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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마무리 짓고 학교를 나왔다. 앞에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는 유미의 모습이 보였다. 늦은 밤이었는데 그제야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유미랑 같이 가기 위해 걸음을 빨리했다. 지하철역 입구에 다다랐을 때 계단을 내려가던 유미가 발을 헛디뎌서 구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유미야!”
쓰러진 유미는 몸을 일으키며 옆에 떨어진 가방을 주웠다.
“교수님.”
“괜찮은 거야? 다치지 않았어?”
“갑자기 앞이 보이질 않았어요. 무서워요. 교수님. 저 정말 이렇게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유미는 내 품으로 쓰러져 울었다.
“괜찮을 거야. 정말 괜찮을 거야.”
나는 유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내 말에 어느 정도 위안을 받았는지 유미는 눈물을 멈추고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유미는 오른 발을 딛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병원에 가 봐야 할 거 같아.”
나는 유미한테 업히라고 등을 내밀었다.
유미는 망설였다.
“어서.”
“죄송해요. 교수님.”
유미는 내 등에 업혔다.
나는 유미를 업고 다시 계단을 올라와서 병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유미는 발이 다 부었고 발목 밑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의사는 다행히 뼈에 금이 간 것은 아니고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의사는 유미한테 기브스를 해 주었다. 치료가 끝나자 유미는 핸드폰으로 남자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연락을 받은 남자 친구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남자 친구는 아직도 왼쪽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었다. 다리가 아직 다 낫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남자 친구가 화가 난 얼굴을 하며 물었다.
“갑자기 앞이 안 보여서 지하철 계단에서 굴렀어.”
남자 친구는 할 말을 잃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유미를 보았다.
“그만 가자. 근데 이 분은?”
그제서야 유미의 남자친구는 내 존재를 눈치 채고는 물었다.
“우리 과 교수님이야. 걸을 수가 없어서 교수님 등에 업혀서 왔어,”
나는 연인끼리 있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야, 난 그만 갈게.”
“예. 교수님. 오늘 고마웠어요.”
나는 병원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둘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유미가 앞을 못 보게 되면 둘의 관계는 지금과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