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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고사 성적을 채점하고 있었다. 항상 성적이 좋던 유미의 성적이 몰라보게 떨어졌다. 나는 유미를 내 방으로 불렀다. 유미는 알이 꽤나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안경이라기 보다는 보안경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야?”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느라고.”
“정말 그 이유 때문인 거야?”
“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이야?”
“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공무원 시험 공부 하는 건데... 이제 시작하는 건데...”
유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대체 왜 그러는 거니?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저 학교를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요.”
“뭐?”
“그만 나가볼게요. 시험을 못 본 건 죄송해요. 하지만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전 정말 최선을 다한 거 였으니까.”
유미는 나갔다. 전에 유미가 식당에서 했던 말에 안심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유미는 분명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걸 지금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다시 유미가 걱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