김영월, 홍석하 두 시인은 우리의 옛 선조 장군 안용복, 이사부 등을 떠올리며 독도가 한국의 주권적 영토임이 분명하다는 역사적 당위성을 밝히고 있다.
쓸데없이 계속 미친 듯이 짖어대면
어진 우리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
개 짖는 소리 시끄러워 견딜 수 없으면
몽둥이 세례를 퍼부어 잡아버릴 수밖에.
― 남기일, <독도 관련 망언에 붙여> 전문
남기일 시인은 일본이 자꾸 딴짓거리를 하면 몽둥이로 매질이라도 해서 혼을 내는 길밖에 없다고 노래한다.
잊기를 밥 먹듯 한다지만
이미 개들의 계략에 걸려들었고
소리 없는 전쟁은 시작되었다.
국제재판을 하자고?
(중략)
시방 안방은 따끈따끈 안녕하신가 보다.
― 김동원, <선전포고> 전문
김동원 시인의 포문은 바깥이 아닌 내부, 즉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책임 있는 당국 혹은 위정자들을 향하고 있다.
일본 비행기가
새까맣게 떴다.
(중략)
언제 일본인들이
저런 많은 함정을 만들었던가,
소리 소문 없이.
(중략)
어느날 갑자기
독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하리라.
지나간 역사만 믿고 살아라.
어느 날 갑자기 망하리니.
― 김항식, <어느 날 갑자기 독도전쟁이 터지다> 일부
김항식 시인의 <어느 날 갑자기 독도전쟁이 터지다> 역시 김동원 시인의 <선전포고>에서 보여주듯이, 시인의 포문이 바깥이 아니라 안쪽, 즉 우리들 자신을 향하고 있다. 마치 술 취한 듯 마약에 취한 듯 정신 못 차리고 허리멍텅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을 깨 부시려 햄머질을 하는 양상이다.
과거 임진왜란과 한일합방 등 우리 선조들이 과학을 등한시 하다 결국 두 번씩이나 일본으로부터 억울하고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사실로 인한 시인의 당연한 염려요, 경고요, 핏대 선 부르짖음으로 들린다.
배달겨레 평화로운 이 터전에
무례하게 울을 넘어
즐거운 잔치상에 혀를 내미는
쪽제빈가 도둑고양이인가
음흉한 무리 나팔 부는 주둥아리
탐욕에 빠진 짐승을 저주하리
― 김성진, <독도는 외친다> 일부
김성진 시인은 일본이 ‘무례’하게 남의 집 담을 넘고, ‘즐거운 잔치상’에 혀를 내민다고 한다. 한 마디로 참으로 염치없는 일본의 태도를 연상시키고 있다. 나아가 그 행태가 ‘쪽제비’ 혹은 ‘도둑고양이’라고까지 시인은 여긴다. 그것도 모자라 ‘탐욕에 빠진 짐승’이라고 한다. 일본을 ‘저주’하기까지 한다.
에미는
일본이 너를
자기자식이라고 우길까봐
유전자 검사를 했단다.
― 김숙자, <유전자 검사한 독도> 일부
사방을 둘러봐도 눈 닿는 곳은 오직 수평선뿐
독도는 외롭게 태극기만 흔들고 있었다.
마치 버려두었던 자식 찾아간 애비 마음이 이와 같을까.
― 이창년, <우리의 독도야> 일부
내 자궁 안에서
고이 자라 아끼던 것을
왜놈들은 어째서 통째로 삼키려드느냐
― 장찬영, <내 영원한 가슴의 독도여> 일부
오천 년 넘게 정성들여 키워 놓은
우리네 막내둥이를
임의의 땅도 아니고
식민주의가 남긴 유산도 아닌데
어쩌자고 밤낮으로 생떼인가
― 정정길, <독도의 물결 속에> 일부
넌 태초에 꿈을 키우면서
거기서 자랐지.
늘 그렇게 자랐지.
엄마가 그리워 울 때도 있고,
서러워 울 때도 있고,
― 홍윤표, <독도야, 흔들리지마> 일부
김숙자, 이창년, 장찬영, 정정길, 홍윤표 등 다섯 시인은 독도를 자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랜 산고 끝에 낳은 자식을 남에게 뺏길 부모가 어디 있단 말인가? 김숙자 시인은 일본을 유괴범이라고 규정한다. 독도에 대해 유전자 검사까지 했다면서 ‘독도 너는 내 자식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노래하고 있다. 이창년 시인은 독도를 방문할 때 ‘자식 찾아간 애비 마음’이라 했고, 그래서 독도를 떠나올 때 ‘가슴이 텅 비고 스스로가 매정하게 느껴졌다’고 노래한다. 정정길 시인은 역사적으로 당연히 우리의 땅일 수밖에 없는 독도에 대해 생떼와 심술을 부리는 일본이 인면수심이며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며 질타하고 있다. 홍윤표 시인은 독도가 한반도의 자식이라고 한다. 엄마가 때론 그립고 때론 서러워 울기도 한다며 독도의 외로움을 그려내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은 모두
여기 독도에 있다.
아침이면
무덤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밤이 되면
횃불처럼 꺼지지 않고 빛나는 별
독도는 우리들
심장의 한가운데 있다.
독도는 우리들 마음속 한 가운데 있다.
― 김종제, <독도여 독도여, 내 마음 속의 독도여> 일부
김종제 시인은 독도가 우리들 심장의 한 가운데 있다고 한다. 무릇 생물체가 저마다의 심장이 있기 마련인데, 심장이 멈춘다는 것, 심장이 없어진다는 것,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독도가 우리들 심장의 한 가운데 있으니 독도는 우리에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독도는 우리들 심장뿐만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 한 가운데에도 있으니 일본은 그 야심이 얼마나 허망된 것임을 빨리 깨닫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임 그린 두견새도
그 향기에 취해서는
들며날며
노래하네
독도는 우리땅, 대마도도 우리 땅.
― 김 평, <대마도 사랑> 일부
김 평 시인은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노래한다. 대마도! 어쩌면 우린 대마도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낸 건 아닐까.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며, 궁극적으로 대마도를 우리가 되찾아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역사적 과제일지도 모른다. 김 평 시인의 시제詩題 ‘대마도 사랑’에 그 의미가 사뭇 크게 다가온다.
요염한 여인의 모습에
사내가 침 흘리는 일은 당연지사
말을 건네고
손목 한 번 잡아볼까
님 품어나 보세
그러나 어쩌겠어
우리 조상의 어머닌 걸
우리 영혼의 어머닌 걸.
― 김희경, <독도> 일부
김희경 시인은 일본이 ‘요염한 여인을 그냥 둘 수 없어 침 흘리며 껄떡거리는 사내’의 존재로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내의 속성을 한편으론 이해하면서도 아무리 사내지만 건드릴 것이 따로 있다면서 독도에 대해 함부로 설치다간 큰일날줄 알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독도도 문제지만
더 가소로운 것은
맞아죽을 짓을 저지르고
까맣게 모르는 척
오리발을 내미는 그 양심이
더 가소롭고
독도도 문제지만
더 불쌍한 것은
씻지 못할 일을 하고서
스스로 사람이길 거부하는
대로부터 물려받은
간악한 그 근성이
더 불쌍하다.
― 도창회, <독도도 문제지만> 일부
도창회 시인은 독도에 자꾸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일본의 얄미운 자세를 아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문제의 근본은 일본이 독도에 대해 자꾸 엉뚱한 수작을 부린다는 것이고, 그 엉뚱한 수작들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 가를 각 연마다 예를 들면서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아무렴, 외딴집에 살다보면
오가는 이들이 쉬이 넘보게 마련이고,
바람을 타도 더 타게 마련이지.
아무렴, 왜인倭人조차 탐을 내는 것은
보잘것없어 보이나 네 야무진 속으로 숨기고 있는
뿌리 깊은 지조志操를 알기 때문이라.
그러나 흔들리지 마라. 외로워하지 마라.
너를 그리며 사는 이가 얼마이고,
너를 우러르며 맞는 이가 얼마더냐?
정녕, 너는 반도의 눈眼이고
우리들의 아침이니라.
정녕, 너는 대륙의 머리首이고
우리들의 중심이니라.
― 이시환, <독도> 전문
이시환 시인은 외부세력(일본)이 독도를 자꾸만 건드리는, 환경적 측면에서의 요인을 시의 첫부분(1연)에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춘향전’을 통해 변학도와 성춘향, 그리고 이몽룡 사이의 삼각관계를 잘 알고 있다. 성춘향에 대한 변학도의 끝없는 수청요구는 이몽룡에 대한 성춘향의 ‘지조’에 대한 불타는 ‘질투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조’란 것이 사실 그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던가. 그런데, 이제 일본이 조국(한국)에 대한 독도의 지조를 어떻게든 꺾어보려는 작태를 취하고 있음을 시인은 지적한다.
하지만, 시인은 독도의 가치를 조국의 ‘눈’이고 ‘아침’이고 ‘머리’이고 ‘중심’일진대, 일본의 그런 작태가 가당치도 않은 사실로 귀결시키며 독도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독도가 있는 한 만년왜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늘이 박아놓은 영원한 앙숙의 징표.
오죽하면 문무대왕께서
수중릉을 원하셨겠느냐.
철천지원수들을 지켜내려고
오늘도 바다 속 무덤에서
원혼은 잠들지 못한 채로
파도치고 계신단다.
“알겠느냐? 왜놈들아.”
― 이양우, <독도 수호신> 전문
이양우 시인 역시 이시환 시인처럼 독도가 조국(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여져 삼각관계의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국은 독도를 절대 양보할 수 없음을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거론하면서, 일본을 추상같이 나무라고 있다.
독도야!
예로부터 도둑 근성
세 살 버릇 버리지 못하고
곡물이든 문화재든
사람까지 도둑질 해다
군국주의 재물로 삼더니
그 교활한 술책
지금은 그대까지 넘보는구나.
― 오정교, <독도야> 일부
오정교 시인은 과거사로 보건대 일본이 어쩔 수 없는 도둑근성을 가진 나라이며 세 살 버릇을 아직 고치지 못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그 술책도 지극히 교활하다고 말한다. 도둑이라도 아주 질 나쁜 도둑이라는 이야기다.
독도에 정기행 뱃길을 뚫고
날마다 우리땅 술래 돌며
춤과 시마당을 열어야 하노니
저네들 냄비근성에
함께 북을 두드리지 말고
성숙한 어른처럼 느긋하게 바라보자
― 윤고영, <대한민국 독도> 일부
윤고영 시인은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도에 정기행 뱃길을 열어 자주 방문하고 춤과 시마당 등의 이벤트도 열자고 주장한다.
봄날 정원의 잡초를 매다가
꽃들 속에 뒤엉켜 있는 쑥대는
차마 뽑아내지 못했습니다.
쑥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끼는 야생화가 상할까 두려워서입니다.
툭하면 남의 땅이나 엿보는
교활한 이웃을 아직도 용납하시는 뜻은
악한 자를 도우려 함이 아니라
선한 이웃을 보호하려는 배려라는 것을
비로소 조금은 알 듯도 합니다.
― 이무권, <독도․1> 일부
이무권 시인의 시는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잡기는 잡아야 할 빈대를 차마 잡을 수 없는 그 심정이야 어찌 안타까운 노릇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그 속에 관용의 정신까지 넘쳐난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일본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중략)
‘독도’가 우리 땅인 줄 몰라서 그들이 다케시마라고 하는가?
내가 한국인인 것을 몰라서
내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꾸라고 총칼로 위협했던가
― 이생진, <독도는 낭만이 아니다>
이생진 시인은 일제시대 때의 강제 창씨개명에 대해 아직도 치를 떨고 있는 듯하다. 그 때의 아픔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또 다시 일본이 독도에 대해 창씨개명을 요구한다며 가증스러워 한다. 그러면서, 그런 일본이 바로 우리 이웃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노래한다.
無主塚이었으랴,
바다는 蒼茫하고
수억 년 비바람 속
象牙質의 눈까지
髑髏다
女體라면
넋조차 밤낮을 울어
걸핏하면 당하는 强姦(!)
토막난 배암이 有史以來
邪戀의 혀
날름대고 있나니…….
― 이수화, <獨島別詞>
이수화 시인은 일본을 사악한 뱀에 비유하고 독도에 대해 유사 이래 가장 떳떳하지 못한 애정 표시를 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쪽바리들은 심심하면 독도타령인데
원체 사무라이武士 정신이라는 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선비 사士 자가 들어가니
선비정신일텐데
(중략)
왜 심심하면 즈들 꺼라고 헛타령하는지.
알면 대꾸할 것도 없는 것이여!
대꾸할 것도 없이 그냥!
우리도 정신차려 핵무기 만들든지 해야 해.
쪽바리들한테는 그것밖에 줄 약이 없다구.
― 이인해, <독도타령> 일부
동해에 찍힌 꽃점 숨겨둔 성징性徵인데
먹지도 못 할 감을 죽창竹槍으로 찌른 심보
청상靑孀이 아니라 해도 침 흘리는 얼 무사武士.
― 한상철, <사무라이 본색> 전문
이인해, 한상철 두 시인은 일본의 저급한 ‘사무라이’ 정신을 힐난하고 있다. 이인해 시인은 독도의 침략정신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핵무기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노성을 감추지 못한다. 한상철 시인은 ‘꽃점’, ‘성징’, ‘청상’ 등의 시어로 독도를 일본이 노리는 성性의 객체로 묘사한다. 인간관계에서 참으로 예민하게 작용하는 점이 바로 성性 아니겠는가. 남의 사람을 함부로 탐한다거나 욕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서슴지 않고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음을 시인이 이야기 하고 있다.
허술한 구들장
대들보나 챙길 것이지
어찌 이웃을 넘보는가.
속내가 구린 날강도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
재앙이나 대비해라.
― 임영준, <독도를 넘보느니> 전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양심이라도 있거든
지진의 대국
제 집 앞마당이나 잘 지키라고.
― 임정은, <독도야> 일부
1995년 초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 때 6,310명이 사망하고 43,188명이 부상하고, 290,000여 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일본에선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태풍은 또 어떤가. 여름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큰 태풍이 일본을 휩쓸고 지나가다시피 했다. 물론 그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아무튼 일본은 태풍과 지진 등 천재가 유난히도 많은 나라이다. 임영준, 임정은 두 시인은 바로 그 점들을 지적하며, 자국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어쩌면 대책조차 없는 문제들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욕심만 가득 차 독도를 넘보느냐고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벌거벗은 시인이
꼿꼿이 버티고 서 있소
동녘에서 뀌어대는
오장이 뒤틀리는 바람을
밤새 퍼 마시다
아침이 되면 거품 토하며
헛구역질하는
시인이 서 있소
(중략)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코 골며 잠든 시인을
본 체 만 체 거드름만
피워대고 있소
― 장종국, <시인과 독도> 일부
장종국 시인은 독도를 ‘시인’이라는 존재로 의인화하고 있다. 즉 독도와 시인을 동일한 객체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시인 자신이 바로 독도가 된다. 독도인 시인이 모국 한반도를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다. 한반도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속령 독도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풍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맡겨다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끝없이 푸른 새들이 날아오르는 금수강산은
우리 겨레의 손에
우리 지도 위에
우리 역사 위에.
그리하여 너와 나
하나의 따뜻한 우정이 되자.
버릴 수 없는 이웃이 되자.
서로 눈부신 그리움 되자.
― 정성수, <독도를 생각하며―3․1절 86주년을 맞이하여> 일부
정성수 시인은 일본에게 독도에 대한 탐욕은 버리고 친구처럼 이웃처럼 사이좋게 지내자고 다독거린다. 시인의 크나 큰 관용과 포용정신을 살필 수 있다.
동해는 나에게 맡기고
모든 섬 형제들아,
제주 큰형을 첨병으로 세우고
남해와 서해로 흩어져
우리 한반도를 지켜라.
(중략)
시커먼 속셈으로
망언과 생떼를 계속 쓴다면
너희 왜놈들에게 저주를 내리리라.
영원히 태평양에 수장시켜
다시는 그따위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잠재우리라.
― 정순택, <독도> 일부
정순택 시인은 벌써 전투태세에 돌입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 이순신 장군처럼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듯도 하다. 시인이 독도이고 독도가 시인이다. 그래서 동해는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하면서, 제주를 위시한 한반도의 모든 부속 도서들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조국의 땅을 결연코 방어하자고 외친다. 그리하여 그들이 계속 망언과 생떼를 쓴다면 응분의 댓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가본 적도 없지만은
너무나도 익숙한 땅
당연지사 내것이라
무심하게 살아왔네.
(중략)
침략자의 근성으로
독도의 날 선포하니
에고에고 대한민국
우린 너무 순진했네.
(중략)
저 불한당 나쁜 놈들
미사일로 박살내어
지구상에 흔적 없이
갈아엎고 싶지만은
(중략)
한 순간의 격한 분노
해결책이 아니라네
― 조숙연, <독도서설絮說> 일부
조숙연 시인의 시조시다. 우리가 가 보지도 않고 늘 말로만 얘기하던 독도를 일본인들은 치밀하고 집요하게 노리고 있는 데 대해 시인은 경계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속셈이 백일하에 드러나니 그동안 우리들 자신이 너무 순진했음이 무척 후회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간교함을 무력으로 응징하고 싶지만 이성을 되찾아 슬기롭고 차분하게 대처하자고 주장한다.
백두산 눈바람
한라산 꽃바람 그리움 엮고
호시탐탐 노려보는
침략자의 몸서리를
갈매기 깃털에 얹어
육지로 보낸 사연
(중략)
독도여, 보아라, 조선의 얼굴을.
― 최순자, <독도여! 보아라> 일부
암흑의 세력 쫓는
새벽 햇살의 첫 기항지
독도는 한민족의 자존심이다.
(중략)
무주의 땅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실존적으로도
칠천만 민족의 자산임을…….
― 이희재,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일부
최순자, 이희재 두 시인은 독도는 ‘남’과 ‘북’이 하나 된 배달민족의 영토임을 말하고 있다. 최순자 시인은 ‘백두산’과 ‘한라산’, ‘조선의 얼굴’이란 표현으로 이희재 시인은 ‘한민족’, ‘칠천만 민족’ 등의 시어로 각각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3
해방된 지 3년
미군정에 항의 빗발치자
미 극동항공대 밝히기를
‘6월 8일의 미군 비행기 폭격은
우발적인 일로
14명의 어부가 사망한 곳은 폭격 연습장인데
미국 항공대는 이날 총격 행동이 없었다’는 발뺌이더니
사건 열흘 뒤에야 ‘우연한 불상사’라고 얼버무리고
(중략)
5
섬나라 독종의 뒤 이어
해방군으로 왔다는 그 미군
무삼 죄 있기에
그 풍랑 이는 바다에 배 띄어
끼니 잇는 어민
팔 자르고 다리를 내동댕이쳤는가
독도여, 이젠 말해주.
새로 고개 드는 마귀 넋신
너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떼쓰는 허깨비에게
이 대낮 땅굴 기어 나오는 살무사
그 독니 뽑아내는
큰 한 소리
독도는 내 등뼈라고
천지 뒤흔드는 우레 소리 두렵게
한 번 또 한 번 외쳐다오!
― 안도섭, <독도여 이젠 말해 주> 일부
안도섭 시인의 이 시는 서사시의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8․15해방 후 미군의 군사훈련에 의한 폭격으로 ‘독도’의 어부 14명이 생명을 잃은 광경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한국문학상 처음 보는 것이며,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뒤에서는 일본을 ‘대낮 땅굴 기어 나오는 살무사’라고 표현하면서, 일본이 겁이라곤 도대체 없는 나라이며 살무사처럼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치도 않은 일본의 주장을 일축해 버리자고 노래한다. ‘샘멸’이란 낱말은 독도 내의 순수 우리말 지명이지만, 아주 특이한 느낌이 와 닿는다.
2. 애국심으로 독도를 論하다
독도 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에는 산문도 여럿 담겨 있는데, 그 각각의 주제와 글쓴이는 다음과 같다.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 영유권에 미치는 영향과 독도 보전대책>(김 승, 한국도서학회 회장), <반일이냐, 극일이냐, 제3의 선택이냐?―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 선언에 대하여>(정정길, 시인), <독도를 국제적 명소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정정길), <독도여, 외로워 말라!>(강태국,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독도’와 어느 ‘열사’>(김창종, 「교육평론」 편집․논설위원),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인들의 궤변―김완섭의 《새 친일파를 위한 변명》을 읽고>(이시환, 시인․문학평론가),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해를―이름의 언어학>(황인용, 수필가) 등 6명의 문인이 쓴 7편의 글이다.
김 승 한국도서학회 회장은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 영유권에 미치는 영향과 독도 보전대책>에서 ‘동해 중간수역 설정과 독도 영유권과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독도 영유권에 대한 한일의 주장’을 비교하는 내용도 눈여겨 볼만하다. 독도의 항구적인 보전대책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제시한 점에 대해서도 공감되는 바가 크다. 김승 회장은 “한일 양국의 신한일어업협정의 비준과 발효로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인근수역의 EEZ 경계선 획정 등의 문제는 상당기간 유보된 채 신한일어업협상의 중간수역으로 현상유지 될 것이 예견되므로 이 기간 중에 무인도인 독도를 민간주도하에 시장경제원리와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계절적 거주가 아닌 연중 5가구 정도의 주민이 상주하는 유인도로 가꾸어 국제법상 영유권의 확실한 지위를 확보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정정길 시인은 <반일이냐, 극일이냐, 제3의 선택이냐?―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 선언에 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본 지방의 한 작은 소도시에서 선포한 독도의 날을 가지고 감정의 차원을 넘어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국민적 합의사항으로 도출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국민적 감정이 아닌 민족적 자존심과 국가적 명운을 걸고 독도뿐만 아니라 만주 저 벌판의 우리의 땅까지 찾겠다는 각오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하고 우리의 지혜와 응집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 즉 독립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잃어버린 땅도 다시 찾자.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반일이냐, 극일이냐, 아니면 제3의 선택이냐? 그리고 나아가자! 세계로!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하는 국민으로서 말이다.
정정길 시인은 또 <독도를 국제적 명소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에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며 하천이 길게 뻗치고 이는 능히 나라의 부를 증진시킬 수 있는데, 이제까지 내버려둔 채 그 이용방법을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 항상 식자들은 이것을 슬퍼하고 아까워 해온 바이다.”라는 구한말 농상공부 장관과 수산국장의 말을 상기시키고 있다.
<독도여, 외로워 말라!>에서 강태국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는 독도해양개발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제안의 목적은 실질적인 지배권을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태국 교수는 또 “우리는 지금 경제적으로 버블 조짐이 보여 혼란스러워 정신이 없지만 일본의 깐죽거림은 그냥 넘어갈 민족이 아니다. 닌쟈의 나라, 이웃사촌이 못되는 껄그러운 일본. 그림 그리다 잘못 그려진 것이라면 지우개로 박박 지워버리고 싶은 지도상 이웃나라 일본. 일본이여, 역사 앞에서 오만을 버려라. 좀더 겸손의 미덕으로 다가오라.”라면서, “그들이 요즘 중국, 러시아 그리고 우리에게 좌충우돌하는 걸 보면 마치 고슴도치와 한 차에 타고 있는 느낌이다. 하나, 자! 그들이 말하는 50대 50이란, 독도를 문제화시켜 어느 선까지인지, 그냥 평행선 유지하다가 심심하면 또 한 번 치고 나올 것인지!”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창종 「교육평론」 논설위원은 <‘독도’와 어느 ‘열사’>에서 20년 전 일본 우익 각료의 독도 영유권 망언으로 온 나라가 데몬스트레이션의 물결이 칠 때 내 고향 열혈熱血 청년 엄주성이 자결로써 독도수호 결의를 비장하게 표현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엄주성의 영현英顯을 독도에다 안치하자는 설이 있었으며 엄주성의 장한 일생을 책으로 남기자는 설도 있었으나 그 후 소식을 알 길이 없다고 애석해 하며 그를 기리는 마음을 글로 나타내고 있다.
이시환 시인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인들의 궤변―김완섭의 《새 친일파를 위한 변명》을 읽고>에서 “2004년 4월 10일 내 손에 쥐어진 《새 친일파를 위한 변명》(김완섭 저, 2003.6.10. 초판 1쇄, 도서출판 춘추사, 신국판)이란 책을 통해서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이 책에 대한 기본 정보이자 반드시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 서는 몇 가지 요소”라고 밝히면서, ‘저자에 대한 의혹’, ‘저술 목적’, ‘주 내용과 역사를 보는 시각’, ‘발행 배경과 우리의 대응’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시환 시인은 “출판물에 의한 정신적 침략행위를 철저하게 잘 하는, 대의를 위해 소아를 희생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한 위인을 신으로까지 섬기는 일본인들에 의해 다시 겁탈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내 스스로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독도가 분명한 우리의 영토이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게 인류의 역사”라고 마무리 지었다.
이시환 시인은 또 <이시환의 횡설수설―내가 노력하면 남도 노력하지>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작은 한반도는 아시아의 눈이 되고 핵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구석구석이, 아니 전체가 일본의 동경이나 중국의 상해보다 모든 기능면에서 앞서야 한다. 그래야 중국과 일본이 나름대로 변화 발전하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다. 하루빨리 평화적으로 남북통일이 이루어져야 하고,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보유하지 않더라도 보유국에 버금가는 국방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모든 문명과 문화가 한반도에서 나오고 한반도로부터 나아가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국민 전체의 창의적인 생활의 꽃이 피워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황인용 수필가는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해를―이름의 언어학>이라는 글에서 “동해는 우리들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었다. 조선이라는 국호가, 아사달이라는 광명의 이름이 모두 동해에서 말미암았는데 일본해의 이름이 가당키나 한가? 필자는 몇 년 전 동해를 아침나절 바라보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存)의 바다라는 생각을 해본 일이 있었다.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동해는 무서우리만큼 고독한 실존의 바다였던 탓이다. 이제 다시금 생각해 보니 독도야말로 유아독존 섬인 듯싶기만 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3. 서예와 그림에 나타난 ‘독도 사랑’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에는 채윤병, 이영로, 김병제 등 서예가 3인의 서예 3점과 여영난, 권용섭, 지상윤 등 화백 3인의 그림 10점도 함께 담겨 독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표현해 내고 있다. 그 중 그림 작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
여영난 화백의 <사모하는 독도>, <엄지바위>, <독립문 바위>, <독도의 추억> 등 4점, 권용섭 화백의 <독도의 전경>, <독도의 어부․Ⅰ>, <독도의 어부․Ⅱ>, <동도> 2점 등 5점, 지상윤 화백의 <독도> 등 모두 10점이다.
Ⅳ. 마치면서
강준만 교수는 지난 1998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우리 대중문화 찾기》(개마고원, 1998)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 적이 있다.
우리의 정객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며, 그런 정객들 가운데엔 김영삼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부추겨 온 우리의 외교와 독도문제는 무관한 것인가?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력을 보정하겠다는 이른바 ‘신안보선언’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는데, 우리의 대미외교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 대미외교와 독도문제는 무관한 것인가? 그러나 언론은 그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다문 채 그저 국민의 흥분만 부추겼을 뿐이다.
일본의 망언이 ‘독도의 분쟁지역화’라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를 리 없는 우리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악을 써대기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역으로 우리가 침착하게 ‘대마도는 우리땅’임을 주장하면서 ‘대마도 부냉지역화’를 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본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보다는 우리가 대마도를 우리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데도 일본의 계산된 망언 하나에 왜 온 나라가 술렁이면서 몸부림을 쳐야 한단 말인가?(강준만, 《우리 대중문화 찾기》에서)
강준만 교수의 글에서도 살펴볼 수 있지만, 일본이 독도에 대해 정신적이건 물리적이건 침탈․침공적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우린 어제 오늘에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은 아니다. 잊을 만 하면 다시 우리를 괴롭히고, 또 잊을 만 하면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저들의 행태는 도대체 겁도 없고 이웃나라에 대한 예의나 염치마저도 전무하다고 여겨진다.
차제에 문인들이 독도앤솔러지 「내 마음 속의 독도」를 통해 저 마다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분노, 진실의 왜곡에 대한 성토, 시류와 사리를 분별 못하는 일본의 작태에 대한 질타 등을 시로서 혹은 산문으로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욕설辱說을 퍼부어 삭이기도 하고, 어떤 시인은 부모가 자식에게, 형이 동생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타이르듯이 일본의 잘못된 태도를 바로잡으려 하기도 했다. 또한 어떤 시인은 독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어떤 시인은 독도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한 데 대한 미안스러움을, 또 어떤 시인은 독도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하기도 했다.
시인들이 어떤 내용으로 노래했건 「내 마음 속의 독도」에 담긴 한국 문인들의 공통된 시각과 주장은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일본이 절대로 넘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또 그러한 사실은 비단 본 독도앤솔러지에 참여한 문인들만이 아닌 대한민국 온 겨레의 공통된 감정과 목소리임을 일본은 잊거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