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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론 수업을 끝내고 강의실을 나왔다. 가을 하늘은 높았고 학교의 단풍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교정을 걸어가는데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는 여자를 보았다. 여자의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은행나무 밑에 서 있는 사람은 유미였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유미의 남자친구였다. 나는 두 사람한테로 갔다.
“교수님.”
유미의 남자친구가 나를 알아보았다.
“교수님이라니?”
유미가 남자친구한테 물었다.
“네 교수님이야.”
“유미야.”
유미는 앞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교수님이었군요.”
“학교에는 어떻게?”
“사진 찍으려고요. 생각해 보니 학교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가을이면 학교가 참 멋있는데. 교수님은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응. 눈은 언제부터?”
“1년 전부터 아예 볼 수 없게 됐어요. 근데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되요.”
“교수님, 저희 결혼했어요.”
유미의 남자 친구가 말했다.
“결혼?”
나는 놀라 물었다.
“이 남자가 이런 나라도 하도 좋다고 해서요. 바보 같죠?”
“바보는 너야. 볼 수도 없는 사진을 찍어 달라니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찍어주는 사람이 더 바보지.”
“뭐야?”
“다음 장소로 가자.”
유미와 유미의 남자 친구는 내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볼 수도 없는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유미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남편과 함께 걷는 유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흘러 내리려는 눈물을 지우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가을 하늘이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