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와 사업자금
牛 甫 임 인 규
친구 간에 돈거래는 늘 친구도 잃고 돈도 잃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친구는 어쩌면 마누라보다도 더 좋은 존재라고 남자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폐가 망신한 남자들이 한둘이 아닌데, 애석하게도 얼마 전 순진한 내 아들이 그렇게 친구 잃고 돈 잃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작년 11월에 아들은 능력 없고 성질만 고약하다는 이유로 4개월짜리 아이를 안긴 채 며느리부터 이혼을 당했다. 그 충격에 헤어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더니 그 많던 친구들이 하나 둘 연락을 끊었다. 그런데 유독 강 찬민 이라는 가스 배달업을 하는 친구하나만 의리를 변치 않고 아들을 찾아와서 위로하고 밥도 사주고를 했다.
아들은 입버릇 처 럼 “ 다른 친구 다 필요 없어! 친구는 단 하나면 족해!” 하면서 그 친구를 신처럼 믿는 눈치이었다. 그런데 나는 왠지 그 친구가 믿음직스럽지를 안했다. 어딘지 허풍이 심하고 진실성이 없는 친구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원래 자기를 배신하는 것은 자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다. 항상 거리를 두고 지내라!” 하면서 충고를 했다.
금년 3월쯤 아들 통장을 정리 하다가 카드대금이 100만 원가량 미납된 것을 발견하고 아들을 추궁했더니 강찬민 이라는 친구에게 사업자금이라고 빌려줬다고 했다. “이놈아!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자금이 딸리면 갚고 싶어도 갚을 수 없는 게 돈이다. 공연히 잘난 체 하지 말고 얼른 회수해라! 친구 잃고 돈 잃고 싶지 않으면,” “걱정 마세요! 그 친구는 나하고 한 몸 같아서 절대 배신할 친구가 아니 예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몇 달을 갚은 게 500만 원 정도 되었다. 나는 그렇게 그 친구와 돈거래가 끝난 줄 알았다.
그 뒤 아들은 취직자리가 나와도 취직을 하지 않고 무엇 인가를 기다리는 눈치로 “조그만 기다리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하면서 몇 달 동안 내속을 무척이나 썩혔다. 7월초 손녀 돌이 되어 그 친구가 돌 반지와 케이크를 들고 찾아왔다. 나는 무척 그가 고마웠다. 역시 아들이 친구하나 잘 두었다고 생각했다. 돌 이벤트가 끝나고 오리고기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내가 밥값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아들이 그 친구에게 ‘야! 찬민 아! 네가 계산 좀 해라! “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그 친구가 순순히 계산을 하고 먼저 일어섰다. 나는 좀 미안했지만 아들 체면을 생각해서 도로 주저앉았다.
그 이튼 날 전날일이 너무 미안해서 아들에게 그 친구 전화번호를 알아 전화를 했다. “찬민 이냐! 참 고맙고 미안하다. 너야말로 진정한 친구다. 저녁식사대는 내가 치러야 하는데 참으로 미안하다. 이왕이면 아들도 좀 데리고 다녀라! 너만이 아들을 구제해줄 것 같구나! 부탁한다.” 그렇게 염치없는 부탁까지 했다. “아버님! 뭘 그까짓 것 가지고 그러세요! 제가 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아버님! 아버님은 저 안 좋아하셨는데 저 믿을 수 있어요? 염려마세요? 제가 데리고 다닐 게요? 제 말이라면 잘 들을 거예요?” 그런데 어쩐지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 뒤로 그 친구 연락이 뚝 끊어졌다. 아들 눈치를 보니 안절부절 상당히 당황하는 것 같았고 또다시 취직자리가 나오니 군말 않고 일을 나갔다. 나는 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저 일 나가는 사실만을 기뻐했다.
며칠 안 되어 아파트 우편함에 은행에서 아들이름으로 카드대금 최후통첩이 와있었다. 100만 원정도 되는 돈이었다. 은행으로 조회해 보니 가스를 넣고 대금으로 쓴 돈이라고 했다. 아들은 차도 없는데, 기가 막혔다. 아들을 추궁하니 찬민 이가 빌려간 돈이라고 했다. 100만 원 정도면 갚아주고 끝내려했는데 은행 3곳에 1300만 원이 넘는 돈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어른들끼리 해결하려고 찬민이 아버지 연락처를 알아서 전화를 했는데 아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고, 자기는 들은 바도 없고 갚아줄 능력도 없다고 했다.
아들은 현금보관증이나 거래명세서나 아무런 증거 될 만한 것도 없이 그 거금을 빌려줬다. 말 한마디에 “친구인데 무슨 그런 것이 필요해!” 정말 속상해 미치겠어서 병원으로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 “아버님! 염려마세요? 제가 이곳에서 나가면 한꺼번에 갚아 드리게요!” 의사와 간호원까지 대동한 면전에서 나는 그저 몸조리나 잘하라고 말하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곳적소 알아봐도 정신병자는 치외법권자로 아무것도 가능치 안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내가 아들에게 물었다. “이놈아! 정말 찬민이가 정신이 돌아버린 것이냐!” “아니 예요? 돈 떼먹고 생 쇼하는 거지요? 나 말고도 당한 놈들이 많데요?” 이것 기절할 노릇이다. 알고 보니 정신 장애자로 일 년에 한 두 번은 병원신세를 일부러 진다는데, 그런 놈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빌려줘서 신용불량자가 된 내 아들 이놈을 어찌할꼬? 세상 참! 무서운 세상이다.