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후는 죽은 다리 난간끝에 걸터 앉았다.
솔솔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양옆으로 휘날렸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은후는 고개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흠잡을 때 없이 정말 깨끗했다.
죽은 다리 밑으로 흐르는 투명하고 차디찬 강물처럼 하늘또한 투명해 보이기도하였고 만약 손을 들어 만질수만 있다면, 하늘도 차가울것이라 은후는
생각했다.
은후가 하늘에 넋을 놓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때 쯤 , 은후의 머리위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녹색깔' 이였다.
"하얀색은 일반인이 타는 비행기고 녹색깔은 군인만 타는거래." 그언제가
같은반 친구 혜영에게서 들었던 말이 순간 은후는 떠올랐다.
비행기는 '녹색깔' 이었다.
비행기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은후는 난간에서 내려와 녹이 다쓸어 볼품없는 죽은 다리의 난간받침에
머리를 베고는 넌지시 강건너 육지를 바라 보았다.
평온해보였다. 평화로와 보였다.
"저긴 갈수 없는 땅이야."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은후가 말했다.
"다리야. 너도 나와 같은 곳을 보고 있는거잖아. 난 니 맘을 조금은 알수 있을것
같아." 말못하는 다리에게 은후가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강건너 보이는
육지를 가리켰다.
"너도 그립겠지? 내가 할머니를 그리워하듯 . 다리 너도 분명 강건너땅과 너를 오고간 기차들이 그립겠지?"
다리의 속마음을 대신하듯 바람에 다시한번 은후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이 모든것이 '왕'의 탓이야.'
은후는 원망이 어린 눈빛으로 강건너 육지를 쏘아 보았다.
문뜩 은후의 뇌리에 스친것은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왕'의 이야기 였다.
'왕'만 아니였어도 , '왕' 이 일으킨 전쟁만 아니었어도, 죽은 다리 위로
기차가 달렸을꺼라던,
'왕'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고 '왕' 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은후는 들었었다.
은후는 고개를 들어 건너편 육지를 다시 한번 바라 보았다.
'저 육지 어딘가에 그 못된 '왕'이 살고 있겠지.' 은후는 생각했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왕'은 절대적인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다.
'왕'의 말 한마디에 백성이 죽고 '왕'의 말 한마디에 백성이 살고 ,
동화속 '벌거벗은 임금님 '처럼 '왕'은 수천벌의 옷을 가지고있어도 만족을
못하며 살지만,'왕'의 백성들은 입을 옷이 없어서 꿰메고 또 꿰메 누더기가
된 옷을 걸치고 산다고....
그런 '왕'이 다리 너머로 보이는 육지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
할머니가 은후에게 말했었다.
대체 그런 못된 '왕'을 누가 '왕'이 되게 했을까?
은후의 그 질문에 할머니는 "백성" 이라고 짧게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왕'을 백성들이 세웠을리 없잖아. 할머니!"은후가 따지듯 할머니에게 묻자 할머니는 은후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처럼, '왕'또한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곤 했단다.
하지만 '왕'은 거짓말을 하기전에 꼭 백성들의 눈을 가리곤 했지.이를테면 마법의주문 같은거라고나 할까?
무튼 그때문에 백성들은 '왕'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단다. '왕'의 거짓말에 전부속아 '왕'을'왕'으로 만든것도 결국은 '백성'인셈이지."
'왕'거짓말 쟁이라는 사실은 '왕'이 '왕'이 된 후에야 밝혀졌고
'왕'의 절대적인 힘과 권력에 백성들은 반발은커녕 감히 고개도 들수 없었다.
백성들은 살기위해. 그리고 살아남기위해 더 높게 왕을 추앙해야 했고,
'왕'은 점점 신 격화 되어갔으며 '왕'의 영토는 점점 황폐해져갔다.
이 모든것이 '왕'의 탓이었다.
은후는 '왕'이 미웠다.
백성들을 무력으로 통치하고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큰구멍을 뚫고
다리 또한 아프게 만든 '왕'이 , 은후는 뼈에 사무치도록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