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조나단 이야기.
목장의 아침은 목장 주인이 내 마굿간의 문을 여는 소리로 시작된다. 그는 목장 안에 있는 다른 어떤 동물들 보다 먼저 나에게로 와서 부드러운 빗질과 함께 나를 깨워준다. 아마도 이 목장안에서 나만큼 소중한 동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내가 잠에서 깬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내 양볼을 쓰다듬어 주고는 밤새 볏짚으로 막아두었던 마굿간의 창문을 열어 햇볕이 마굿간 안으로 환하게 들어오게끔 해준다. 햇볕에 닿은 잘 마른 볏짚들은 내가 일어서자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빛 사이에서 부유하며 반짝이는 그것들은 이 계절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빛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나는 가볍게 몸을 털고서는 주인이 열어둔 문을 지나 목장의 초원으로 나간다.
내가 있는 이곳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바다를 향해 울타리가 쳐져있다. 가볍게 잔디 위를 뛰어 본다. 가볍게 열이 올라오는 느낌이 날 때 까지 울타리 가장 자리를 몇 바퀴 뛰어본다. 가빠진 호흡에 나는 바다를 정면으로 깊게 숨을 들이켜 본다. 이 계절의 바다에서는 어느 계절보다도 상쾌함이 느껴진다. 이로서 오늘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나는 확인하게 된다. 돌아보니 주인과 그의 부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부인은 옆 우리에 사는 돼지들의 아침이 들어있는 대야를 두손으로 들고있다. 그 무게가 만만치 않은지 배위에 걸치고는 두손으로 지탱한 모습이다.
잠시후 닭도 오리도, 그리고 얼마전 태어난 강아지와 그의 어미개도 우리에서 나와 잔디위를 걷고 있다. 돼지들은 좀 더 아침밥을 먹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나보다. 요 근래 보기 드문 맑은 날씨였다. 이제 곧 발끝이 얼얼해 지는 계절이 오리라. 그전에 충분히 몸을 움직여 두는 것이 좋다. 바람이 내 몸을 스친다. 빗질된 나의 털들이 부드럽게 바람에 움직인다. 왠지 바람이 나를 보듬어주는 기분이든다.
간지러운 기분, 나는 가볍게 몸을 턴다.
그가 내게로 온다. 목장주인.
내 곁으로 온 그는 내 등에 손을 올리고는 깊게 파이프 담배에서 한모금 숨을 들이킨다. 매일 아침 그는 내 곁에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담배에서 더 이상 원하는 호흡을 느낄수 없을때 까지 바다를 바라본다. 나는 그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므로 이정도의 보답은 당연하다. 그가 다시 우리로 몸을 돌릴때까지 나는 같이 바다를 바라본다.
때때로 그는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는데, 그와 비슷한 주름을 가지고 비슷한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고, 이따금 그의 허리 즈음 오는 작은 아이를 내게 소개 시켜주기도 한다. 언제나 유쾌한 숨소리와 이 목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높은 목소리를 내는 그 아이는 아침해가 떠오르는 그 순간부터 해가 지는 그 순간 까지 이 언덕을 거닐고 뛰고 소리친다. 밝은 해가 없어지면 다시 밝아지는 그곳으로 아이는 돌아간다. 아직 그 아이는 밤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어리다.
고요한 가운데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곧잘 하게 되는데 그 끝에는 언제나 이 목장이 나를 막고 있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오로지 나만을 세워두고,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위해 노력한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고 잔디를 먹기위한 말도 아니고 목장 주인의 친구로서 내가 아닌, 그저 하나의 그 무엇으로서의 나를 알고싶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나는 뭔가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단지 이 목장만을 벗어날수 있다면.. 나에게 이곳은 너무 좁은게 아닐까? 내 튼튼한 다리와 타고난 모든 감각, 통찰력,
진실을 향한..
이 느낌.
나에게는 필연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운명이 있을 것만 같다. 매일 아무런 의미 없이 느껴지는 욕구만을 채우는 녀석들과 나는 다르다. 나는 그저 이 육체에서 느껴지는, 그 욕구. 그 사슬에 두 눈이 가려져 살고 싶지 않다. 하찮다. 너무나.. 이것이 내 삶의 목표일까. 나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모두 나와 같은 고민을 털어 놓지 않는것일까. 괴롭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