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량주와 배추벌레
牛 甫 임 인 규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에 사는 셋째 누나는 어릴 적부터 농사일에 익숙 하 신 분이라서 도회지 생활을 하시면서도 조그만 나대지(놀고 있는 땅)가 있으면 무엇이든 심어서 그 키우는 과정과 수확을 걷으시기를 노후의 낙으로 삼는 분이시다. 근처 호수부근 근처의 나대지에 한 두어 두락의 땅을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에게 분양 받으시어 고추며 배추며 깨며 오밀조밀 참 많이도 심어서 직접 농사지은 청정 채소를 식구들에게 먹이시는 것을 늘 자랑 하신다.
누나는 또 참 특이한 버릇이 있으신데 모든 사물을 의인화 하셔서 그것이 살아있는 생물이든 그냥 살림도구이든 그것들과 대화를 하시는 분이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시면서도 “ 아유! 예쁜이! 착하지? 엄마가 물을 줄 터이니 잘 받아먹고 예쁜 꽃을 피어주렴! 아유! 얌전이! 이런 아팠구나! 미안하다! 엄마가 미쳐 너를 못 살펴구나! 여기 영양제를 줄 테니 맛있게 먹고 그까짓 병을 거뜬히 이겨 내다오? 아유! 착하지?”
이러시는 누나를 보고 매형은 “ 참! 당신은 심심하지 안 해서 좋겠구려! 그렇게 신경 쓰는 것 나에게도 관심도 보여주구려!” 그렇게 투정 아닌 투정으로 작은 말다툼이 오고가기도 한다.
매형은 조그만 양화점을 하시는데 술을 무척 즐기시는 애주가 이시다. 그래서 친구 분들이 곧잘 술 선물을 하시는데 한번은 중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 분이 귀한 고량주를 구해 오셔서 선물을 해 주셨다. 50도가 넘는 독한 술이라고 형제들이 모이면 내놓을 것이라고 누나에게 잘 보관하라고 갖다 주셨는데 ,
사단은 누나의 배추밭에서 일어났다. 친환경으로 배추를 키우는 터라 약을 줄 생각을 하지 안했는데 배추벌레가 너무 극성을 부리는 것이었다. “아유 이놈의 벌레들! 아무리 잡아도 극성을 부리네! 너희들을 어떻게 하냐! 아유! 속상해!” 그러시다. 문득 생각난 것이 매형이 애지중지 하시던 고량주가 생각났다. “그래! 그 술이 50도가 넘어서 속에서 불이 난다는데 이놈들도 그 술을 마시면 지가 견디겠어! 완전히 넉 다운 뻗어 버릴 거야!” 그래서 매부의 아까운 고량주를 아낌없이 배추밭에 다 뿌려 버렸다.
그런데 죽거나 뻗어버려야 할 벌레들이 더욱 극성을 부려 누나를 힘들게 하였다. 처남과 동서가 놀러온다는 소식에 고량주를 찾던 매형은 그 소리를 듣고 화도 못 내고 배를 잡고 뒹굴었다. “처남! 내 말 좀 들어보게! 허어 세상 참! 배추벌레 잡는다고 고량주를 배추밭에 다 뿌려버렸어! 그래!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배추밭에 달려갔더니 아! 이놈들이 술에 취해 안주 달라고 배춧잎만 더 열심히 뜯어먹고 있더라고, 하하하” 나는 매부와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리고 노후를 이렇게 행복하게 보내는 두 분이 참 부러웠다. “하하하! 어허! 세상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